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에서 우리
결혼 5년 차, 내 년 3월이면 6년 차에 접어든다. 결혼하고 첫 신혼집이었던 용산. 거기서 살다가 이끌리는 대로 온 이곳은 <강원도 삼척>이다. 지연도 학연도 혈연도 없는 이곳에 단지 직장 하나만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삼척,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지역이었고 자주 들어보거나 자주 접한 적도 없는 곳이다.
한강에서 자전거 타기,
감성이 묻어나는 카페,
샛별 배송,
로켓 배송,
내가 좋아했던 맛집,
주변에 정들었던 가게들,
좋아했던 사람들,
친정까지 1시간 거리,
친구를 만나기에도 부담 없던,
외에 용산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떠올려지는 수많은 인프라들. 이곳에 오기 전에 나에게 가장 고민이었던 이유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용산"하면 생각나는 것들과는 반대로 "삼척"하면 생각나는 것들은 나에게 대한민국에서 동떨어진 시골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많은 걱정과 염려를 뒤로하고 지금은 잘 적응하여 지낸다. 사실 이곳에 살면서 불편한 점은 있다. 예를 들어 당근 마켓이 용산보다는 활발하지 않다는 점이나, 지하철이나 기차가 자유롭지 못한 점, 어디를 가더라도 3시간이 넘는 장거리, 컬리와 쿠팡을 즐겨 찾던 1인으로써 배송의 불편함 등으로 꼽아볼 수 있다. 도대체 삼척에서 어떻게 살아가나 고민에 고민을 하던 나에게 남편이 건넸던 말은 "죽으러 가는 게 아니다",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에 가는 게 아니다" "거기서도 삶을 살아갈 수 있게 조성이 되어있는 곳이다"라고. (전혀 귀에 안 들어왔음) 내가 이토록 불안하던 이유에는 또 한 가지가 있다.
결혼하고 용산에 와서 살 때, 6개월을 우울감에 시달려 힘들어했다. 내가 결혼 전까지 살아왔던 지역은 한 곳이었고 결혼하고 나서야 첫 지역 이동이라는 것을 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과 새로운 곳을 무서워하고 낯을 가리는 나로서는 용산이 정말 무서운 곳이었다. 매일 밤을 울었고 엄마가 보고 싶고 친구들이 보고 싶고 남편이 채워줄 수 없는 무언가가 나를 매일 괴롭혔다. 그런 모습을 보는 남편은 내가 이러다가 죽겠다며 친정에 다녀오라고 하여 2박 3일을 (자주) 평택 집에 가있으면서 가족과도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도 만났다. 그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신혼 초에 내 모습은 그랬다. 6개월이 지난 후, 누구보다 잘 적응했지만 (ㅎㅎ)
그래서 아마 삼척으로의 지역 이동이 더 더 무섭고 불안했던 걸지도 모른다.
나와는 다른 성향인 남편은 어디에 데려다 놔도 빨리 적응하고 잘 살아가는 타입이다 내가 이사 가면서 남편한테 했던 말이 있었다. "삼척은 너무 먼 곳이야 나는 오빠 한 사람만 보고 가는 거니까 나한테 잘해!" 이 말에 남편은 "더 잘할게. 믿고 가줘서 고마워"라고 하는데, 이 말을 듣고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가. 이런 대답이 고마워서 흘렸던 눈물도 있을 거고 그럼에도 가기 싫은데 억지로 가는 발걸음이 열받아서 났던 눈물도 있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온 이곳에서 현재 잘 살아가고 있다. 삼척에 와서 좋은 점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좋아진 피부,
깨끗한 공기,
5분 거리에 동해 바다가 있다는 것,
코로나로 인한 인파의 두려움이 없는 것,
좋은 곳을 발견했을 때 느껴지는 기쁨,
눈부시도록 해가 들어오는 아파트,
더 나아진 경제력,
운전면허 취득,
우리 집의 분위기,
풍성히 수놓아진 자연,
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외에도 있겠지만 적으면서 순간적으로 생각나는 것이 진짜 이유일 테니까. 면허 땄다고 짤짤이가 되어 혼자서 잘도 돌아다닌다. 그다음 과정은 오늘은 어디를 다녀왔고 어디를 보고 왔고 남편한테 저녁에 재잘거리는 것. 3시간 30분 거리를 혼자 운전하고 평택 집도 자주 간다. 그 덕에 운전 실력 나날이 늘어 가는 중.
단점을 찾자면 얼마든지 찾고, 장점을 찾자면 얼마든지 찾는 것을, 나는 태생이 부정적인 사람이었고 남편은 태생이 긍정적인 사람인데 그렇게 안 닮아지더니 이제야 남편의 긍정적인 모습을 닮아간다. 최근의 일화를 하나 말하자면, 저녁으로 피자헛을 시켰는데 배달까지 30분도 안 걸렸고 심지어 집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해있는데 남편이 나에게 피자헛 5분 거리에 살아본 적 있느냐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살아본 적 있느냐고 한다. 생각해보니 없다. 작고 사소한 것을 긍정적으로 전환시켜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꽤 괜찮다. 이렇게 하나하나 알아가고 적응하다 보니 2년이라는 시간이 다가온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은 날씨가 또 너무 좋고 구름도 귀엽다.
언제까지 이곳에 살게 될지 모르지만,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만의 공간에서 우리만의 이야기로 채워가는 지금 이곳이 행복하고 감사하다
잘해보자, 남편!
잘해보자, 삼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