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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직 Dec 22. 2023

영감보다 프로세스가 필요한 이유

일잘러에게 필요한 것은 영감이 아니라 프로세스다

일잘러가 되기 위해 영감과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은 듣지 마세요. 


하지만 오해는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거든요. 세상에는 감도 높은 영감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큰 성과를 낸 사람들이 분명 많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성공'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성공 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영감과 아이디어는 평범한 우리들이 쉽게 흉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성장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저는 좋은 배움을 얻는 것이 빠른 성장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배움을 얻을수록 막막한 갈림길에서 올바른 방향을 찾고, 또 험난한 길을 안전하게 걸어 나가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좋은 배움을 얻는 것에도 여러 방법이 있을거에요. 스스로 문제에 부딪히고, 직접 경험하며 배우는 것도 좋습니다. 결국 모든 배움은 실천함으로써 본인의 무기가 되니까요. 하지만 저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또 효율적인 배움은 ‘누군가로부터 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할 수 없다면 배울 수도 없다


내가 성과를 내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이미 그 영역에서 성과를 낸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사실 우리는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배웠습니다. ‘타고남’이나 그저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언어를 깨우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에요.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들을 모방 하면서 언어를 배웠을 것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운동과 게임을 참 좋아했어요. 교실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운동장과 피씨방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때도 운동과 게임을 더 잘하고 싶어 세계적인 운동 선수와 프로 게이머들의 플레이를 많이 찾아 봤어요. 부단히 그들의 플레이를 모방 하려고 했습니다. 물론 순전히 나만의 창의력이나 독창성으로 세상에 없던 운동 기술이나 작전을 떠올려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들 대부분에게 그런 천부적인 재능이나 영감은 없거든요. 학교에서도 우리는 누군가가 고생해서 알아낸 것들을 ‘수업’이라는 형태로 배웁니다. 우리가 배운 대부분의 것들은 먼저 그 분야에서 성과를 냈던 사람들의 이야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졸업을 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함께 일하며 저에게 일 하는 법을 가르쳐준 선배와 팀장님들에게 배운 것들입니다. 특히, 제가 취업을 하고 가장 먼저 만났던 선배에게 ‘회사에서 1인분’을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배웠습니다.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프레임워크와 같은 거창한 것들부터, 설득력있는 문서를 작성하고 공손하게 메일에 회신하는 방법같은 것들까지 모두요. 심지어 회사에서 감정을 다스리고, 미팅에서 자연스럽게 말하는 방법도 모두 선배에게 배웠습니다. 가끔 ‘저는 선배보다 먼저 승진할 거에요’라는 허무맹랑한 농담도 했지만, 사실 그저 대학을 막 졸업한 깡마른 대학생이 어엿한 직장인이 될 수 있도록 업어 키운 것은 그 선배였어요. 그 후로도 나에게 배움을 준 많은 선배들과 리더들을 만났습니다. 지금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그 선배였으면 어떻게 했을까’를 떠올려 보려고 노력해요. 나아가 저는 지금도 회사에서 ‘누구를 모방해야’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배움의 대상이 같이 일하는 상사나 선배가 될 수도 있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그 일에서 나보다 먼저 좋은 성과를 낸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붙잡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꼭 내 주위에 없어도 상관없어요. 서점에서 책을 사거나 유튜브나 브런치에서 성과를 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직접 만나기 힘든 업계 유명인들의 성공 과정을 세세하게 접할 수 있는 시대이니까요. 클릭 몇번 만으로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가 어떻게 훈련 하는지 알 수 있고, 세계 최고의 투자자가 지난 달에 어떤 종목을 매수 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서점에 가면 세계적인 거장과 천재들의 이야기도 접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소셜 미디어에서 나에게 배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미 성과를 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끔 성장이 더 멀고 막연해 질 때가 있어요. 왠지 모를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이죠. 저도 처음에는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몰랐는데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열심히 모방 하려고 하다보니 깨달았습니다. 이 괴리감은 모방할 수 없는 방법으로 성과를 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커진다는 것을요. 우리는 모두로부터 무언가를 알아 낼 수는 있지만, 알았다고 모두 따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배울 때 '누군가로부터 배울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따라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성과를 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더 큰 막연함을 주니까요. 그런 성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따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성공과 성과를 낸 방식이 멋져보이고 나에게 동기를 주더라도요. 하지만 좋은 상대를 배움의 대상으로 설정하면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만났던 선배로부터 그랬던 것처럼요. 그래서 저는 성장을 위한 모방의 대상을 정할 때 몇 가지 기준을 두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성공담을 들을때 과도하게 결과에 집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에 그 선배가 담당했던 프로젝트가 이걸로 대박났대’, ‘누가 직장인 컨셉 유튜브로 몇 억을 벌었대’, ‘동기가 회사에서 배운걸로 창업해서 대박냈대’와 같은 것들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결과에 집중하는 것은 나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더 큰 막연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정말 멋진 몸을 만들고 싶고, 헬스장에서 그런 몸을 가진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해 볼까요? 지금 그 사람이 가진 멋진 몸이 내 눈에 너무나 멋져 보이고 열심히 운동을 해야 겠다는 동기와 영감을 주지만 상대방의 결과를 보는 것이 내가 그 몸을 가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운동을 해야 겠다는 강한 동기와 영감을 주긴 하지만요. 하지만 더 막막합니다. 지금의 내 몸과 그 사람의 몸 차이에 너무나 큰 격차와 괴리가 있거든요.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이런 괴리는 우리들에게 막연함을 줍니다. 


