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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냥이 Aug 10. 2017

영화를 살린 클래식 #25

영화 어벤져스-Age of Ultron, 1.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

안녕하세요. 매달 2, 4번째 주에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모은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오늘은 헐리우드에서 몇년 사이 가장 핫한 영화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의 두번째 영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 속의 아리아 "정결한 여신 (Casta Diva)"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는 "정결한 여신" [출처: 유튜브]

"마블 (Marvel Comics)"은 스파이더맨, 엑스맨, 스타워즈, 트랜스포머 등 우리도 익히 알고있는 이름의 슈퍼히어로 작품들을 출판한, "DC 코믹스"와 함께 미국 만화업계를 책임지고 있는 만화 회사입니다.

이 마블에서 다른 배급사나 영화 제작사로 판권을 넘기지 않고 직접 제작한 영화들이 바로 "아이언맨 시리즈",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토르 시리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 등이 있는데요. 그 중 가장 제작비나 스케일 면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 시리즈가 바로 이 슈퍼 히어로들이 모두 모여 올스타전을 벌이는 영화 시리즈인 "어벤져스 (The Avengers) 시리즈"입니다.

복수를 한 사람들이란 뜻의 "Avengers" 영화 시리즈는 현재 "어벤져스",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이렇게 3개의 작품이 제작, 개봉하여 전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으며 2019년에 이 영화 시리즈의 마지막인 4번째 영화가 개봉할 예정입니다.

영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포스터 [출처: 구글]

그 중 2번째 작품인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Age of Ultron)"은 2014년 한국에서 촬영을 진행하며 큰 이슈를 일으켰던 영화로 우리 나라에서만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울트론 (Ultron)"은 사전에는 없는 영단어로, 마블 코믹스에서 만든 가상의 히어로 세상에 등장하는 "슈퍼 악당 (Supervillain)"을 뜻합니다. 즉 이 어벤져스 2탄의 부제는 "슈퍼 악당의 시대"로 해석될 것입니다.

미국의 호러 드라마인 "버피 (Buffy the Vampire Slayer, 1997~2003)"의 감독이자, 2012년 영화 어벤져스의 감독을 맡으며 유명해진 "조스 휘던 (Joss Hill Whedon, 1964~)"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아이언 맨 (Ironman) - 토니 스타크 (Tony Stark)"의 역할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Robert Downey Junior, 1965~)", "캡틴 아메리카 (Captain America)" 역을 맡은 "크리스 에반스 (Christopher Robert Evans, 1981~)", "토르 (Thor)"의 "크리스 햄스워스 (Chris Hemsworth, 1983~)", "로키 (Loki)" 역의 "톰 히들스턴 (Thomas William Hiddleston, 1981~)", 그리고 "헐크 (Hulk) - 브루스 배너 박사 (Bruce Banner)" 역의 "마크 러팔로 (MArk Ruffalo, 1967~)" 등 그 출연료만으로도 큰 이목을 끌 정도로 호화 캐스팅을 한 영화이기도 하며 줄거리는 전편에서 이어지게 됩니다.

어벤져스 출연진들 [출처: 구글 이미지]

토르의 동생인 로키가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고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등의 어벤져스가 저지하는 것이 주된 줄거리였던 1편에 이어진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로키의 강력한 무기였던 지팡이를 적에게서 회수한 어벤져스, 토르가 자신의 고향별인 "아스가르드"로 이 지팡이를 다시 가져가기로 하고, 그 전에 아이언맨과 헐크, 즉 토니 스타크와 브루스 배너 박사는 이 지팡이를 연구해 인공지능의 슈트 군단인 "평화 유지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하지만 이 연구가 잘못되며 슈퍼 악당 "울트론"이 만들어지게 되고, 어벤져스는 새로 합류하는 다른 초능력자들과 함께 울트론을 막기 위한 싸움을 하는 것이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줄거리입니다.

울트론의 모습 [출처: 구글 이미지]

영화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는 2개의 클래식 작품이 영화 속에서 큰 인상을 남겨주었는데요.

그 첫 작품이 바로 이탈리아의 작곡가 "벨리니 (Vincenzo Salvatore Carmelo Francesco Bellini, 1801~1835)"의 오페라 "노르마 (Norma)" 속의 아리아 "정결한 여신 (Casta Diva)"입니다.

벨리니는 "로시니 (Gioacchino Rossini, 1792~1868)", "도니제티 (Gaestano Donizetti, 1797~1848)"와 함께 대표적인 벨칸토 오페라 작곡가로 알려져 있는데요.

너무 극적이거나 신파적인 감정의 표현보다는 예쁜 소리와 화려한 기교 등을 중요시 여기던 "아름다운 (Bel) 노래 (Canto)"란 뜻의 18세기에 정립되어 쓰인 성악 창법 "벨칸토 (Bel Canto)"라 합니다.

벨리니의 초상 [출처: 위키페디아]

이 벨칸토 창법을 토대로 작곡된 오페라를 "벨칸토 오페라"라고 하는데요.

