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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주호 May 24. 2021

친구에 대하여

고맙습니다

생각이 많은 밤

 

 어젯밤에는 무척이나 너와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길이와 깊이가 어떻든 간에 누구에게나 어떤 연유로든, 어떤 과정으로든 생각이 많은 밤이 있는 법이다. 내가 느끼기에 나에게 그런 밤이 찾아오는 날은 꽤나 잦은 것 같다. 수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때로는 무력감에 빠질 수도 있고 때로는 성취감에 불타오를 수도 있는 시간, 사소한 걱정도 내 사소함을 부각시킬 수 있고 희미한 희망도 큰 따뜻함에 빠지게 할 수 있는 그런 밤 말이다. 이제는 설령 생각에서 고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훨씬 큰 날이라고 해도 이런 밤을 싫어하지는 않게 되었다. 보통 이런 밤에는 잠을 기꺼이 미루고는 혼자 생각을 하며 보내곤 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이 많던 어느 밤에 어떤 친구 또한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 전화로 긴 이야기를 한 이후로, 가끔은 이런 날 밤에 쌓여 있다 보면 몇몇 얼굴들이 생각나곤 한다. 너라면 이 터무니없는 질문에 뭐라고 얘기할지 궁금해. 너는 이 상황이면 어떻게 할래? 이에 대한 너의 생각은 어때. 어떤 친구와 함께 이 밤의 생각들을 함께 펼쳐놓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어젯밤에는 무척이나 너와 이야기하고 싶었다.

 

막역하다


 ‘친구’가 무엇인지 딱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친구‘라는 말을 참 여러 범위로 사용하고 있다. 단순히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가 하면, 아주 가깝고 절친한 관계의 소수의 사람들만 가리켜 친구라고 할 때도 있다. 때로는 단지 나이가 같은 사람을 말하는 단어로 쓰인다. 그래서 나는 절친하고 가까운 친구들을 지칭할 때 친구라는 말뿐 아니라 ‘막역하다’는 말을 덧붙이기를 좋아한다. 나는 ‘막역한 친구’들에게 내 깊은 진심까지 가감 없이 이야기할 수 있으며, 허물없이 거의 모든 것을 터놓을 수 있다. 앞에서 말했던 생각이 많은 밤에 떠오르는 친구들은 모두 막역한 사람들이다. 그런 밤에 떠오르는 주제들은 대개 막역하지 않은 사람과는 이야기할 수 없기 떄문이다. 그럴 때 막역함이 큰 따뜻함으로 다가오곤 한다.


공유 범위


 사람과 친해지는 것은 공유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약속을 잡고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만나 식탁과 하루의 사건들을 공유하고, 서로의 생각들을 교환한다. 전화와 메신저를 이용할 수도 있다. 그렇게 점점 더 깊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같은 감정을 공유하다 보면 어떤 이야기든 나눌 수 있는 막역한 관계가 될 수 있다.

 살다 보니 내 성격은 평탄하지 못하고 다소 모진 데가 있어, 모든 사람과 친해질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끔씩 이 사람과는 더 이상 공유 범위를 넓히고 싶지 않다는 냉정한 생각이 들어 놀라곤 한다. 그러나 그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들에게 더 많은 시간과 마음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좋아하다

 

 어떤 사람들은 계속해서 그의 생각을 듣고 그와 시간을 공유하고 싶게 만든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공유된 기억을 늘리다 보면 점점 더 많은 것을 공유하고 완전히 솔직해질 수 있는 관계가 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따져 본 적이 있다. 그들은 물론 아주 다양한 관심사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 정도 공통된 모습이 보이곤 한다. 그들은 따뜻하다. 자신과 다른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사려깊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나 목표에 대하여 노력하는 열정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그 열정이 있는 지점을 중심으로 한 식견에,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따뜻함이 더해지다 보니 이런 사람들은 깊으면서도 넓다. 부드러우면서도 강단이 있고, 포용적이면서도 단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수많은 사람 중에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이 지구 전체에 펴져 살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도 매우 길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각자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나는 아직 사회적으로 젊고 어리다는 소리를 듣지만,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로 살며 나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생각해 왔다. 누구든 몇십 년 동안 생각하다 보면 각자의 방식이 생기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 긴 시간 동안 오직 자신으로만 살아 왔고 온전히 다른 생명체가 되어 본 적이 없기에, 나도 다른 사람들도 고유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타인의 생각을 듣는 것은 아주 가치 있는 일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각각의 고유한 개성과 특유의 깊고도 넓은 식견으로 중요할 때마다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해 주곤 한다. 나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생각이 그들로부터 나온다. 이는 내게 따뜻한 감정적 지지가 되고 그로부터 많은 용기, 통찰력, 영감을 얻는다. 그래서 나는 살면서 큰 결정을 해야 할 때 내 막역한 친구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인생에 자문을 구한다는 말이 어울린다. 친구들에게 지금까지 참 많은 것을 배웠고, 정말 많은 덕을 봤다.

 지구를 거쳐 간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것을 생각하다 보면 인류의 긴 시간과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친구가 된 게 정말 큰 우연 덕이고, 그만큼 감사하고 소중한 관계임을 느낀다.


 친구

 

 나는 내가 좋아하는 막역한 친구들과 있을 때 큰 행복감을 느낀다. 그들과의 관계 자체가 유쾌하고도 유익한 일이다. 거의 모든 것을 공유해도 좋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주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들은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생각을 하게 하고 혼자서는 꿀 수 없는 꿈을 꿀 수 있게 해 주며,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내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감사한 존재들이다. 이 기회를 빌어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친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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