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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냥이 Sep 12. 2022

영화를 살린 클래식 #84

영화 '푸른 소금', 차이코프스키 '스케르초'

안녕하세요. 매달 첫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주제로한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영화 '푸른 소금' 포스터 [출처: 구글 이미지]



영화 ‘태양은 없다’, ‘그대 안의 블루’,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 ‘시월애’, ‘용서받지 못한 자’, ‘귀향’ 등으로 잘 알려진 이현승 감독의 연출로 2011년에 개봉한 영화 ‘푸른 소금’은 당시 주가를 올리고 있던 배우 ‘신세경’을 비롯하여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인 ‘송강호’가 주연을 맡았으며 천정명, 이종혁, 윤여정, 김민준 등의 대형 배우들이 열연을 펼친 영화입니다. 아쉽게 큰 흥행을 부르지는 못하였지만, 뛰어난 영상미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잡은 영화입니다.



https://youtu.be/n0gQZZgAFng

영화 '푸른 소금' 트레일러



조직 폭력배 조직에 몸을 담았었으나, 현재는 은퇴를 하고 고향 부산에서 요리 학원을 다니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윤두헌 (송강호 분)', 그리고 그의 앞에 나타난 '조세빈 (신세경 분)'.

사실 세빈의 정체는 자신의 빚을 청산하기 위해 '강 여사 (윤여정 분)'의 아래에서 일하고 있는 사격선수 출신의 킬러입니다. 조직의 보스는 두헌을 후계자로 삼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하고, 세빈은 두헌을 감시하란 의뢰를 받게 되어 두헌이 있는 부산으로 오게 된 것이죠. 

세빈은 점차 두헌과 가까워지며 사랑에 빠져버리지만, 결국 두헌의 친구였으나 현재 조직의 2인자로 보스 자리를 노리는 '백경민 (이종혁 분)'의 배신으로 인하여 두헌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게 됩니다.

지시와 사랑 사이에 망설이던 세빈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그녀는 두헌에게 겨눈 총에 푸른 소금으로 만든 총알을 장전하였을까요? 아니면 실탄을 장전하여 두헌에 의하여 죽은 것으로 의심되는 자신의 친구 '은정'의 복수를 하게 될까요?



점차 서로에게 가까워져가는 두헌과 세빈 [출처: 영화 '푸른 소금']



영화 '푸른 소금'은 그 감각적인 영상미처럼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배경 음악들이 등장하여 눈과 귀를 동시에 즐겁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킬러의 비정함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우리가 사랑하는 클래식 작품이 한 곡 등장하여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는데요.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소중한 시절의 추억' 중 두 번째 곡인 '스케르초'입니다.



https://youtu.be/IpG8RGJcEss

필자가 직접 연주한 차이코프스키의 '소중한 시절의 추억'



러시아 낭만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인 ‘차이코프스키 (Pyotr Ilya Tchaikovsky, 1840-1893)’는 발레음악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인형’,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등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입니다. 그가 31세의 나이였던 1878년에 작곡된 ‘소중한 시절의 추억 (Souvenir d’un lieu cher, Op.42)’은 ‘소중한 곳의 추억’이라고도 불리는 작품으로 아주 독특하게 인물이 아닌 장소에 헌정된 곡입니다.


자신의 제자였던 밀류코바와의 결혼이 2달만에 파국을 맞게 되자 자살 기도까지 하였던 차이코프스키는 휴양 차 스위스로 떠났었는데요. 그 후 자신의 후원자였던 ‘나데츠다 폰 메크 (Nadezhda von Meck, 1831-1894)’ 백작부인의 우크라이나 영지 ‘브라일로프 (Brailov)’에 머무는 동안 이 작품을 작곡하였습니다. 차이코프스키보다 9살 연상이었던 메크 백작부인은 매우 독특한 조건으로 차이코프스키를 물심양면으로 후원하였는데요. 바로 13년동안의 후원 기간 동안 차이코프스키가 자신을 만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조건의 후원을 받았던 차이코프스키는 폰 메크 부인의 영지 브라일로프에 ‘소중한 시절의 추억’을 헌정하게 되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 [출처: 위키피디아]



차이코프스키가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하여서만 작곡한 3개의 소품 작품 모음곡인 ‘소중한 시절의 추억’은 1번 ‘명상곡 (Meditation)’, 2번 ‘스케르초 (Scherzo)’, 그리고 3번 ‘멜로디 (Melody)’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곡인 ‘스케르초 (Scherzo)’가 바로 영화 ‘푸른 소금’에 등장하는 곡으로, 강 여사가 자신의 부하를 총으로 쏴 죽일 때 등장하는 배경음악인 스케르초는 긴장감 가득한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대립, 중반부의 밝고 아름다운 분위기의 선율, 그리고 다시 살얼음판과 같은 긴장감을 달려가는 구조로 작곡되었으며, 마치 한 편의 스릴러의 클라이맥스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영화 ‘푸른 소금’에서도 차이코프스키의 ‘소중한 시절의 추억’ 중 ‘스케르초’는 그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잘 살려주고 있는 매우 아름답고도 극적인 클래식 곡으로 깊은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다른 칼럼들과 연주 일정, 레슨 등은 www.soipark.net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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