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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냥이 Sep 13. 2019

영화를 살린 클래식 #52

영화 아가씨,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오중주 '슈타들러'

안녕하세요. 매달 첫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주제로한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오늘 다뤄볼 영화는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인 '박찬욱' 감독의 2016년 영화 '아가씨'에 등장한 클래식 음악 2곡 중 첫번째로 다뤄보려하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 작품번호 581번 슈타들러' 중 2악장입니다.



https://youtu.be/EdSxl4ICTmQ

영화 '아가씨'의 트레일러 [출처: 유튜브]



끌림, 작은 이방인과 같은 소설을 쓴 영국의 소설가 '세라 워터스 (Sarah Waters, 1966-)'의 2002년 역사 스릴러 소설 '핑거스미스 (Fingersmith)'는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소매치기들의 품에서 자란 여자아이와 부유한 귀족의 유산을 노리는 사기꾼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소설로 부커상 후보에 오르고, 영국 추리작가 협회가 선정하는 역사 소설 부문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스토커, 설국열차 등의 영화들로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거장 감독으로 자리잡은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세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시대의 조선을 배경으로 새롭게 각색하여 제작된 영화가 바로 2016년 개봉작 '아가씨'입니다.



작가 세라 워터스 [출처: 뉴욕타임즈]



영화 '아가씨'는 아가씨 '히데코' 역의 김민희, 하녀로 위장하는 소매치기 '남숙희' 역의 김태리, 남숙희와 공모하여 히데코의 재산을 노리는 '후지와라 백작' 역의 하정우, 히데코의 이모부이자 약혼자인 '코우즈키' 역의 조진웅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였습니다.

'아가씨'는 원작 소설에서처럼 1부에서 3부로 나눠져 1부는 하녀로 위장하여 코우즈키의 저택으로 들어가는 남숙희의 시점에서, 2부는 아가씨 히데코의 시점, 그리고 3부는 1부와 2부의 이야기의 접점과 결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아가씨' 포스터 [출처: 다음 영화]



후지와라 백작은 히데코를 유혹하여 결혼을 한 뒤에 그녀를 정신 병원에 가둬 재산을 가로챌 음모를 꾸밉니다. 이 일을 도와줄 조력자를 구하러 사기꾼 집단에 찾아간 백작은 소매치기인 남숙희에게 재산을 분배해주겠다 약속을 하고 이 일에 합류시킵니다. 숙희를 하녀로 위장시켜 코우즈키의 백작으로 보낸 백작, 알고보니 히데코와 백작은 이미 서로 알고 있던 사이였으며, 히데코는 재산과 변태적인 이유에서 자신과 약혼을 하고 속박하고 있는 이모부 코우즈키에게서의 자유를, 그리고 백작은 돈을 위하여 숙희를 이용할 책략을 꾸몄던 것입니다. 결국 히데코와 바꿔치기 당하여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숙희, 그러나 여기서 반전이 하나 더 등장하니, 바로 히데코와 숙희가 함께 생활을 하다 서로 사랑에 빠져버린  것입니다.

히데코는 백작을 유혹하는 척 하며 백작이 재산을 처분하고 모은 돈을 모두 가지고 숙희와 함께 도망을 칩니다. 결국 코우즈키에게 붙잡힌 백작은 지하실에서 고문을 받게 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수은으로 만든 담배를 피우고 코우즈키와 함께 숨을 거두게 됩니다.



히데코와 후지와라 백작 [출처: 다음 영화]



한국 영화 최초로 영국의 아카데미 상 'BAFTA'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아가씨'에는 2개의 클래식 음악이 등장하는데, 그 중 히데코의 시점이 끝나는 3부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작품이 모차르트의 유일한 클라리넷 오중주 작품인 '클라리넷 오중주 작품번호 581 슈타들러 (Clarinet Quintet in A Major, KV.581 'Stadler')'입니다.


아이네 클라아네 나흐트 무지크, 오페라 마술피리, 돈 죠반니, 레퀴엠 등을 작곡하며 음악사에서 가장 위대한 음악가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691)'는 세상을 떠나기 3-4년 전 동안 극심한 빈곤에 시달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초상 [출처: 위키페디아]



이런 가난 속에서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789년, 악기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클라리넷이 다양한 음색과 감정 표현에 능숙해지며 많은 음악가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하던 시기에 작곡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오중주 '슈타들러'는 전형적인 2대의 바이올린, 1대의 비올라, 1대의 첼로 구성의 현악사중주에 클라리넷이 추가된 구성으로 되어있습니다.



https://youtu.be/5jFUH_-bOiU

모차르트 클라리넷 오중주 '슈타들러' 중 2악장 라르게토 [출처: 유튜브]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오중주 '슈타들러'는 현재까지도 모차르트가 사망하던 1791년에 작곡된 클라리넷 협주곡, 1786년에 작곡된 피아노, 비올라, 클라리넷을 위한 '케겔슈타트 트리오 (Kegelstatt Trio in E flat Major, KV.498)'과 함께 매우 중요한 클라리넷 레퍼토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안톤 슈타들러의 초상 [출처: 구글 이미지]



모차르트와 매우 친분이 깊었으며, 모차르트가 자신이 쓴 3개의 중요한 클라리넷 레퍼토리를 모두 헌정한 오스트리아의 클라리넷 연주자 '안톤 슈타들러 (Anton Paul Stadler, 1753-1812)'는 빈곤에 시달리는 모차르트와 그의 가족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슈타들러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작곡된 이 작품의 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1악장 '알레그로 (Allegro)'
2악장 '라르게토 (Larghetto)'
3악장 '미뉴엣 (Menuetto)'
4악장 '알레그레토 콘 바리아치오니 (Allegretto con variazioni)'



2악장 라르게토는 클라리넷이 아름다운 주선율로 시작하는 이 곡의 가장 유명한 악장입니다. 서정적이면서도 각 악기의 아름다움이 도드라지는 이 악장은 영화 '아가씨'에서 숙희가 정신병원에 끌려가는 것을 보던 히데코가 배가 고프다며 백작을 데리고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하는 장면에 등장합니다.

이미 히데코에게 사랑에 빠져버린 백작이 이제 남숙희로써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하며 자신이 사랑을 하다 비참한 꼴을 당하더라도 불쌍하게 여기지 말라고 말하자, '사랑.. 사기꾼이 사랑을 하나요?'라고 히데코가 대답하는 장면에 흘러나오며 아름답지만 서글픈 멜로디와 뒤틀려버린 주인공들의 심리가 묘하게 얽혀들어갑니다.


다음 시간에는 영화 '아가씨'의 엽기적인 장면에서 등장한 프랑스 작곡가 라모의 음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다른 칼럼들과 연주 일정, 레슨 등은 www.soipark.net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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