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
데일리 임팩트 <세상 돌아보기> 칼럼(2023.12.28)
올해를 사흘 남겨놓은 날 칼럼 순서가 돌아왔다. 늘 그러하듯이 이것저것 글 쓸 소재를 찾으려 생각하고 기도하는데 마음에 들어온 주제가 바로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Memento Mori! Carpe Diem!)”이었다. 경제나 정치 관련 칼럼을 주로 쓰는 필자가 이런 제목으로 글을 쓰는 것을 독자들이 주제넘다고 하실지 모른다는 생각에 다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송구영신하는 계절이니 전문적이지 않더라도 칠순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인생에 관한 소회를 한번 말씀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판단에 이 글을 쓰기로 했다.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은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Quintus Horatius Flaccus)가 쓴 시로부터 유래한 경구들로 알려져 있는데, 오늘날 시 자체의 의도와 약간은 달리 해석되면서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고 있다. ‘메멘토 모리!’는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remember that you have to die)’는 의미이고, ‘카르페 디엠!’은 ‘오늘을 잡아라(pluck the day)’ 또는 ‘순간을 즐기라(enjoy the moment)’로 번역할 수 있다. 이를 고대 철학의 에피큐로스 학파로 분류되는 호라티우스의 관점에 가깝게 해석하자면 “네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고 오늘을 잡아라.”라는 의미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런 관점에서 오늘을 잡는 비결을 아주 잘 쉽게 설명한 책은 스펜서 존슨(Spencer Johnson)의 ‘선물(The Present)’이다. 이 책은 한 소년이 인생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보이는 한 노인을 만나 받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the present)’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선물 하면 물질적인 것을 먼저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물질적인 선물은 그저 순간의 기쁨을 주는 데 불과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그 인생을 항상 만족하게 하고 성공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책은 행복하고 성공적이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현재(the present)’라고 알려준다. “현재 행복하고 성공적이면, 늘 행복하고 성공적일 수 있다.”는 게 이 책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현재가 반복되어서 만들어진 것이므로 현재가 중요하다. 현재가 행복하고 만족스러우려면 지금 하는 일이 잘 되고 성공적이어야 한다. 지금 하는 일을 잘할 수 있는 비결은 먼저 현재 중요한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 일을 잘되게 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지금 중요한 일을 성공시키면, 과거 다양한 문제에 둘러싸인 채 성취는 없었던 상태에서 탈피하게 되므로 오늘이 행복해질 수 있고, 또한 앞으로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그러나 알면서도 우리가 현재 그렇게 살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과거 ‘나는 이런 사람이었는데’라든지 ‘과거에 이 일을 처리하던 방식은 이랬는데’라든지 하는 등 과거의 자신이나 고정관념에 집착하게 되면 현재를 개선할 수 없다.
그러므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원한다면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과거로부터 배우려면 과거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잘 살펴보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과거에 성공적이지 못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배우고, 과거 대단히 성공적이고 행복했다면 그 성공과 만족을 가져온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것이 현재를 과거보다 좋게 만드는 비결이다. 이렇게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으면 그것을 토대로 과거와 달리 행동하여 현재를 과거보다 나아지게 할 수 있다. 또 과거와 다른 현재의 성공과 행복을 원한다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살지 말아야 한다. 과거처럼 행동하면서 다른 결과를 원하는 것은 결국 ‘산에 가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緣木求魚)’과 같다.
또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원한다면 지금 미래에 대한 비전과 계획이 있어야 한다. 미래가 현재보다 나아지려면, 먼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비전이 확고해야 하고, 그 실현에 도움이 되는 계획을 세워 지금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은퇴하면 ‘내가 이 나이에 무슨...’ 같은 생각을 해서 인생을 살아 있는 죽음으로 만든다. 나이를 먹고 은퇴를 해도, 오늘과 현재는 똑같이 내 앞에 있으며, 그것을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을 비전으로 삼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렸다. 예컨대, 인생을 더 이상 먹고사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데 비전을 두고 그 계획과 실천에 나선다면 미래는 인생의 다른 차원을 열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현재’가 가장 중요하며, 현재가 중요함을 아는 것이 사람의 인생을 가장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만드는 비결이다. 즉, 현재(the present)는 바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the present)’이다.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 그리고 ‘오늘이 바로 선물’임을 알고 살면, 인생은 과거의 실패와 좌절을 딛고 미래의 위험과 불확실성을 넘어 풍성하고 아름다운 넉넉한 사랑으로 열매 맺을 것이다.
설혹 많은 난관과 걱정에 처하거나 나이가 들고 은퇴했을지라도 지금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아직도 우리에게 많은 오늘, 즉 현재가 남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