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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냥이 Aug 18. 2022

영화를 살린 클래식 #83

영화 '옥자', 탱고 음악 '에바리스토 카리에고'

안녕하세요. 매달 첫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주제로한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영화 '옥자' 포스터 [출처: 위키피디아]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며 세계적인 감독임을 입증한 봉준호 감독이 2017년,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아 개봉시킨 오리지널 넷플릭스 영화 <옥자>는 안서현, 변희봉, 최우식, 윤제문과 같은 우리나라의 굵직한 배우들뿐만 아니라 틸다 스윈턴, 제이크 질렌할, 스티븐 연, 릴리 콜린스와 같은 헐리우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 한미 합작 영화입니다.



https://youtu.be/eOdMVj1mnHE

영화 '옥자' 예고편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 낸 슈퍼 돼지를 '칠레 농장에서 발견한 돌연변이 돼지'라 속이고 미국 애리조나 농장으로 데려와 자연교배로 26마리의 새끼를 낳았다고 발표한 미란도 기업의 CEO '루시 미란다 (틸다 스윈턴 분)'는 이 26마리의 슈퍼 돼지 새끼를 세계 26개국의 농민들에게 보내 키우게 하고 10년 뒤에 가장 잘 기른 슈퍼 돼지를 선발하기로 합니다. 그 중 한마리가 바로 강원도 산골 농민 '주희봉 (변희봉 분)'에게 분양되어 옥자란 이름으로 키워집니다. 10년이 지난 후 희봉의 손녀 '주미자 (안서현 분)'는 부모를 잃고 희봉과 함께 살며 옥자를 유일한 친구로 삼아 지내고 있습니다.

약속의 날이 돌아오고, 미란다 그룹에게 스카우트 된 동물 프로그램 <애니멀 매직 라이브쇼>의 진행자 겸 수의사 '닥터 조니 (제이크 질렌할 분)'는 사람들과 카메라를 대동하여 함께 들이닥칩니다. 옥자를 검사한 닥터 조니는 옥자를 이 슈퍼 돼지 선발대회의 우승자로 선정합니다. 희봉은 옥자를 미란다 그룹에 돌려줘야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미자를 데리고 자리를 피하고, 그 사이 조니 박사와 일행은 옥자를 데리고 사라져버립니다.



영화 '옥자' 중 [출처: 넷플릭스]



미자는 사라진 옥자를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서고 '동물해방전선 (ALF)'의 도움 아닌 도움 등을 통해 옥자와 재회하게 됩니다. 옥자를 구하기 위해 뉴욕까지 가게 된 미자는 옥자를 구하고 다시 옥자와 함께 평온하고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봉준호 감독은 모순적인 것, 불편한 것들을 함께 배치하거나 대치시키는 방법을 통하여 자신만의 미학의 영역으로 승화시키는데 탁월한 감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 <옥자>에서도 이러한 봉준호 감독 특유의 미학적 요소들이 많이 담겨 있죠. 그 중 옥자가 수송차에 실려 닥터 조니의 실험실에 당도하기까지 옥자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장면에 등장하는 음악이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고, 이 장면에서 등장하는 배경 음악이 바로 로비라의 탱고곡인 '에바리스토 카리에고 (A Evaristo Carriego)'입니다.



https://youtu.be/pXQQwEScpAA

필자가 직접 연주한 에바리스토 카리에고



'에바리스토 카리에고 (Evaristo Carriego, 1883-1912)'는 '천상의 깃발 (La bandera celeste)', '여관 (La fonda)'와 같은 시를 쓴 아르헨티나의 시인이자, 여러 탱고 음악의 가사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입니다. 그를 기리기 위해 작곡된 탱고 곡인 '에바리스토 카리에고'는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다양한 버전으로 편곡되어 연주되고 있는 곡입니다.


반도네온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에두아르도 로비라 (Eduardo Oscar Rovira, 1925-1980)'는 200곡이 넘는 탱고 작품들을 작곡하였는데, 그가 1969년에 작곡한 '에바리스토 카리에고'는 위대한 탱고 음악가 '오스발도 푸글리에세 (Osvaldo Pugliese, 1905-1995)'의 악단이 처음 녹음하여 발표하였습니다. '레멤브란차 (Remembranza)', '라 슘바 (La Yumba)', '말라 훈타 (Mala Junta)' 등의 곡들과 함께 푸글리에세의 가장 대표적인 곡 중 하나로 손꼽히는 '에바리스토 카리에고'는 여러 탱고 댄서들에게도 깊은 영감을 주며 공연 곡으로도 자주 선곡되는 매우 정열적이면서도 애수에 찬 곡입니다.



https://youtu.be/3N7MhkhlWBs

푸글리에세의 악단이 연주하는 에바리스토 카리에고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동시 개봉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는 넷플릭스 이용자를 크게 늘리는 효과를 보여주며 봉준호 감독만의 영상미와 풍자적인 요소들이 매우 잘 들어있는 영화입니다. 다양한 평가를 보여준 영화 <옥자>처럼 다양한 배경음악을 영화에 담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선택을 받은 매우 애절한 탱고 음악 '에바리스토 카리에고'와 어우러지는듯 이질적인 장면이 매우 인상적인 영화 <옥자>였습니다.



*다른 칼럼들과 연주 일정, 레슨 등은 www.soipark.net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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