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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Sep 28. 2020

완전 금주 2년의 소회

적당히란 것은 없다.

완전 금주한 지 2년이 넘었다. 

2018년 6월 16일부터 금주를 시작했다. 벌써 2년 하고도 석 달이 지났다.

내가 술을 먹기 시작한 이후로 임신과 수유기간을 빼고 자발적인 금주는 처음이다.  

"현주가 술을 안 마신다고?"

나를 아는 지인들은 속으로 다소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온라인 지인이건 오프라인 지인이건 간에, 누가 봐도 나는 술을 즐기는 사람으로 보이니까.




나의 술 역사는 오래되었다. 

제일 처음은 중학생 때였는데, 그건 그저 맥주 몇 모금의 경험이었다. 나의 궁금증에 어른들이 '허허허허 한번 마셔봐라.' 하셨던 거였다. 

본격적인 것은 대부분이 그렇듯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의 대열에 합류하면서부터였다. 

몰랐는데 나는 술이 꽤 쎈 타입이었다. (중학생 때 마신 반잔의 맥주가 아무렇지 않았기도 했고, 아빠의 주량으로 짐작하긴 했었다.)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술 먹은 티가 나지도 않았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한 달 반 동안 주말도 쉬지 않고 하루도 빠짐없이 술 마시는 자리가 있었다. 그래도 엄마와 아빠는 전혀 모르셨을 정도니까. 술 마셨냐?라는 말씀 한번 없으셨다.


반면 남편은 술을 아예 못 마시는 사람이다. (집안 내력이다)

남편과 나는 같은 과 1년 선후배 사이였는데, 가끔 여러 학번이 모이는 자리가 생기면 긴장이 되었다. 남편에게 어떻게든 술을 먹여보려고 악착을 떠는 선배가 가끔 있었기 때문이다.(그때는 그런 시대였다) 한 잔만 마셔도 바로 토하는 걸 아는데도 계속 그걸 반복하다 보면 술을 마실 수 있게 될 거라면서 우기는 사람이 있었다. 커플이 된 이후에는 내가 흑기사를 해주었다. 여자가 대신 마시겠다고 나서면 분위기는 나빠지지 않고 무마되었다. 하루는 작정을 하고 짜증 나는 선배의 강권에 연거푸 소주 7잔을 받아마셨는데, 몇 학번이나 어린 후배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반성이었는지 어쨌는지, 그다음부터는 남편에게 술을 강권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때부터니까 25년쯤 되는 기간이다. 

숱한 만남의 자리에는 으레 술이 있었다. 여자들끼리만 만나도 와인이든 맥주든 막걸리든 소주든 양주든 술은 늘 있었고 나는 며칠에 한 번은 술을 마셔왔다. 


친정에 가도 식사를 할 때 아빠는 담금주 맛 좀 볼 테냐고 내게 권하시고 신이 나서 따라오셨다. 맛이 좋다고 하면 되게 좋아하시면서 '가져가게 한 병 따라주랴?' 하셨는데, 이제는 우리 가족이 가는 날에도 아빠 혼자 말없이 따라 드신다. 내가 금주를 하고 나서 유일하게 안타까운 점이다.


지난 2년간 몇몇 자리에서 어르신들의 권유도 있었지만 술을 끊었다고 말씀드리면 당연히 그러냐며 재차 권하지 않으셨고(이제는 그런 시대다), 친구들을 만나도 금주한 사실을 블로그를 보고 알고 있어서 권하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사람을 만나서 마시기보다는 대체로 혼자 맛있는 안주를 마련해 놓고 집에서 마시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그냥 나만 맘을 먹으면 되는 일이었다. 




나는 술안주로 특히 감자과자와 떡볶이나 닭발 같은 매운 요리를 좋아했다. 

