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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신 Nov 04. 2022

단순한 이야기

며칠간 쉼이 없어 피곤이 겹치거나, 날씨가 갑작스레 바뀌거나 혹은 술을 마신 다음 날 등엔 여지없이 목이 부어오른다. 감기가 들 때도 목부터 신호가 오는데 지금 역시도 칼칼한 목을 가리겠다며 폴라를 올려 입었다. 몇 년 전 다친 왼쪽 발목은 나아졌다 아팠다를 반복하며 나를 괴롭히기 일쑤다. 한번 상처 입은 곳을 처음처럼 되돌리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홀로 걸어가는 한 귀여운 아이의 뒷모습을 마주했다. 나도 저만할 때 저런 시간이 있었겠지. 저 아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난 그때 무슨 생각을 하며 걸었을까. 고작해야 10살 남짓. 홀로 걷는 시간이 외롭진 않았을까.


혹여나 시커먼 옷을 입은 어른이 뒤에서 오는 게 신경 쓰일까 발걸음을 재촉했다.



제한된 시간, 장소 안에서 또 그 외에도 제한된 사항들을 뒤로하고 무엇을 가장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을까. 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는 그저 멍하니 있는다. 과연 이것이 답일까.



큰 소음 안에서 다른 것들은 모두 음소거된다. 서로를 향해 뻐끔 거리는 두 사람, 일제히 움직이는 장난감 같은 자동차들,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 창 밖의 세상이 멀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뜻을 담은 멋진 단어가 있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난 지나치게 현실적인 경향이 있다.



보이기 위함보다는 그저 내 이야기, 단순히 떠오른 생각이나 느낌 등을 적어내리기에. 지금처럼 핸드폰을 들고 있지 않았다면? 작은 수첩에 한 글자 한 글자 고이 적어 내려야만 했다면. 퍽 낭만적이지만 분명 귀찮음을 핑계로 무수한 글자를 날려 보냈을 거라. 지금처럼 이동과 동시에 글을 쓰기엔 영 무리인 모습이다. 이 작고 편리한 기계에 마음을 주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 스스로에게도 꾸미고 애썼다. 그렇지만 혼자인 시간이 긴 내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됨을 요즘의 사람들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할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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