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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선 Feb 28. 2024

'기업 밸류업’도 해치는 난장판 정치

문화일보 오피니언 <포럼> 칼럼(2024-02-28)

정부가 주식시장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6일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갈 길은 멀다. 미국과 일본 등 증시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배경을 알아야 기업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미국의 S&P500지수는 5087.03, 다우존스산업지수는 39069.11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날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 엔비디아가 16.4% 급등하면서 그 견인차가 됐다. 그 효과로 이날 일본과 유럽 증시가 최고점을 뚫었고, 다음날 대만 증시가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일본과 유럽은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므로, 대만은 엔비디아와 협력하는 TSMC의 경쟁력 때문에 미국과 동조 현상을 보였다. 주목할 것은 22일 일본 닛케이지수가 장중 3902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34년2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올해 닛케이지수 43000을 예상할 정도다.


그런데 같은 날 코스피지수는 0.36%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2021년 최고치인 2977.65 기록한 이래 2년 이상 2200∼2600대에 고착돼 있다.


그 결과는 우선,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과 인공지능(AI)혁명이라는 핵심 의제에서 우리나라가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강자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지만, AI혁명을 견인하는 미국 중심 공급망에서 관련 기업들이 핵심에 있지 못하다. 이번 엔비디아 활황에서 SK하이닉스를 제외한 한국 기업들의 약진이 안 보이는 게 그 증거다.


또, 글로벌 자금의 중국 이탈과 재배치를 견인할 증시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최근 JP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증시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9%로, 미국(12.6%) 대만(10.3) 일본(5.9) 중국(5.5) 유럽(5.2)보다도 크게 낮다. 그 반면, 시장 변동성은 21.3%로 미국(14.7%) 유럽(16.1) 일본(14.0)보다 월등히 높고, 후진국인 중국(24.6)보다만 낮다. 이 보고서는 기업의 저조한 수익성과 성장성, 낮은 회계 투명성, 미흡한 주주 환원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주식시장 저평가)’를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도 AI혁명 선도 사업·기업·산업에 집중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법적·제도적·물적 토대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처럼 주주 환원과 주주 가치 제고 방안들이 과감하게 추진돼야 한다. 더불어 ‘중대재해처벌법’ 등 불합리한 기업 규제들을 혁파하고, 기업인에 대한 과잉 형사소추를 해소해서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기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현재의 정치적 난장판이 정상화돼야 한다. 국회가 국가 과제에 대한 최선의 결정을 하긴커녕 개혁을 발목 잡고, 의원들의 호신과 기득권 보호를 위한 정쟁의 장으로 전락했다. 선거는 최선의 대리자 선택을 위한 민주적 절차가 아니라, 다수의 범법자가 포함된 차악을 불가피하게 택하는 절차로 전락했다. 이 대전환기에 국회의 정상화로 제대로 된 정책과 기업 활동이 가능해야 미래가 있다. 42일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이 바로 그렇게 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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