내가 그것들을 먹으면 남편은 맥주랑 같이 마시라면서 냉큼 슈퍼에 가서 일일이 제조일자를 확인하고 가장 최근의 맥주로 사다 주었다. 박스로 사놓으면 더 싸고 편하지 않나 싶었지만, 몇 번 박스로 사놓은 술을 금방 마셔버리는 것을 본 남편은 매번 사다 줄 테니 더 이상은 박스로 사지 말자고 했다. 그리고 요청하지 않아도 내가 감자과자를 뜯거나, 밤에 야식을 만들면 냉큼 슈퍼로 달려 나갔다.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네가 너무 맛있어하면서 마시니까 정말 행복해 보여서 사러 나가는 게 귀찮지가 않아."


하지만 남편은 이런 이유로, 금주를 함에 있어 내가 꽤 괴로워할 것으로 생각했다. 먹고 싶은 것을 참아내는 건 혹독한 것이니까.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감자과자나 야식을 먹기 위해 술을 핑계 삼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그냥 그것들을 계속 먹을 수 있다면 술은 안 마셔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남편한테도 여러 번 말했었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 나는 안주를 너무 좋아하는 거였다. 술이 1순위가 아니었다. 술은 그 안주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편이었다. 술을 마시고 싶은 이유는, 그에 딸려오는 음식 때문이었다. 남편은 그 말을 절대 믿지 않았다. 


나는 증거를 들이댔다. 내가 좋아한 건 음식이지 술이 아니라고.


증거 1) 나는 여태 안주 없이 술을 한 모금이라도 마셔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살찌는 게 싫어서 안주를 전혀 안 먹고 술을 마신다는 친구가 있었는데, 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럼 술을 왜 마셔?'


증거 2) 임신과 수유기간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술을 안 마신 때가 있었는데, 그건 여행 중일 때였다.(단, 유럽에서는 한 달 내내 거의 매끼 마셨다. 단지 유럽의 맥주가 궁금했다.) 한 달이 넘는 여행도 꽤 많이 다녔는데, 여행 내내 술 생각이 나지 않았다. 떡볶이는 없었지만 그래도 감자과자를 줄곧 사 먹으면서 다녔는데 말이다.


증거 3) 남편이 없어서 내가 술을 사러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야식을 먹어도 술을 포기했다. 바로 지척에 있는 슈퍼인데도 귀찮았다. 그 귀찮음을 이기지는 못할 정도라는 거다. 


그럼에도 나는 술을 마셨다. 

아이가 잠들고 나면 나는 음식이 먹고 싶어 졌다. 

아이와 함께 밥을 먹으면 먹는 행복이 온전히 충족되지 않는다. 신경 쓸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살이 찌고 다음날 피곤할 걸 알면서도 그밤에 혼자 내 그릇을 온전히 먹고 싶어 지는 거다. 핑계 같지만 사실이다. 신경쓸 누군가가 없이 나만의 음식이 먹고 싶어 지는 것이다. 


야식을 잘 먹지 않는 남편 앞에서, 남편보다 살이 찐 내가, 나 홀로 야식을 먹는 데에는 술과 함께면 핑계가 되는 것 같았다. 밤에 혼자 과자를 우걱우걱 먹는 것은 온당하지 않게 여겨졌는데, 술과 함께 먹는 거면 뭔가 타당하게 느껴졌고, 이해받는 것 같았다. 

'술 마시고 싶은데 안주 없이는 안 되니까 과자를 좀 먹어야겠어.' 이런 느낌.

프리패스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술을 핑계 삼으면 죄책감 없이 오케이 랄까.


그런데 점점 상황에 얽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에 그러니까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이 아침을 챙겨주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나는 술을 떠올렸었다. 술을 마실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꼭 술을 마시고 싶은 게 아니라 술을 마셔도 되는 상황이 되어 술을 마시려는 것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런 짬은 쉽사리 나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술은 적든 많든 마시고 나면 간에서는 해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다음날 컨디션이 조금은 좋지 않았다. 미약해서 못 느낄 때도 있겠지만, 어쨌든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랑은 차이가 있다.

그래도 술을 마실 타이밍을 그냥 넘기면 아까우니까 배가 불러도 나는 야식을 만들었고, 과자 봉지를 뜯었다. 