벨리니는 "몽유병 여인 (La Sonnambula, 1831)", "청교도 (I Puritani, 1835)", "비앙카와 페르난도 (Bianca e Gernando, 1826)", "해적 (Il Pirata, 1827)" 등 많은 벨칸토 오페라 작품을 작곡하였으며, 그 중 "노르마 (Norma)"는 벨리니가 30세가 되던 1831년에 작곡, 초연한 2막의 오페라로 줄거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로마의 통치 아래 있던 기원전 50년 경의 갈리아 지방에 파견된 폴리오네 총독과 은밀한 사랑을 통해 두 아이를 낳은 갈리아 드루이드인들의 여사제장이자 드루이드교 교주인 오로베조의 딸 "노르마",

그녀는 노르마에의 사랑이 식은 폴리오네가 아르민술 신전의 젊은 여사제 아달지자와 새로운 사랑에 빠져 아달지자를 데리고 로마로 돌아가려한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아달지지에게 자신의 아이들을 맡기려는 노르마와 아이들의 아버지가 폴리오네인 것을 알고 그를 설득해 노르마에게 돌아가게 만들려는 아달지자, 하지만 폴리오네는 아달지자의 청을 거절하였고 이에 분노한 노르마는 사람들을 선동해 로마와의 전쟁을 일으키려 합니다.

그 와중에 아달지자가 여사제들과 함께 있던 신전에 잠입한 폴리오네가 드루이드인들에게 발각되어 끌려나오고, 노르마는 "정결 서약을 어긴 여사제를 고발하겠습니다. 그녀는 바로 저입니다."라며 폴리오네와 아달지자, 그리고 노르마의 아이들을 구하려 사람들 앞에서 고백하고 스스로 화형대에 올라갑니다.

노르마의 희생과 큰 사랑에 감동한 폴리오네는 화형대에 함께 오르며 오페라는 끝이 납니다.

노르마 초연 포스터 [출처 : 구글]

그 중 1막에서 폴리오네의 배신을 알게된 상황에서도 사람들에게 평화를 지켜야 한다고 다독이며 신께 기도하는 장면에서 노르마가 부르는 아리아가 바로 "정결한 여신 (Casta Diva)"이며 가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Casta Diva, Che inargenti.. Que sacre antiche piante a noi volgi il bel sembiante.
Senza nube e senza vel.. Tempra, o diva, tempra tu de' cori ardenti..
tempra ancora lo zelo audace, spargi in terra quella pace, che regnar tu fai nel ciel..
정결한 여신이여, 당신은 이 신성하고 오래된 나무들을 은빛으로 물들입니다.
우리에게 보여주소서 구름도 없고 베일도 쓰지않은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진정시켜 주소서, 오 여신이여. 진정시켜 주소서, 당신이 타오르는 마음을. 진정시켜주소서,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것을.. 당신이 하늘에서 그리 하듯 땅 위에 평화를 뿌려주소서..

Fine al rito : e il sacro bosco, Sia disgombro dai profani..
Quando il Nume irato e fosco chiegga il sangue dei Romani,
Dal Druidico delubro la mia voce tuonera, Candra; punirlo io posso.
Ma, punirlo, il cor non sa..
의식은 끝났다 : 그리고 신성한 숲에 세속인들은 없다...
분노하고 우울한 신이 로마인들의 피를 요구한다면, 드루이드 신전에서 내 목소리가 천둥치리라.
그러나 나의 마음은 그를 용서하고 있구나..

Ah! bello a me ritorna, Del fido amor primiero.
E contro il mondo intiero... Difesa a te saro.
Ah! bello a me ritorna, Del raggio tuo sereno..
E vita nel tuo seno, E patria e cielo avro..
Ah! riedi ancora qual eri allora, Quando il cor ti diedi allora, Ah! riedi a me..
아! 아름다운 사람아 처음의 충신한 사랑으로 내게 돌아오라.
모든 세상과 맞서 당신을 보호할 것이다..
아! 아름다운 사람아 평온한 빛과 함께 내게 돌아오라.
조국이여, 그리고 하늘이여.. 그의 품 안에서 살고 싶습니다..
아! 돌아오라 다시 예전의 그대로.. 나의 마음을 네게 주었던 그때로.. 아! 돌아오라 내게로..

이 아리아는 그리스계 미국인인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MAria Callas, 1923~1977)"가 애창하며 "소프라노의 교과서"란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대중들에게서 잊혀졌던 오페라 "노르마" 역시 이 아리아를 통해 다시 많은 사랑을 받으며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도 등장하게 되었으며 영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는 영화 초반, 첫 결투 후 비행정을 탄 브루스 배너 박사가 헐크에서 다시 본모습으로 돌아와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해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장면에서 흐르는데요.

이 장면에서는 마리아 칼라스가 직접 부른 "정결한 여신"을 배경으로 썼다고 합니다.

아름답고도 경건한 칼라스의 목소리로 신께 기도하는 아리아 "정결한 여신"은 감정이 격해지면 녹색 괴물인 헐크로 변하게 되는현대판 프랑켄슈타인의 몸을 지닌 배너 박사의 고통을 달래주기에 가장 적합한 음악이자 클래식 작품이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