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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선 Mar 19. 2023

김동길 선생님의 부음을 들으며

내 일상에로의 초대(2022.10.6)

대학에 입학한 이듬 해에 4.19 기념 강연을 들으러 YWCA강당에 가서 처음 선생님의 강연을 들었다.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가 12.12 사태를 통해 쿠데타를 감행하고 나서 서슬이 퍼렇던 시기였다.


함석헌 선생님을 필두로 김동길, 김용운 교수님이 강연을 하셨다. 한창 팔팔하던 나이에 나도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8억인과의 대화,'  '민족경제론,' '분단시대의 역사인식,' 등 소위 의식화 교육 책자들을 다 섭렵한 때였다.


함선생님과 김용운 교수님의 논리에는 독재에 대한 좌파적 인식이 함께 있었지만 김선생님의 강연은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차 있고 유머가 넘쳐서 귀를 기울이고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웃다가 뭘들었는지 모를 정도였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남한에 있는 자유와 민주주의,  북한이 추구하는 본질적인 가치라는 평등은 통일 이후에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큰 가치들이다."라는 것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충돌 중인 두 가치관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를 그는 평생 추구하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공영'이 그의 정치적 목표였을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현실 정치에 참여하기도 하시고, 때로는 많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담론에 가담하시기도 하셨다. 먼 발치에서 지켜봤지만 아름다운 참사람의 전형 가운데 한 사람으로 내게는 기억된다. 그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관과 신념은 나같은 후학들에게 중요한 좌표가 되어 오늘날 살아가는 데 기준이 되게 하였다.


이제 그가 이승을 떠나 천국으로 향했다는 부음을 들으며 그가 어떻게 살고자 했는지를 보게 된다. 그의 몸은 연세대 의대에, 그의 재산은 이화여대에 기증하셨다 하니 가는 길에도 그가 한 말과 행동에 부합하는 행동을 보이신 것을 보게 된다. 이 역시 나중 내가 이승을 떠나 하나님께로 갈 때 본받을 좋은 좌표를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


다시 한 번 멀리서나마 선생님의 소천에 깊은 애도의 기도를 하나님께 드리며 그의 아름다운 삶이 하나님께 드리는 향기로운 번제였기를 간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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