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과 흰색, 하늘색 등 강렬한 색감이 난무한 데이비드 라샤펠의 사진은 선정적이다. 그의 작품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잘려서 게재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단순한 외설과는 다르다. 그는 살바도르 달리라고 불릴 정도로 초현실주의적인 세계를 작품 속에 담아낸다. 그 주제는 고대 신화에서부터 종교적인 이야기, 르네상스 회화의 변용까지 다양하다. 그는 사람의 몸을 작품 속에 담아내지만 우리가 평소에 관찰할 수 있는 것과 다르다. 일상생활이 배경이 아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질적인 것과 함께 발견되는 인간의 몸은 낯선 감각을 부여해준다. 파괴된 이미지는 불쾌함과 함께 말초적 신경을 자극하면서도, 다른 편으로는 그의 작품이 함유하고 있는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보여준다. 라샤펠이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단순한 상업주의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그의 작품은 후기로 갈수록 현재의 상업주의적, 미디어-중심적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을 지적하고 있다. 햄버거 밑에 깔린 여자나 다이아몬드를 마약처럼 흡입하는 여자를 담은 작품들은 언뜻 보면 유쾌하고 화려한 색상으로 인해 그가 시류에 영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기저에는 풍자와 현실도피라는 본질이 깔려 있다. 또한, 그의 사진은 조잡해 보일 정도의 많은 요소를 활용하는데, 그는 과장된 상황을 통해 자신의 스토리를 사진 한 장에 담아낸다.
결국, 데이비드 라샤펠 역시 자신의 스토리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노출된 몸, 과장된 색상과 세트를 통해 거친 상상을 펼쳐 보인다. 그것은 꿈처럼 보이기도 하고 혹은 결과적으로 도래할 미래 사회에 대한 예언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만 그가 사용하는 방식이 그로테스크적이고 에로틱하여 자칫 그 이야기를 놓치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질은 통한다고, 그의 작품은 결국 눈에 보이는 것을 따라가면 이해할 수 있다. 그 역시 자신의 작품을 볼 때 생각을 하지 말고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라고 한다. 눈에 보이는 것, 가시는 아름다움을 확인시켜주고 공감시켜준다. 라샤펠은 그의 작품이 예술인지 천박한 미완성품인지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자신의 스토리가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