술의 종류는 가리지 않았으나, 하이네켄 케그를 특히 좋아했다.

이 5리터짜리 생맥주 케그를 뜯으면  통이 비기 전까지 매일 맥주를 마셔야 하는 부담이 있다. 어느 때는 부담이었고, 어느 때는 좋은 핑계였다. 

거품이 보존되는 구조라지만, 하루가 지날수록 거품의 양에는 차이가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마셨다. 빠르면 3일, 늦으면 일주일 정도 걸렸다.

 

어느 날, 버리지 말고 화분으로 재활용해볼 생각에 모아둔 케그. 하지만 실패했다. (너무 견고했다.)




금주를 결심한 거창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이제는 나이도 적지 않아 건강을 생각할 때이기도 하고, 왠지 술만 끊으면 지긋지긋한 살도 좀 빠질 것 같았다. (실은 이 기대가 가장 컸다.) 그리고 아들 녀석이 '술, 담배, 욕'에 몹시 치를 떠는 것도 조금이나마 한몫을 했다.


최근 몇 년 간 뉴스를 볼 때마다 술 먹고 사고를 친 뉴스가 매일매일 쏟아져 나왔다. 

술 먹고 음주운전, 술 먹고 성폭행, 술 먹고 싸움, 술 먹고 난동, 술 먹고 가정불화, 술 먹고 사망 등등등등... 

세상의 모든 악의 원인이 술이라도 되는 것처럼(사실 매우 관련이 있다고 본다.) 나왔었고, 그때마다 나와 남편은 치를 떨면서 뉴스를 보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이가 그걸 받아들인 것 같다. 

(요즘에는 특히 음주운전과 주취 감형에 굉장히 민감하다.)


내가 그런 뉴스 속 인물들처럼 만신창이로 술을 마시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그런 술'을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엄마인 내가 조금씩이라도 마신다는 것, 맛있어하며 먹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준다는 것에 심정적으로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 술을 끊자.

다이어트할 때의 경험으로도 차라리 단식이 낫지 계속 소식을 지속하는 것은 못하겠다,라고 생각을 해왔던지라, 술도 가끔씩만 적당히 마시자는 것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 사랑 수미칩. 물론 포테토칩과 포카칩도 좋아한다. 항상 오리지널 맛! 여전히 나는 감자과자를 즐겨 먹는다.


여전히 떡볶이도 일주일이 멀다고 먹고 있다. 살이 찌니까 콜라를 곁들이지는 않는다. ㅋ




2018년 금주를 결심하기 몇 달 전에 마침

[어느 애주가의 고백 - 술 취하지 않는 행복에 대하여]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독일인으로 엄청난 술고래였고, 인생이 술에 휘둘렸다는 것이 나와 상당히 다르지만, 어쨌건 시시때때로 술을 마시는 인간으로서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있었다. 

몇 문장 인용해본다. 


"내가 누리는 술 없는 삶이, 안간힘을 써서 통제하고 절제하며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더 일찍 알았더라면, 술에서 벗어난 이 엄청난 해방감을 훨씬 전부터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 금연자들이 하는 이런 얘기가 있다. 담배는 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담배를 안 피운다는 건 하염없이 참고 사는 것이라는 얘기였다. 술도 마찬가지라고 다들 생각한다. 헤비 드링커가 아니라서 그렇지...라는 말은 사양한다. 

성인이 되면서부터는 마셔볼 만큼 마셔보았다. 적든 많든 술을 마시는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중독상태에 있는 것이고 (종종 술 마실 것을 떠올린다는 것) 그렇다면 아예 끊는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누구나 한다. 나도 그랬었다. 

하지만 병원에 가야 할 정도의 알코올 중독자가 아닌 한, 술 없는 삶은 안간힘을 써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전적으로 그냥 마음에 달린 일이다. 마음. 


"한동안 나는 술을 끊을 목적이 아니라 안전하고 적은 양의 술을 마시는 방법을 배우는 음주 조절 모임에 가입을 생각 중이었다. 하지만 이는 더 이상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상황인데도 마치 조금은 마셔도 괜찮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솔직히 나는 그렇게 술을 줄인다는 건 장기적으로 엄청나게 피곤한 일이란 걸 안다."

