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여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하는 도중 옛날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흥얼거리며 옛 노래를 따라 부르다 갑자기 어렸을 때의 추억들이 밀려오면서 아련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슬픈 노래도 아닌데 말이다.
그 옛날 난 우리 동네를 뛰어다니며 친구들과 비석 치기, 구슬치기, 술래잡기 등등 정말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놀았다. 어둑어둑 해가 저물 무렵이면 저녁을 먹기 위해 다들 알아서 집으로 돌아갔고, 집안 식구들은 늦게 들어온 나를 걱정하기는커녕 '빨리 씻고 저녁 먹을 준비 해!'라고 한마디 툭 던지며 말하기 일쑤였다.
때로는 친구와 놀기 위해 친구 집에 찾아 가면 친구가 없는대도 주인 없는 그 집에 들어가 tv를 보거나, 무언가를 하며 내 집처럼 친구를 기다린 적도 많았다. 그러다가 친구의 부모님이나 가족이 들어와도 '안녕하세요!'라는 가벼운 인사에 '어! 왔니!'라는 별반 대수롭지 않은 대꾸가 돌아오곤 했었다. 그리고 가끔은 친구가 없는대도 친구 어머니가 "밥 먹었니?"라고 물으며 당연한 듯 밥을 챙겨 주시곤 했다.
오늘 6교시 적응 시간!!
교편을 잡고 있는 나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우리 반에 있는 tv를 켰다.
tv 화면 한 가득 쓰여 있는 오늘의 교육 주제 '실종 유괴안전교육'
10대 안전교육 중 현재 교육청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교육주제이다.
tv 시청이 끝난 후 학생들에게 말했다.
"잘 알았겠지? 모르는 사람 함부로 따라가거나, 또 확인하지 않고 집 현관문을 함부로 열어 준다거나 하면 안 된다! 알겠지?"
학생들은 "네"라는 대답과 함께 "그 정도는 다 알아요!!"라고 나에게 핀잔을 줬다.
그리고 나에게 자신들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거꾸로 나를 교육시켰다.
"선생님 그거 알아요? 저희 삼촌은 길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있는 여자를 돕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렸대요! 그거 때문에 엄청 고생했다는데?"
이 말에 또 다른 학생이 "그니까! 저희 엄마가 그러는데 모르는 사람 함부로 도와주면 안 된대요! 위험하대요!"
이 말에 여기저기서 "맞아! 맞아!"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요 선생님! 아는 사람이라도 따라가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인천에 한 고등학생 여자가 잘 알고 지내던 동네 초등학생 데려다가.... 신문에도 크게 나오고!"
아이들에 말에 나는 "맞아! 잘 알고 있네! 함부로 사람을 따라가거나 도와주는 것도 안돼!"라고 학생들의 말에 맞장구쳤다. 그리고 집에 있는 어린 아들에게도 꼭 교육시켜야겠다고 다짐하며 교실을 나왔다.
라디오에서 옛 노래가 계속 흘러나오는 지금!
왠지 나의 어린 시절이 너무나 그립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괜스레 미안해졌다.
가슴 한편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먹먹함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