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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냥이 Sep 03. 2019

영화를 살린 클래식 #51

영화 트리스탄과 이졸데,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안녕하세요. 매달 첫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주제로한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오늘 다뤄볼 영화는 2006년 미국 영화 '트리스탄과 이졸데 (Tristan and Isolde)'입니다.



영화 트리스탄과 이졸데 포스터 [출처: 구글 이미지]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유럽 전역의 음유 시인들에 의하여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전설로써, 그 원작자가 누구인지, 어떤 사건을 배경으로 탄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그저 아시아 문화나 게르만 문화로부터 흘러 들어왔을 것이란 추측만이 난무할 뿐인데요. 영국 콘월 지방에 6세기 경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트리스탄의 비석'에 새겨진 글 '여기에 쿠노모로스의 아들인 드루스타누스가 잠들어 있다' 속 '드루스타누스'가 트리스탄과 관련된 인물일 것으로 추측하여,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야기는 고대 켈트족의 전설에서 전해진 것이라고 추측할 뿐입니다.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 [출처: alamy.com]



영국 왕실 소속의 프랑스 시인 '브리튼의 토마스 (Thomas d'Angleterre)'가 12세기 중반에 쓴 것으로 알려진 소설이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소설을 기반으로 13세기 초, 중세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 *Gottfried von Strassburg, ?-1220?)'가 쓴 운문 소설 '트리스탄 (Tristan)'이 바로 영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바탕이 된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대본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슈트라스부르크의 트리스탄은 매우 아름답고 서정적인 필체로 당대 작가, 예술가들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문학사, 예술사, 역사 등 다방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작품들 중 하나인데요. 그런 영향을 받은 음악가 중 한명이 바로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 (Wilhelm Richard Wagner, 1813-1883)'입니다.



바그너의 초상 [출처: 구글 이미지]



바그너는 부인 '민나 바그너'와 22년이란 긴 시간 동안 결혼 생활일 이어나가던 중 스위스의 부유한 상인 '오토 베젠동크'의 부인이자 시인이엇던 '마틸데 베젠동크'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결국 이 불륜이 발각되며 마틸데와의 사랑이 끝남과 동시에 민나 바그너와의 결혼 생활도 종지부를 찍게 되었습니다.

이런 금지된 사랑의 아픔을 토대로 바그너는 1855년 슈트라스부르크의 소설 '트리스탄'의 내용을 각색하여 3막의 대본을 집필하기 시작, 1857년에 대본을 완성하였습니다.



https://youtu.be/Cg3pHkzUerc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는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사랑의 죽음' [출처: 유튜브]



1863년 오페라의 초연이 지지부진하며 계속 무산되고 있던 시기에 바그너는 친구인 위대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리스트 (Franz Liszt, 1811-1886)'의 딸 '코지마 (Francesca Gaeta Cosima, 1837-1930)'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코지마는 당시 가장 위대한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로 평가받은 음악가 '한스 포 뷜로 (Hans Guido von Buelow, 1830-1894)'와 결혼을 하여 2명의 자녀를 두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요. 설상가상으로 1865년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초연을 2달 앞둔 4월에는 코지마가 바그너의 딸을 낳게 됩니다. 이 '트리스탄과 이졸데' 초연의 지휘를 한스 폰 뷜로가 맡기로 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왼쪽에서부터 마틸데 베젠동크, 코지마와 바그너, 한스 폰 뷜로 [출처 : 구글 이미지]



이런 충격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한스 폰 뷜로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초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이혼 후 코지마와 바그너가 재혼을 하였음에도 평생 바그너를 지지하고 옹호하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불미스러운 스캔들이 팡팡 터진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줄거리 역시 불륜 스토리를 담고 있는데요.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일랜드의 왕녀 '이졸데'의 사촌오빠이자 약혼자였던 모롤트를 적으로 만나 죽이고 자신도 부상을 당한 '트리스탄'은 자신의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신비한 의술로 소문이 난 '탄트리스'를 찾아갑니다.
사실 탄트리스는 이졸데가 사용하고 있었던 가명이었으며, 이졸데는 트리스탄을 치료하던 중 모롤트의 부러진 칼 끝을 트리스탄의 몸에 난 상처에서 발견하게 되었고 복수를 다짐하게 됩니다.
콘월의 왕 마르케와 정략 결혼을 하게 된 이졸데, 마르케 왕의 조카인 트리스탄을 이졸데를 아일랜드에서 콘월까지 수행하게 되었고, 이졸데는 트리스탄에게 독약을 먹여 복수하려 합니다. 시녀 '브란게네'는 독약 대신 사랑의 묘약으로 약을 바꿔치기 하였으며, 트리스탄에게 독약을 먹이고 자신도 독약을 먹고 죽으려 하였던 이졸데는 트리스탄과 사랑에 빠져버리게 됩니다.
밀회의 장면을 마르케 왕에게 들켜 칼에 찔린 트리스탄은 이졸데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두고, 둘의 사이를 용서하고 인정해주려 하였던 마르케 왕 역시 트리스탄의 부하의 손에 목숨을 잃게 됩니다.
비통한 마음 속에 모든 것을 잃은 이졸데 역시 트리스탄의 시신 위에서 자결하고 맙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혹성 탈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등 여러 영화에 출연한 미국 배우 '제임스 프랭코 (JAmes Franco, 1978-)'가 트리스탄 역을 맡고, 언더월드, 트랜스포머 등에 출연하였던 잉글랜드 배우 '소피아 마일스 (Sophia Myles, 1980-)'가 이졸데 역을 맡은 미국 영화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로빈후드, 워터 월드 등의 영화를 만든 '케빈 레이놀즈 (Kevin Reynolds, 1952-)'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라 큰 성공을 이끌어내지 못한 영화였습니다.


특히 사랑이나 비극적인 인물보다는 콘월과 아일랜드의 다툼과 전쟁에 초점을 더 맞춘 영화로 그 완성도 높은 작품성이나 스토리 때문에 꽤 깊은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에서 [출처: Czech Film Comission]



영화의 결말은 오페라나 슈트라스 부르크의 소설의 결말과는 조금 다른데요. 트리스탄이 사망하고 난 후에 마르케 왕이나 이졸데가 죽는 부분은 영화 속에서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화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우리 나라에서 1000명도 보지 않은 비운의 영화이기도 한데요. 클래식 음악사의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와 비교하며 영화를 감상한다면 그 재미가 2배로 늘어날 매우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다른 칼럼들과 연주 일정, 레슨 등은 www.soipark.net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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