-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의 다이어트 경험으로도 빗대어 보아도 이건 명백하다. 단식 일주일보다 소식 한 달이 훨씬 더 피곤하고 지키기 힘든 일이었다. 조금만 마시지, 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거짓말 1위 중에 "딱 한잔만 하고 갈게."가 있다지 않나. 술이라는 것에는 딱 한잔만 이라는 것은 없다. 술은 술을 불러오게 되어있다. 어쩌면 나가기 정말 귀찮아하는 인간이 맥주 1캔씩만 사 가지고 와서 마시는 것이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Just for today! 단지 오늘만 마시지 않기로 한 결심은 뜻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줬다. 훨씬 분명하고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목표를 만들어 준 것이다."

- 지키기 힘든 사람은 매일매일 작은 목표를 세우는 것도 참 좋겠다. 전날 과음으로 아침이면 술 생각만 해도 속이 울렁거린다, 라거나 한 달은 술 생각도 안 나겠다고 생각한 사람도 점심이 지나 저녁이 되어 어두워진 밤이 되면 다시 술을 먹고 싶어 지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단기간의 작은 목표들이 모이면 큰 업적이 된다. 


"역사 속에는 멋진 음주의 롤 모델이 가득하다. 내 경우에는 술 마시는 중독된 작가라는 판타지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확실히 새겨 있었다. 하지만 글을 쓰기 위해 굳이 지적인 변명을 길게 늘어놓을 필요는 없었다."

- 이것이 큰 문제라는 생각이다. 티비속에서도 멋진 셀럽들의 사진에서도 멋진 술 마시는 장면이란 것이 너무나 많이 나온다. 그래도 되는 것처럼. 이런 곳에서는 이렇게 술을 마셔줘야 더 멋진 인생인 것처럼. 

하루키도 매일매일 맥주를 마신다고 하지 않나!!!! (하지만 그는 매일 달린다.) 

뭔가 술 한잔을 가져다 놓고(안주 없이! ㅋ) 어떤 작업을 하는 것은 멋져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멋진 음주 롤모델이라는 것은 없다. 그들도 아침에는 숙취에 시달릴 것이고, 화장실에서 배를 부여잡을 것이다. 

숙취가 없을 정도의 반잔의 와인만 마신다 해도 그것이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된다면 건강에 치명적이게 될 것이다. 아주 적은 양의 술은 건강에 이롭다는 이론은 이제 그렇지 않다는 것(아주 작은 양의 알코올도 몸에는 해롭다)으로 결론이 났다.


"술을 끊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모든 계절과 축제의 날들을 겪은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이 오면 언제든지 다시 술을 먹을 수 있는 커다란 함정이 존재한다." 

- 술을 끊고자 하는 사람이 불안해하는 부분일 수 있다. 언제든지 술을 마실 수 있는 핑곗거리는 줄줄이 만들어 낼 수 있으므로.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완전히 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제일 미는 이유는 사회생활을 하려면...이다. 그런데 세상은 이미 변했고, 유명인들 중에 술을 못하지만 사회적으로 정말 잘 나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냥 보통의 소시민은 윗사람이 주면 꼭 마셔야 하며, 술을 마시지 않고서는 회사에서 버틸 재간이 없다고 한다면야... 안 마시는 것이 아니라 건강상의 이유로 못 마시게 된 사람들은 그럼 사회적으로 다 도태된다는 말인가... 핑계 없는 무덤은 없고, 자기가 맘을 먹으면 주위에서도 어쩔 도리가 없지 않는가. 


"나 또한 간헐적으로 금주를 실천해 봤지만 스스로 술을 조절할 수 있겠다는 자극을 받은 것 외에 별 이득은 없었다. 장기적으로는 점점 더 술을 마시게 될 뿐이었다. 잠깐의 절주는 오히려 통제력이 상실되는 신호인 것이다."

