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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열 Nov 26. 2022

이혼 할 때 만나게 되는 사람들 3

처남

[처남]


“매형, 나가서 담배 하나 피죠?”


처남은 나를 반강제로 이끌며 현관 밖으로 나갔다

담배 불을 붙여 나에게 담배를 건네면서 계속 나의 눈치를 보았다.

나는 연신 담배 연기만 내 뿜으면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가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핸드폰을 안 가지고 나온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다시 들어가서 가져올까 하는데...

나를 보고 있던 처남이 나의 팔을 붙잡았다


“매형, 그러지말고 저랑 편의점에서 캔맥주나 하나 해요...속도 답답한데...이 시간에 전화 올 때 없잖아요...맥주 한캔 하고 와서 들어가요...네?”


잠시 망설이다가 처남의 손에 이끌려 근처 편의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캔맥주를 따자 마자 벌컥벌컥 쉬지도 않고 마신 것 같다.


“매형, 천천히 마셔요...체하겠어요...”


“담배 하나 줘라”


나는 담배를 피면서 앞으로 어떻게 대처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일단 장모와 처남은 이 사실을 본 목격자이기도 하니, 아내의 외도는 숨길 수 없는 사실이 되었고 그런 면에서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생겼다. 


‘이혼을 해야 겠지? 아니, 애들을 봐서라도 내가 참아야 하나? 

근데 이게 지금 장난도 아니고 집에서 그딴 짓을 한다는게 말이 돼?

아님 눈 딱 감고 한번 만 용서를 해줘? 

아...정말 모르겠다 머리아파~~’


“매형, 무슨 생각을 그리 해요? 맥주 하나 더 할래요?”


“아니야, 됐어 이제 그만 들어가자”


집으로 돌아와 두고 간 핸드폰을 찾았다

분명 식탁 위에 두고 온 것 같은데, 그 놈이 쓴 종이도 보이지 않는다

방안을 들여다보고 거실 곳곳을 봐도 보이지 않는다


“혹시 제 핸드폰 못 보셨어요? 식탁 위에 두고 나간 것 같은데...그리고 그 놈이 쓴 종이도 같이 있었는데...”


“김서방, 핸드폰이랑 그 종이 내가 다 버렸네”


“장모님~ 버렸다구요? 왜요? 지금 뭐 하시는거예요?”


“김서방, 아직도 내 말 못 알아 들었나? 버렸다구, 아니 없앴어...핸드폰은 내가 망치로 다 부셨네. 산산조각 나도록...종이는 불로 다 태웠어...그러니 제발 내 얼굴 봐서 한번만 용서해주게...김서방~”


갑자기 처남을 바라보니 나의 눈을 피하는 눈치다.

결국 나를 일부러 밖으로 데리고 나가게 한 후 핸드폰과 종이를 불태워 없앤 것이다.

증거인멸? 뭐 그런건가? 가제는 게편이라고 했던가? 자기 딸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 이렇게 범죄를 저지른단 말인가? 이래서 부모는 위대한 것인가? 아 씨팔...지금 이 상황은 뭐지? 결국 저들에게 감쪽 같이 당한건가?


“김서방,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잖아...좋은게 좋은 거 아니겠나? 아직 어린 애들을 위해서라도 참고 용서해주게...이제 자네도 두 아이의 부모 아닌가? 부모란 그런 책임을 느껴야 하는거라네....”


“책임이요? 무슨 책임이요?”


“자식을 위한 책임 말일세”


“그럼 지금 그 책임 때문에 이런 짓을 하신거예요? 어머님, 이거 범죄행위예요...

본인 딸만 자식이고 저는 뭔가요? 사위는 남인건가요? 만약 처남에게 이런 일이 생겨도 이렇게 하실 수 있어요?”

"더 이상 할 말이 없네...미안하네..."


그제서야 가스렌지에 불에 탄 흔적들이 보이고, 종이 탄 냄새가 났다

휴지통을 뒤져보니 박살난 휴대폰의 잔해들이 보인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유심카드도 종이처럼 찢기어 산산조각이 났다. 내가 너무 방심을 했다. 설마 이렇게 까지 장모가 나올 줄은 몰랐는데...

어쩐지 처남이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맥주까지 먹이고...아...당했네...그것도 모르고....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혔다는게 이런건가?


“처남, 이럴려구 나 데리고 나간거였어? 말해봐~ 니가 봐도 이건 아니잖아?”


“매형, 미안해요....다른 방법이 없잖아요....매형 조카들을 위해서 한번만 눈 감아줘요...제가 더 잘 할게요. 시키는 뭐든 다 할게요...미안해요...”


“잘 하긴 뭘 잘 한다는거야? 너까지 이렇게 나오니까 갑자기 소름이 돋네...이러다가 니네 누나 살릴려고 사람도 죽이겠어...기가막히다 기가막혀...”


장모와 처남을 쫓듯이 내보냈다.

다 꼴보기 싫었다.

차라리 부르지 말아야 했나? 

순식간에 아무런 일도 없게 되버렸다. 

증거도 없다. 

망했다

<4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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