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사 Oct 31. 2022

이제는 떠나버린 동기에게

입사할 때, 나에겐 총 6명의 동기가 있었다(남자 3명, 여자 3명). 그중 여성 한 명은 입사 후 거의 바로 나갔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 동기란 나를 포함해 남은 5명을 말하는 단어였다.


동기중 나이가 가장 많았기 때문이었을까? 세월에서 나오는 노련미로 인해 나는 다른 4명과 상당히 친하게 지냈다. 물론, 회사가 끝나고 따로 만날 정도로 친하지는 않았지만 단순 비즈니스적 관계에서는 친화력을 거의 끝까지 찍었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참을 수 없는 미녀 공포증 때문에 여성 2분 보다는 남성들과 더 친하게 지냈는데 남자 동기들과는 점심시간마다 밥을 같이 먹으러 다니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두 분들로부터는 참 많은 회사 욕을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평생 이런 소소한 일상이 계속될 것 같던 어느 날, 10월 27일을 기점으로 남자 동기 2명이 모두 각자의 길을 따라 회사를 떠나버렸다. 이 세상 모든 이별 노래가 꼭 나를 지목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이별 노래의 일부분에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 회사를 다닌 지 약 6개월 만에 나에게 남은 동기란, 그 찬란한 미모 때문에 헌팅을 하도 많이 당해서, 옆구리에 샷건 자국 2개 정도는 있을 것 같은 여동기 2명만이 남게 되었다.



사실 어느 정도 안타까운 마음이 있기도 했다. 분명 회사 사람들 중에서도 좀 덜 친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 유독 나와 친한 사람들만 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부드러운 로열 밀크티와 같은 성격을 가졌기에, 회사 내에서 친한 사람이 90%가 넘긴 하지만 그래도 안 친한 사람은 분명히 있었는데! 세상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입만 열면 모함을 일삼던 나지만, 남은 동기 2명만큼은 쉽게 보낼 수 없었기에 내 입에서는 그 2명을 위한 문장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조금 더 자신이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그들의 숨겨진 노력들이 더 보상받을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하나씩 차곡차곡 올리기 시작했다.


사람의 인연은 급작스레 만들어지기도, 또 예고 없이 떠나기도 한다. 나 또한 나이를 30개나 먹었으면 그걸 알 때도 넘었건만, 미련하게 아직까지도 누군가가 나를 떠날 때마다 감정 조절을 어려워한다. 또다시 동기가 사라지는 안타까움을 겪고 싶지는 않기에 조금만 더 '나'를 위해서가 아닌 '동기'를 위한 기획들을 짜 내려가 보고자 한다. 남은 동기 두 명만큼은, 그들이 더 잘 돼서 웃으며 떠날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네..? 치과를 또 오라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