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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조이 Apr 06. 2024

쉼을 통해 얻은 것들 (2)

26살, 백수가 되어 삶을 재정비하다.

*쉼을 통해 얻은 것들 (1) (https://brunch.co.kr/@zoebringsjoy/23) 에 이어서 쓰는 글.


3. 소비 습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직장인 1년 차 어느 날, 

내가 버는 돈인데 펑펑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멋대로 하겠다는 왠지 모를 반항심이 가득했던 시기라 그랬을까.


한 달에 써야할 돈을 정해놓지 않고 막 써봤다.

한 번 해보니 그 다음부터 절제하는 게 어려웠다.


10만원, 20만원 쓰는 게 쉬워졌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잘한 소비로 풀게 되었다.


뭔가 잘못되었다, 이렇게 하면 안되는데 싶으면서도

온갖 합리화를 하며 애써 외면했다.


그리고 퇴사한 뒤, 내 자산을 마주하니 내 스스로가 그렇게 싫더라.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 내가 나중에 원하는 결혼식을 하고, 원하는 차를 타고, 원하는 집에 살고, 원할 때 베풀고 - 

얼마가 필요한지 알지 못했고,

그러니 돈을 얼마나, 왜,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 몰랐다.


그런 내가 너무 현실감각 없는 어린 아이 같았다.


쉬는 시기 동안 

엄마의 도움을 받아 용도에 맞게 계좌를 정리/개설하고, 

내 소비습관을 기록하며 마주하고,

적정 한도 금액을 찾아 그 한도 내에서 소비하기 시작했다.


한도를 정해놓으면 답답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훨씬 자유함을 경험했다.

대략 몇개월이 지나면 얼마를 쓸지 예측할 수 있으니 좋았고,

목표보다 적게 쓰면 그만큼 나를 위해 더 큰 것에 쓸 수 있으니 절약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어 좋았다.


무엇보다 더 이상 자잘한 소비로 스트레스 풀지 않을 수 있는 내가 좋다.


다시 한 번 "막연함"의 위험과 구체적인 "목표"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소비습관이 제대로 잡혀있어야 제대로 된 투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깨달음이 앞으로 나에게 엄청난 자양분이 될 것임을 안다.


4. 자기 이해


마지막으로,

나에 대해 정말 많이 알게 되었다.


여기에는 가족과의 대화, 일기, 새로운 시도,

그리고 상담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전 회사에서 힘들었던 이유와

내가 앞으로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곱씹고 파헤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피상적인 것들이 걷히고

속에 감춰져 있던

진짜 힘들었던 이유와 진짜 원하는 것들을 알아가고 있다.


원래 나는 내가 PM, Web3랑 안 맞고,

답이 정해져 있고 체계가 있는 곳에서 단계별로 성장하고 싶은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더라. 

나는 내가 선택한 것들을 진짜 좋아했던 게 맞았다.


다만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내가 지금 왜 여기에 있는지,

나는 지금 어떤 과정 속에 있는지

명확하지 않아서 혼란스럽고 

그 혼란이 감당되지 않아 성급히 결론내렸던 거였다.


생각이 정리되니 자신감이 생기고 에너지가 차오른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조금은 알겠다.


그래서 이제 쉬는 이 시간을 끝내고 실행에 옮겨보려 한다!


실행에 옮기면서 이 부분은 더 자세히 적어봐야지. :)



회사에서 친했던 디자이너 언니가 인생은 항해와 같은 거라 했던 게 생각이 나서


속에 있는 것이 드러나려면, 중요한 것을 바로잡으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나 그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러나 이 과정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겪으면

모든 것이 그렇듯 두 번째는 더 쉬워질 것이라 믿는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이 과정을 겪으며

인생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나에게는 이 몇 개월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앞으로는 더 잘 흔들리고, 더 잘 회복하자. 나 자신 화이팅 -!




아, 그리고 상담은 

우연히 알게 된 "서울시 청년 마음건강 사업" 을 통해 받았다.

반신반의하며 갔는데, 좋은 상담사님을 만나 상담의 힘을 알게 되었다.

적극 추천하는 마음에 링크도 남긴다.

https://youth.seoul.go.kr/youthConts.do?key=2310100076&sc_pbancSeCd=009&sc_bbsStngSn=2212200001&sc_bbsCtgrySn=2310200008&sc_qnaCtgryCd=&sc_faqCtgryCd=010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누군가가 이 글을 읽는다면 도움과 힘을 얻길 진심으로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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