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온 세상에 둘 뿐이었다. 하루에 한번 하늘에서 떨어지는 양식을 나눠 먹고, 수십번 수백번 씩 자리를 빙빙 돌아도 지루하지 않았다. ㅡ이것은 흔히 말하는 금붕어의 기억력을 운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함의 즐거움을 말하는 것이다.
세상 밖의 화분 속 잎파리들이 흔들리든, 혹은 그 너머 밖에서 비가오든 바람이 불든 우리 세상은 고요하기만 했다. 가끔 어린아이들이 거대하게 다가와 툭툭- 세상을 치고 가면 한번 더 하늘에서 양식이 내려올까 하고 일말의 기대를 갖기는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이 세상엔 우리 둘 뿐이었다.
찰나였다. 금붕어에게 찰나란 어느 쯤의 시간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 그 찬란한 꼬리가 물결치지 않았다. 고요했던 세상은 더 고요하기만 했다. 미동없이 뒤집혀 둥둥 떠있는 금붕어의 눈은 탁한 빛을 띄었다. 그저 내 작은 꼬리 움직임에 그의 몸 전체가, 자세히 봐야 알 수 있을만큼 흔들릴 뿐이었다.
거대함은 다가와 그를 세상에서 데려갔다. 이 세상에 남은 한마리의 금붕어가 됐다. 전에 비해 세상이 조금 넓어지고 양식도 전부 먹을수 있게 됐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세상의 작은 물결도 오로지 내 것 뿐이었고 그 고요함은 적막함으로 바뀌었다. 홀로 됨은 그런것이었다.
내 꼬리는 그 처럼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조만간이 될 언젠가, 나 또한 꼬리를 움직이지 못하리라. 그렇게 다가오는 세상 밖으로 나갈 날을 적막함 속에서 홀로 기다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