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증후군

니콜아이젠만과 신해철 사이의 위로

by Zoe

언제부터인가 단순한 피로감 정도가 아닌 지속적인 만성피로에 시달려왔다. 특별한 이유도 원인도 모른채 온몸이 쑤시고, 마음먹고 거금을 들여 헬스클럽트레이너에게 관리를 받아보아도 딱히 개선되는 지점은 없었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터인가 피로한 인간군상의 모습에서 나도모르는 연민과 공감이 생긴것은 꽤나 오래전부터 인것같다.

사실 현대미술이라는 아우라가 주는 인식은 뭔가 평균의 상식선을 넘어서 감히 쉽게 상상할수없는 특별함 따위의 환상이 있다. 그때문인지 나도 전문가로서 이를 충족시켜야한다는 직업병같은것이있었다. 그래서 나 자신도 모르게 사실에 기반한 구상적인 회화나 조각들보다 오히려 지나치게 “현대미술스러운” 경향의 작품들에 관심을 쏟았던 적도 있다.

그런점에서 사진에 보이는 니콜아이젠만의 야외조각은 내 주변에 만연해왔던 실험정신이 충만했던 현대미술작품들보다 역으로 더욱 모던스럽게 인지된것 같다. 사실 아이젠만은 조각보다는 회화작품들로 더 잘 알려져있다. 사실적인 기반의 표현이 주조를 이루는 회화들은 대개 현대사회의 일면들 특히 인간의 욕망, 심리적 기저를 중심으로한 성격이나 특징을 가감없이 다룬다. 게다가 인지하기 쉬운 주변의 이미지들을 감각적으로 그려내기에 한때 현대미술의 최전방이면서도 비교적 보수성을 고집하는 뉴욕에서 사랑받았던 작가이다. 혈통은 프랑스 출신이지만 삶은 뼛속까지 뉴요커인 그녀는 작년 뉴뮤지움의 회고전에서 성별, 세대, 국적의 다름이 아닌 인간의 본성적인 양태들을 비평적으로 묘사했던 회화작품들로 주목을 받았다.

그런 그녀가 올해10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독일 북서부의 교육도시 뮌스터에서 열리는 조각전에 순수조각을 선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궁금증이 들었다. 뮌스터 도심 부근의 공원에는 브론즈로 제작된 4인의 거대 군상과 함께 조성된 분수는 내게 기억에 남는 사색의 시간을 주었다. 성별을 분간하기어려운 각 인물들은 마치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을 보여주는듯했다. 게다가 심정적인 묘사의 일면은 하루종일 격노에 시달리고난후 주어지는 소중한 멍때림을 상기시켰다. 이 멍때림은 소진된 상태에서 리부트(reboot) 가 절실함을 필사한 신해철의 생전 마지막 강연을 떠올리게했다. 얼마전 작고 3주기를 맞아 방송되었던 그 강연의 일부가 나와같이 만성피로에 기력이 소진된 독자들에게 위로가 될까 싶어 공유한다. “꿈을 이루는 것이 꼭 행복과 직결되는것은 아니다. 어쩌면 당신이 꿈을 이루거나 그렇지 않거나 신은 관심이 없을지 모른다. 다만 당신의 매일매일이 행복한지에 대해서는 엄청난 신경을 쓰고있음을 상기하고 싶다.” <매일경제에 연재하는 전민경의 현대미술열전 칼럼의 원본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