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로서 혹은 크리에이터로서, 이 일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요?
서재영 님의 유튜브 채널을 발견한 건 2년 전이었습니다. 영상에서 그는 솔직 담백하게, 온전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저에게는 이상적인 크리에이터의 모습으로 느껴졌습니다. 채널의 모든 영상을 꾸준히 챙겨보다가, 문득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팬으로서, 그리고 크리에이터로서 묻고 싶은 것이 쌓였을 때쯤이었습니다. 겨울이 시작되던 날, 우리는 어느 녹음 스튜디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재영 님.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저는 유튜브에서 ‘Mickey Seo’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서재영이라고 합니다.
4년간 영상을 꾸준히 만들어왔습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감회가 어떤가요.
처음에는 내가 살고 있는 인생 전반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지금도 그 맥락은 똑같아요. 상해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옥탑방에 살기 시작할 때, 처음으로 알바를 하고 월세를 마련해야할 때, 이 힘든 시간 속에서 느끼는 게 많으니까 이 부분을 기록으로 남겨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4년 동안 그런 기록을 잘 남겼던 것 같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가고 싶어요.
그동안 <My Friends Are Aliens>시리즈를 통해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인터뷰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 시리즈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제게 어떤 콘텐츠를 다루냐고 물어보면, ‘외국인 친구들을 약 올리고 놀리고 화나게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린다’고 대답해요. 처음에는 유튜브 조회수를 터트려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도 컸어요. 대학교 캠퍼스 안에 외국인이 많았는데 한 번도 친구가 되어본 경험이 없었어요. 이참에 내가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처음 본 외국인들에게 말을 걸어보고 친구가 됐어요. 외국인 콘텐츠라고 하면 외국인 리액션이나 소위 말하는 국뽕 콘텐츠가 대부분이었어요. 식상하지 않은 콘텐츠는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외국인과 한국인이 서로 욕하고 놀릴 정도로 친한 친구인 모습은 없던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중독되어서 찍었던 것 같아요. 그게 재미있었어요.
콘텐츠 소재를 정하실 때 본인만의 기준이 궁금해요. 어떤 고민을 하나요?
어린아이가 자전거를 배울 때 있잖아요. 처음에는 겁이 없어요. 자전거가 달리기 시작하면 기분이 좋거든요. 그런데 잘 달리다가 ‘어어, 내가 타고 있네?’라고 의식하는 순간 넘어져요. 제가 그랬어요. 사람들이 제 영상을 많이 보고 관심이 생기니까, 그 현상을 유지하는데 집중했어요. 그게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컸어요. 더 이상 즐겁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콘텐츠 소재를 선택할 때, 첫 번째 우선 조건이 일단 제가 즐거워야 하고요. 그리고 내가 너무 즐거워서 나와 함께하는 친구들도 즐거워야 하고요. 마지막으로 그 장면을 바라보는 시청자도 재밌게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거예요. 그게 순서인 것 같아요. 요즘은 그 기준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내가 사랑한 꿈들'이라는 영상을 인상 깊게 봤습니다. 10대에는 외고와 명문대에 가기를, 20대에는 한국은행에 가기를 열망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30대가 된 지금은 무엇을 열망하고 있나요?
그 영상은 우리 세대가 느끼는 자유에 대한 열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10대, 20대 그리고 지금까지도 제가 원했던 건 똑같아요. 자유였어요. 그런데 당시에 제가 해석하는 자유가 그런 모습으로 나타났던 거죠. 예를 들면,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명문대를 가야 인생이 풀린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니까, 내가 자유를 획득하려면 명문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한국은행도 그런 상징이었거든요. 돈 많이 주고, 명함을 내밀었을 때 부끄럼 없고. 그런데 20대를 지나고 보니까 내가 원했던 자유와 사회에서 말했던 자유가 너무 달랐던 거예요. ‘아, 이게 아니구나. 지도가 틀렸구나. 다시 맞는 길을 찾아가야 되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상해로 유학을 갔어요. 거기에 가니까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더라고요. 멀리서 내 모습을 보게 되니까, 한국 안에서의 게임의 룰에 집착하지 않게 되더라구요. 좀 더 과감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때 유튜브가 눈에 들어왔어요. 지금까지도 저는 자유를 쫓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자유를 꿈꿔왔다고 했는데, 지금이 그 종착점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것들도 꿈꾸고 있나요?
제가 바라는 것은 창작이 단순히 유튜브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좀 더 넓은 의미면 좋겠어요. 저는 나중에 카페같은 공간도 차려보고 싶고, 공연 사업도 해보고 싶어요.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을 계속 확장해나가고 싶어요. 하지만 그걸 이루었을 때 자유를 느낄 것 같지는 않아요. 과정 자체가 종착점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 있을 때 제일 자유로워요.
어느 인터뷰 영상에서 '정말 행복하지만, 그렇다고 낭떠러지에 있지 않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요즘 가장 큰 불안은 무엇인가요?
'콘텐츠 고갈'이요. 단편적으로 보면 통장 잔고가 저를 가장 압박하는 요소거든요. 그런데 근본적으로 보면, 통장 잔고가 0원이라도 콘텐츠가 풍부하면 부유한 기분이에요. 내가 이 일이 너무 재미있으면 돈에 대한 고민도 없어지거든요. 그런데 통장 잔고가 풍부해져도 내가 스스로 즐기지 못하면 가난한 기분이에요. 그 기분이 너무 싫어요. 크리에이터는 결국 내가 즐거워야 하는 일이거든요. 처음에는 스트레스도 받고 기복이 있었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유튜버로서 혹은 크리에이터로서, 이 일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요?
평생 할 것 같아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의 본질은 모든 수단을 활용해서 즐기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것을 너무 잘해서 다른 사람도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거고요. 지금 저는 이런 일을 유튜브라고 하는, 요즘 시대에 맞는 창문으로 여러분들에게 일면을 비춰주고 있는 거예요. 어쩌면 유튜브가 사라질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그때도 제가 지금 사랑하는 일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20대를 지나고 있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혹은 20대였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그런 말 많이 하잖아요. ‘거짓말하지 마라’ 우리나라는 특히 거짓말에 대한 알레르기가 심한 나라라고 생각해요. 정직이 아주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제 생각엔 모든 사람에게 거짓말하지 않아야 될 이유는 없어요. 해도 돼요. 그런데 진짜로 자기 자신에게는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작은 거짓말도요. 그게 마치 몸속에 쇳조각 하나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나중에는 분명히 문제를 일으키더라고요.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10대 때부터 자신을 속이고 넘어가야 되는 환경이 많아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솔직해지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넓게 봤을 때는 매 순간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결정을 내려야 해요. 그리고 그 결과가 달콤하든 쓰든 그 상처까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요. 그게 제가 20대였던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에요. 자기 자신을 속이다 보면, 우리 세대들은 결국 하고 싶은 일도 없어져요. 그게 되게 슬픈 일인 것 같아요. 용기를 내라는 말을 하고 싶고, 제 콘텐츠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