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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쉬플랏 Aug 30. 2021

매달 5만 원의 약속

오늘의 단어: 친구

 문송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시대라지만, 나는 불문과에 진학한 것을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거기가 아니었으면 내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 OT 때 서로를 알아보고 그룹을 형성 한 뒤로 쭉 우리는 잘도 몰려다녔다. 미팅에 나갔고 술을 마셨고 취준을 했고 직장인이 된 뒤 또 술을 마셨다. 물론 그룹 내에서 더 친한 사람, 덜 친한 사람은 있었고 관심사에 따라 따로 만나기도 했지만 정기적으로 다 같이 모였고 그때마다 거나하게 즐거웠다. 대학 때 만난 애들은 동기일 뿐 친구가 아니라는, 여자애들끼리 저렇게 몰려다녀 봤자 오래 못 간다는 흔한 말들은 끈질긴 우리 앞에서 무색해졌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30대 초반부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 시작했으니 모든 걸 함께하던 그들과 내가 다른 노선을 탄 지도 몇 년이 흘렀다. 때로는 서운하다. 이제 그들의 주말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게. 책이나 영화, 커리어보다 육아 이야기가 더 자주 화제에 오르고 나는 조카를 떠올리며 공감하려고 애써야 한다는 사실이. 같이 학교 다니던 시절처럼 자연스럽게 서로의 중요한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거겠지. 이러다 멀어질 수도 있고 그건 또 그것대로 어쩔 수 없는 일이며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의미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믿는다. 그래도 아직 노력하는 우리가 나는 자랑스럽다.


 한 달에 한 번 카카오 모임 통장에 5만 원을 이체한다. 우리가 만난 지 20주년이 되는 2025년에 프랑스 여행을 가기 위해서다. 여러 가지로 불안하기는 하다. 그때쯤이면 코로나 사태는 완벽하게 진정이 될까? 대부분이 아기 엄마이자 직장인인데 시간을 맞추는 게 가능할까? 그럼에도 매달 25일이 돌아오면 우리는 꼬박꼬박 돈을 보낸다. 일종의 다짐인 것이다. 우리 꼭 가는 거야, 상황이 안 되면 되게 만들어서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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