- 내 생각에는 술을 좀 줄여야겠는데?라는 생각을 해본 사람이면 그래도 간헐적이라도 2주 금주, 한 달 금주 등의 간헐적 금주를 시행해 보는 것은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이어트할 때 소식을 계속한다고, 단식을 계속 한 이후에 도저히 못 참겠네, 하고 폭식을 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술은 안 먹어도 살 수 있지만 음식은 안 먹으면 못 사니까. 일단은 시도해서 몸의 변화, 가뿐한 아침을 몸소 느낀다면 금주 기간은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 작가는 술을 좋아하고 자주 마시던, 그러면서 점점 더 많이 마시게 되어 통제불능이 된 케이스이고, 그런 과거의 자신이 비웃던 '건강을 챙기는 사람'이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써 내려갔다. 

나 또한 과하지만 않다면 술을 마시는 것은 삶의 소소한 행복이고, 어떻게 보면 저녁 무렵 맥주 한 캔, 와인 한 잔 마시는 것은 쿨한 인생의 이미지라고 생각해왔다. 


나는 술을 너무나 사랑해, 너무 좋아해. 하는 사람들은 (하지만 술 때문에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는 사람들) 절대 술을 끊지 못하리라 생각하지만, 누구나 끊을 수 있다. 그 맘을 먹기까지가 힘든 것이지, 마음을 먹고 나서는 그냥 별 것 아닌 일이 된다. 

이 다이어트 끝날 때까지만 술을 마시지 말아야지, 이번 주에는 중요한 작업을 하니까 마시지 않겠어. 등의 계획은 다이어트 후 요요처럼 결과가 뻔하다. 

앞으로는 술을 덜 먹겠어. 술을 줄이지 뭐. 반주만은 하지 않으리... 따위의 수준을 뛰어넘어야만 한다. 

그냥 생각 자체를 바꾸어야만 한다. 이제 술은 노노! 이걸 명확하게 생각해야 한다. 


건강이 안 좋으니까 이젠 술을 끊을 수밖에 없어... 하는 식으로는 안된다. 주체가 내가 되어야 한다. 내 의지로 무언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냥 더 이상 술은 마시지 않겠다는 마음을 내 것으로 하면 된다. 

내가 아닌 상황이나 다른 것으로 핑계를 세웠다면 언제든지 '술 한잔 딱 할만한' 상황이란 것은 늘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라는 건 내가 늘 염두에 두고 있는 문장이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이 있고, 술을 마시든 안 마시든 나와는 상관이 없다. (아, 아주 상관이 없지는 않다. 음주운전이 만연해서 한 치 앞을 모르겠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술을 좀 줄였으면 좋겠는데, 라는 생각을 하신 분이 있다면 완전 금주에 도전해보시길 권한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더라도 지금처럼 술이 만연하는 세상에서는 정신을 붙들 필요가 있다.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


그래도 좋은 날에는 술도 한 잔 해야지 않습니까?

친구들끼리 만나서 술 한잔 하는 게 행복이지 않습니까?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술도 안 마시면 그게 무슨 낙입니까?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모든 행위에서 술이 빠진다 해서 행복이 절감되는 일은 절대 없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술을 먹어야 하는 어떤 일들이 자신의 행복 원천이라고 하면 하는 수 없지만,

 '술을 마시는 것' 자체가 행복과는 관계가 없음을 경험자의 입장에서 단언할 수 있다. 


남자들의 세계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그 이후의 일들까지로 이어지는 일이기에 또 다른 주제가 되어서 여기서 더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술을 먹으면서만 친목도모를 할 수 있다는 인간관계라면 무엇인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아, 그리고 살이 빠졌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으실 것이라 알려드린다. 

전혀 빠지지 않았다.

나는 음식을 꽤 좋아하는 대식가라서 일반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슬픔금지)

하지만 나의 몸은 세포 한알 한알 건강해졌을 것이다. :)


맥주, 이제는 안녕이다.





누구든 이 글을 통해서 금주 계획을 세우신다면 보람있는 일이겠다. 

나는 더 행복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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