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살린 클래식 #32
영화 "과속스캔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
안녕하세요. 매달 2, 4번째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모은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한국 코미디 영화 속에 등장한 유명한 클래식 작품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영화 "과속스캔들" 포스터 [출처: 다음 영화]2008년 12월에 개봉해 큰 이슈를 일으키며 관객몰이에 성공한 "차태현 (1976~)", "박보영 (1990~)", "왕석현 (2003~)" 주연의 영화 "과속스캔들"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데요.
"써니", "타짜 2" 등의 영화로 유명한 "강형철 (1974~)"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침체기에 빠져있던 배우 차태현이 재기에 성공한 영화이며, 무명이었던 박보영을 단숨에 탑 여배우 반열에 들어설 수 있도록 해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복잡하긴 하지만 독특한 줄거리로 예고편부터 큰 눈길을 끈 영화이기도 한데요.
영화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잘 나가던 가수에서 안정적인 디제이로 변신, 꾸준한 인기를 받고 있는 라디오 DJ "남현수 (차태현 역)"는 스캔들 하나 없이 비밀스런 연애를 즐기며 행복한 삶을 지내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남현수는 그의 라디오 방송에서 큰 인기를 모은 사연의 주인공 "황정남 (박보영 역)"과 통화 연결을 하게 되었고, 이 날 방송을 통해 황정남은 자신이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며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 하였고, 남현수는 "아버지 만나면 꼭 밥 차려 드려라"며 답합니다.
방송이 끝난 후 스탭들과 그 "아버지"는 얼마나 날벼락일지 비웃은 남현수,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애인을 기다리고 있던 그의 앞에 나타난 황정남과 남자아이는 남현수에게 자신들의 출생의 비밀을 밝히게 됩니다.
바로 남현수가 중3 때 외가의 옆집에 살고 있던 누나와 실수로 낳게된 딸이 바로 황정남이며, 데리고 온 남자아이는 황정남이 고2때 사고를 쳐 낳은 아들, 즉 남현수의 손자 "황기동"이란 사실입니다.
이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한 남현수는 어쩔 수 없이 황정남과 황기동 모자를 거둬 함께 살며 일어나는 스캔들을 다룬 영화가 바로 "과속스캔들"입니다.
1853년, 20세의 브람스 [출처: 구글 이미지]이 복잡다난한 코미디 영화 "과속스캔들"에 등장해서 큰 인상을 주는 클래식 작품이 있는데요.
바로 손자인 어린 황기동이 유치원에서 피아노로 연주하며 모두에게 박수를 받는 장면에서 나오는 클래식 작품이자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인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입니다.
독일의 유명한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이며 작곡가이기도 했던 "요하네스 브람스 (Johannes Brahms, 1833~1897)"는 우리에게 "슈만 부부"와의 삼각 관계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인데요.
브람스는 그가 15세가 되던 1848년, 헝가리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에두아르드 <에데> 레메니 (Eduard <Ede> Remenyi, 1828~1898)"가 독일 함부르크에서 가진 연주회를 보고 반하게 되어 그와 친분을 쌓게 되었고, 레메니가 연주하는 헝가리 집시 풍의 서정적인 음악에 큰 관심을 갖고 레메네의 피아노 반주를 자청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전 유럽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던 레메니는 하지만 어리고 열정적인 브람스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되었고, 그의 제안을 수락, 브람스와 함께 1853년 독일 전역을 순회하는 공연을 하였습니다.
레메니의 초상 [출처: 위키페디아]이 연주 여행을 하는 도중 브람스는 뒤셀도르프에서 슈만 부부를 만나게 되었고, 아픈 짝사랑과 재능을 인정 받고 독일을 대표하는 작곡가로의 성공가도를 달리는 기회도 얻게 되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연주 여행은 그만큼 브람스의 음악가로써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음악 활동이었는데요, 레메니와 함께 연주를 다니는 동안 브람스는 레메니를 통하여 헝가리 집시 음악의 특색을 연구하고 자신만의 음색으로 소화해내기 위해 피아노 연주곡으로 작곡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레메니와 더이상 연주 여행을 하지 않고 오스트리아 빈에 정착하고 난 후인 1869년, 브람스는 그의 나이 36세에 10곡으로 묶인 "헝가리 무곡집 제1권"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헝가리 출신의 음악가들은 이 헝가리 무곡집 제1권의 출판 직후, 절찬리에 판매되는 이 작품을 접하고 헝가리 음악을 표절한 작품이라 하여 법정 소송을 걸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편곡 작품으로 자신의 작품 번호를 달지 않고 발표하였던 이유로 법원은 브람스의 편을 들어줬습니다.
총 21곡의 헝가리 무곡을 작곡했던 브람스는 그러나 더이상의 분쟁을 원치 않았기에 11년이 지난 1880년, 그의 나이 27세가 되던 해에서야 비로소 전곡 21곡이 든 작품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헝가리 집시들의 춤 [출처: 핀테레스트]5분 내외의 짧은 곡들로 작곡된 21곡의 헝가리 무곡은 그 중 1번과 5번이 가장 유명하며, 현재는 브람스 본인이 작곡한 피아노 버전보다 관현악을 위해 편곡된 버전이 훨씬 더 많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부쩍 추운 겨울, 브람스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헝가리 무곡 5번을 다양한 변주로 편곡한 피아노 연주가 담겨있는 영화 "과속스캔들"을 감상하며 따뜻한 밤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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