그래서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과정입니다. ‘저 사람은 어떤 과정을 통해 저런 몸을 가지게 되었을까’가 우리가 가져야 하는 질문입니다. 과정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모방할 수 있는 성과인지, 아니면 따라할 수 없는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모방할 수 없는 방법으로 성과를 낸 사람에게는 배울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우리가 모방하기 힘든 것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우연’입니다. 우연히 성과를 낸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는 배울 것이 없을 거에요. 그 사람의 성과가 우연인지 알아 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사람에게 같은 성과를 같은 방식으로 반복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만약 그 사람의 방식으로 의도에 따라 성과를 만들거나, 반대로 의도한대로 성과를 내릴 수 없다면 그 사람의 방법은 모방하기 힘든 것입니다. 그 성과는 그 사람의 방식이 아니라 우연에 의한 결과일테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배울 대상을 찾을 때 우연히 성과를 낸 사람은 가장 먼저 피해야 합니다. 


영감이나 아이디어도 모방하기 힘듭니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하는데, 그것이 그들의 타고난 영감이나 그가 그 순간 처했던 상황에서 캐치했던 번뜩이는 아이디어라면 우리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그들의 타고난 영감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너무 멋지지만 우리는 따라할 수 없을 거에요. 그래서 우리는 막막할 겁니다. 얼마 전에 작곡가이자 하이브 설립자 방시혁님이 유퀴즈에 나와 유명한 <총 맞은 것처럼>이라는 노래를 작곡한 방법을 알려 주었는데 그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좋은 곡을 쓰고 싶어 몇날 몇일을 고민했는데 좋은 음악이 떠오르지 않았다고 해요. 그러다가 우연히 찜질방에 갔는데 그곳에서 순간 악상이 떠올라 그 자리에서 써 내려간 곡이 <총 맞은 것처럼>이라고 합니다. 저도 좋아하는 노래이지만 방시혁님처럼 되고 싶은 작곡가들이 그의 방식을 따라한다고 좋은 곡을 쓰지는 못 할것입니다. 


우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타고난 영감이나 아이디어는 쉽게 따라하기가 힘들어요. 역시 여기에서도 이를 알아 차릴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방식을 알게 되었을 때, 그 방식을 따라하면 나도 같은 수준의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지 상상해 보면 됩니다. 대표적으로 ‘다양한 경험’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남들이 하지 않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세상을 움직이는 트렌드에 민감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한번 내가 만약 저 사람과 똑같은 경험을 한다면 비슷한 수준의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을지 상상해 보세요. 아마 유니크하고 다양한 경험이 나의 성장과 성공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경험 상 성과를 낸 사람들을 따라하려고 하지만 일잘러가 되기 힘든 이유는 영감과 아이디어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정보나 비법, 혹은 소수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만 하면 영감과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그런 마법의 비법이나 정보, 경험은 없습니다. 


