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쏘냥이 Aug 10. 2021

영화를 살린 클래식 #71

[Spinn Off] 도쿄 올림픽에 울려퍼진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안녕하세요. 매달 첫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주제로한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1년 미뤄져 올해 7월 23일부터 8월 8일까지 17일간 무관중으로 진행된 세계인의 축제인 하계 올림픽!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치뤄진 도쿄올림픽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폭염으로 인하여 집에만 머물러 있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진 전 세계인들에게 큰 위안과 희망을 준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역시 아티스틱 스위밍, 리듬 체조, 클라이밍 등 다양한 종목에서 클래식 음악들이 쓰여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국가가 울려 퍼지는 시상대에서 국가 대신 클래식 음악이 쓰이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주인공은 바로 러시아 국가 대신 울려퍼진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입니다.



https://youtu.be/2ak5l3y0Bzc

이브게니 키신이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출처: 유튜브]



발레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비창 교향곡 등의 작품으로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명인 '표트르 차이코프스키 (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는 러시아 국민악파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은 후기 낭만 작곡가입니다.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3개의 피아노 협주곡 중 첫번째 협주곡인 '피아노 협주곡 1번 내림 나단조 작품번호 23번 (Piano Concerto No.1 in b flat minor, Op. 230)'은 그가 1874년에 당시 모스크바 음악원장이자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였던 '니콜라이 루빈슈타인 (Nikolai Frigoryevich Rubinstein, 1835-1881)'를 위하여 작곡하였습니다.



차이코프스키 [출처: 위키피디아]



1874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 곡을 헌정하려던 차이코프스키의 첫번째 피아노 협주곡에 대하여 '촌스럽고 진부하다'란 혹평을 남긴 루빈슈타인에게 크게 마음을 상한 차이코프스키는 루빈슈타인의 수정 요구를 거절하였고, 1875년 독일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한스 폰 뷜로 (Hans Guido Freiherr von Buelow, 1830-1894)'에게 재헌정하였습니다.

평소 차이코프스키를 존경하였던 한스 폰 뷜로는 1875년 미국 보스턴에서 이 곡을 초연하였으며 이 곡을 극찬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년이 지난 1878년에 루빈슈타인은 이 곡에 대한 평가를 철회하고 차이코프스키에게 사과하며 두 사람의 관계도 회복되었습니다.



러시아 국기 대신 올려지는 러시아 올림픽 선수단의 오륜기 [출처: 구글 이미지]



1악장 '알레그로 논 트로포 에 몰토 마에스토소-알레그로 콘 스피리토 (Allegro non troppo e molto maestoso-Allegro con spirito)', 2악장 '안단티노 심플리체-프레스티시모 (Andantino Simplice-Prestissimo)', 3악장 '알레그로 콘 푸오코 (Allegro con fuoco)'로 구성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중 1악장의 도입부는 클래식 음악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익숙한 주제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도입부는 차이코프스키가 우크라이나 키에프 근교에 있는 시장 거리에서 들었던 거리 음악가들의 음악에서 기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이 주제가 단 두 번만 들리도록 작곡하였으며, 이 주제가 도쿄 올림픽에서 러시아의 국가 대신 연주되었습니다.



https://youtu.be/OjWOy5U9iRs

러시아 국가 대신 연주되는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중 1악장의 주제 [출처: 유튜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가 체계적으로 자행한 조직적인 도핑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며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러시아가 국가적으로 자행한 도핑은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장애인 선수들의 올림픽인 패럴림픽 선수들에게도 도핑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며 도핑 사건에 연루된 모든 러시아 선수들의 메달들이 모두 몰수되었습니다. 또한 러시아는 2020 도쿄올림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2022 카타르 월드컵 등에 국가로서는 참여할 수 없는 조치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 올림픽 선수단 (Russian Olympic Committee, 줄여서 ROC)'란 이름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였으며 국기나 국가명, 그리고 국가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러시아 올림픽 선수단의 오륜기 [출처: 위키백과]



이러한 이유로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러시아 올림픽 선수단은 금메달을 획득해도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의 1악장을 국가 대신 연주하고, ROC오륜기를 국기 대신 계양하는 수모 아닌 수모를 겪게 되었습니다.


도핑으로 얼룩져 국가명조차 제대로 쓸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러시아 국가 대신 연주된 클래식 음악,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중 1악장, 씁쓸하면서도 헛웃음이 나오는 풍경을 만약 차이코프스키가 현재도 살아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 매우 궁금한 장면이 아니었을까요?



*다른 칼럼들과 연주 일정, 레슨 등은 www.soipark.net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를 살린 클래식 #7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