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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Oct 12. 2023

꿈을 팝니다

23-03-11

원래 나는 작은 혁신가를 꿈꿨다. 신기한 아이디어를 팔아보면 어떨까? 내 아이디어 중 하나는 "꿈을 팝니다"였다. 내 꿈의 후원자들을 모아본다면? 물론 내가 그만한 아이디어나 방향성, 추진력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겠지만, 그 수가 적더라도 모아보고 싶었다.


내가 원래 한국에 돌아가서 하고 싶은 건 이런 거였다. 내가 본 지름길이었다. 한국에는 평범하지 않고 독창적인 일을 벌이면서 즐겁게 돈을 버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유튜브, 뉴스레터, 인스타 등등에서 그런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꿈을 100번씩 적고 말하면서 내 꿈이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커지고 팽창하기 시작했다.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혁신은 불편함에 의해서 나온다. 스마트폰도, 자율주행 자동차도 모두가 불편함을 느꼈지만 쉽사리 생각해내진 못한 것. 하지만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는 그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걸 만들어 냈다.


나는 대단한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아니다. 나는 이제 곧 태즈메이니아를 떠나고, 멜버른과 캔버라를 거쳐 시드니에 간다. 그리고 그 이후 행선지는 아마 퀸즐랜드 어딘가가 될 거다.


행선지에 대한 걱정은 제쳐두고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숙소였다. 차도 주차할 수 있어야 하고, 숙소 컨디션도 적당히 괜찮으면서, 가격이 합리적이고, 무엇보다 내가 공부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이 있어야만 한다. 어느 위치에 있건 상관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공부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이다.



여기저기 떠돌면서 여행과 일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흔히 디지털 노마드라고 한다. 그중에는 혁신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새로운 곳은 새로운 생각을 불러온다. 여행을 하는 건 혁신가들에겐 오히려 일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그러니 나는 코워킹 스페이스와 결합한 백패커스를 만들고 싶어졌다. 코워킹 스페이스가 필요해서 찾다 보면 월권을 끊어야만 한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여행객은 사용하기가 꽤 불편한 셈이다. 그러니 숙소와 함께 제공되는 코워킹 스페이스라면, 그게 멤버십처럼 만들어져 있어서 어느 지역에 가서도 따로 숙소의 컨디션 걱정 없이 코워킹 스페이스를 사용할 수 있는 백패커스를 만든다면 어떨까?



나에게 너무 필요한 장소이고, 혁신가들(아마 아이디어로 먹고사는 만큼 재정 여력이 충분할)에게도 괜찮은 제안이지 않을까? 나는 여행을 다니며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여행자를 위한 코워킹 플레이스라면 당연하게 비슷한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면, 그런 자리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섞여서 더 대단한 게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를 이렇게 글로 적는 이유는, 나에게 이보다 더 근사하고 멋진 아이디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꿈 하나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이 꿈이 기가 막힌 게, 내가 자주 망상처럼 생각하던 거다. 그냥 재미로 꿈꿔보던 것들? 이룰 수 있을 가능성은 정말 낮았던 것들? 그 생각이 실현 가능성을 품고 떠올랐다. 아이디어는 백패커스의 캐치프레이즈를 정하다가 떠올랐다.


마케팅을 배울 때 BTS의 성공 사례 분석 이야기를 듣게 돼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가장 빛나고 있는 혁신 분야는 K-pop이다. 게다가 요즘엔 스토리가 케이팝을 장악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스토리도, 혁신도, 케이팝에 있다. 거기다 요즘엔 영향력도 얼마나 큰지 모른다.



나는 전혀 케이팝에서 내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없었다. 다만 마케팅은 흥미롭단 생각만 했다. 근데 갑자기 청사진이 그려졌다.


이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단순 이유로 시작했던 것들이 '아, 이것 때문에 내가 이걸 하게 됐구나.', '이것 때문에 내가 그걸 하게 됐구나.' 모든 게 연결된다.


심리학사도, 글쓰기도, 스토리텔링도, 비즈니스도, 마케팅도, 철학책에 대한 탐독도 별 이유 없이 그냥 한 번 해볼까 하며 들쳐봤다. 근데 그걸 하지 않으면 안 됐을 정도로 이 청사진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모든 게 다 밑그림이었고 기초였다. 내 소망을 실현할 수 있는 꽤 재미있는 방법들이 떠올랐다. 



이 운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근데 어쩐지 보통이 아닌 거 같단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입국을 앞당겨야겠다.



요즘 날씨는 해가 비쳤다, 비가 왔다가 한다. 이런 걸 보면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거란 징조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햇살은 비추겠지. 내가 좋아하는 햇살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나타나겠지.




백패커스 아이템은 이렇게 실현되지 않은 채 세상에 나온 이상 더이상 제 것이 아닙니다. 이 꿈은 이 글을 읽어주신 감사함으로 드립니다. 저보다 더 잘 실현해 주실 수 있는 분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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