영감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감'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또한 평범한 우리들이 따라하기 힘들어요. 엄마가 별 재료 없이 슥슥 만든 요리가 너무나 맛있지만 우리가 따라하기 힘든 이유와 같습니다. 엄마한테 어떻게 만드는지 물어보면 '그냥', '적당히', '간을 보면서' 요리를 하면 된다고 해요. 하지만 그런것들 모두 이미 수준 이상의 영감을 가진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알 수 있는 마법같은 것들입니다. 그 말을 듣고 집에서 막상 혼자 요리를 해 보면 엄마가 한 것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와요. '똥손'이라고 내 손을 탓할 일이 아닙니다. 애초에 엄마의 마법같은 요리 영감은 내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얼마전 인터넷에서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나와 축구 꿈나무들을 코칭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어요. 대부분의 전 국가대표 선수들이 '공을 감는다는 느낌으로', '그냥 가볍게 툭' 차라고 가르쳐 주지만 어린 선수들은 그저 어리둥절 할 뿐이었어요. 그런 말들은 같은 수준의 영감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듣기에는 너무나 막연한 말들입니다. 하지만 안정환 선수는 두루뭉술한 표현없이 슈팅의 메커니즘을 설명했습니다. 뒤딤발과 공의 간격은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차는 발은 뒤로 얼마나 높이 올렸다가 내려야 하는지, 왜 그래야 지금의 슈팅 문제가 해결되는지를 설명해 주었어요. 가볍게 찬다는 막연한 개념도 여러번 슈팅을 반복 하게 하면서 '아까보다 약하게', '방금 보다 조금 더 약하게'라는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며 어린 선수가 '감'을 찾아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럼 우리가 성장을 위해 모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에게는 따라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저는 평범한 우리가 일잘러가 되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은 시스템과 프레임워크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바로 누구나 따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따라했을 때 반복적으로 균일한 성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요. 물론, 시스템과 프레임워크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프로세스가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움을 위해 반드시 필요해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남들이 풀지 못한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성장은 결국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것에서 온다고 믿어요. 그리고 이런 문제 해결을 효율적으로 반복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시스템과 프레임워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가끔 생기는 영감이나 아이디어에만 의지해서 일할 수 없습니다. 매일 문제를 조금씩 풀어야 하는 우리가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영감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매일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는 시스템과 프로세스입니다. 제가 첫 회사에서 선배들에게 배운 것들도 대부분 영감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지루하고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바로 따라할 수 있는 시스템과 프로세스, 프레임워크였어요.  


이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성과를 내고 성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됩니다. 늘 문제를 찾고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있습니다. 의사를 한번 생각해 볼까요? 환자의 질병 원인을 찾고 이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의사들에게 중요한 것이 영감이나 아이디어가 아니라 환자의 몸상태를 면밀히 진단하는 프로세스와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을 찾아나가는 프레임워크일 것입니다. 저는 영감과 아이디어에 의존해서 치료해 주는 의사에게 제 몸을 맡기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엔지니어들은 어떨까요? 고장난 자동차를 수리하러 갔는데 번뜩이는 아이디어만으로 자동차를 수리하려는 엔지니어에게도 자동차를 쉽게 맡기기 힘들어요. 문제의 원인을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진단 루틴과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비법을 가지고 있는 엔지니어에게 차를 맡기고 싶습니다. 그 정비법이 전혀 새롭거나 창의적이지 않더라도요. 


사실 문제 해결과 상관없이 예술가적인 성과를 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분명히 이런 방법이 존재하고 이렇게 성공한 사람들의 성과 또한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따라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어쩌면 예술가적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쉽게 따라하기 힘든 영역에서 모방하기 힘든 방식으로 결과물을 만들기 때문에 사람들의 선망을 받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예술가적 성과를 내는 세계적인 거장들도 입을 모아 프로세스와 프레임워크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영감이 떠오를 때만 글을 쓴다면 하루종인 한 글자도 적지 못할 것이고, 아이디어가 머리를 스칠때만 일을 한다면 하루종일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죠. 대신 영감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꾸준히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루틴과 프로세스가 중요하다고 해요. <창의력>의 저자 실바노 아리에티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창의적인 결과물은 항상 빛나고 새롭지만 창의적인 과정은 오래되었고 변하지 않는다."


저는 예술가도 아니고 예술가적 성과를 낸 사람도 아니지만, 이 말에 크게 공감합니다. 저는 종종 글을 쓰고 있습니다. 가끔 사람들이 어떻게 책을 썼냐고 물어보기도 하는데요. 그때마다 저의 대답은 똑같습니다. 일을 하다가, 책을 보다가, 대화를 하다가 문득 내가 가진 의견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 자리에서 잊지 않고 메모해 놓습니다. 그리고 하루 시간을 잡고 앉아 머리를 쥐어짜내며 그것들이 연결되는 지점을 찾아가며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요. 이 글도 그렇게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세컨드 브레인>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어요. 창작에도 체계적인 접근법이 있다는 것을요. 이 접근법을 따른다고 당장 엄청난 수준의 창작을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누구나 일정한 수준의 균일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럼 프로세스와 프레임워크를 알고만 있다면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잘 따라 하기 위해서는 집요함이 필요하다


성과를 낼 수 있는 프로세스와 프레임워크를 알고 있는데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 집요함과 실천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이어트를 위한 체계적인 방법과 다양한 수단을 알고 있지만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사람이 소수입니다. 요즘은 유튜브에서 다이어트에 대한 전문가 수준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조금만 찾아보면 다이어트를 위한 생리학적 지식부터 이를 바탕으로한 체중 감량 프레임워크,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세스까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집요하게 실천하는 사람만이 다이어트에 성공하게 될 거에요. 재테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책과 온라인에서 세계적인 투자자들의 재테크 전략을 배울 수 있어요. 자본주의의 개념과 투자 철학부터, 절약하여 자산을 획득하는 방법, 그리고 성향에 맞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산을 불려나가는 체계적인 접근법을 비교적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재테크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소수에요. 방법을 알고 있더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그리고 경험 상 실천에서 중요한 것은 집요함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일잘러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누군가로부터 프로세스와 프레임워크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집요함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어떤 회사의 재무 담당자가 사용하는 비용에는 변화가 없는데 회사 물류 창고의 생산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담당자들에게 원인을 물어봤어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문제 정의, 원인 파악, 가설 수립, 실행과 검증의 프레임워크로 일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랬더니 물류 창고 직원들의 퇴사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퇴사율이 왜 높은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고 해요. 대부분 ‘물류 창고 근무 환경이 좋지 않아서’ 혹은 ‘시급이 낮아서’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문제를 알게 된 사람들 대부분 복지비와 시급을 올려서 더 많은 직원을 뽑아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해요. 


하지만 이 재무 담당자는 정말 궁금했어요. 복지와 시급이 근원적인 원인이 맞는지요. 그래서 하루 시간을 내어 지방에 있는 물류 창고로 내려가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유심히 살펴봤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전혀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통근 버스였어요. 통근 버스 운행량이 증가하면서 일부 통근 버스의 루트를 살짝 바꾸었다고 해요. 그래서 출근하는 직원들이 대부분 출근의 어려움에 대해 투덜대며 창고로 출근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였어요. 이 담당자는 추가적인 복지비를 쓰지 않고 통근 버스 운행 루트를 원복하는 제안을 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합니다. 모두가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세스는 알고 있었지만 모두가 집요함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죠.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 소속 인플루언서들이 아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 커머스 서비스를 출시한 적이 있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에 노출된 상품을 클릭 한번으로 바로 구매할 수 있게 만드는 솔루션이었는데, 막상 인플루언서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대부분 관심조차 없어 보였습니다. 담당하는 매니저들에게 물어 보아도 대부분 비슷한 이유로 그들이 새로운 서비스 사용을 거절했다고 해요. ‘지금은 바빠서’ 혹은 ‘다른 더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에’라는 상식적인 이유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궁금했어요. 그래서 양해를 구하고 직접 인플루언서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어요. 그랬더니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콘텐츠에서 클릭으로 상품을 쉽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지나치게 본인의 콘텐츠를 상업적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대부분은 본인의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 차원에서 재미있고 실속있는 굿즈를 판매할 의향은 있지만,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물건 판매를 유도하는 것은 지나친 상업화 이고 본인의 영상을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말을 듣고 커머스 서비스의 방향을 바꾸었고 의미있는 초기 사업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어요. 방법을 알고 난 후에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집요하게 그 방법을 활용하느냐 인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합니다. 일잘러가 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누군가로 부터 좋은 배움을 얻는 것이고, 그 대상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에요. 이 때의 기준은 ‘멋진 결과’가 아니라 ‘따라할 수 있는 과정’을 통해 성과를 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결국 따라할 수 없다면 배울 수 없으니까요. 이때 따라할 수 있는 과정은 대부분 체계적으로 문제를 풀고 이를 반복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프레임워크입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프로세스와 프레임워크를 배웠다면 그 다음은 집요함이 전부입니다. 


더 깊은 이야기는 인스타그램 @zseo_hj, 링크드인 @서현직으로 DM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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