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은 언제 해야 할까?
연말이라 그런지 이직을 고민하는 지인들을 많이 만납니다. 종종 저에게 상황을 설명 주시면서 의견을 물어보시는 경우도 있는데요. 저는 보통 ‘성장의 관점’에서 이직을 결정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제가 이직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 리스트와 답변에 따른 이직의 시나리오를 말씀 드리곤 합니다.
물론 금전적인 부분이나 개인의 취향이나 선호도 이직 결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부분이라 몇 가지 질문으로 쉽게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서는 보상이나 취향과 같은 개인적인 부분은 제외하고, 개인과 커리어의 성장 관점의 질문들만 포함하고 있습니다.
1번과 2번에 Yes : 이직 고민의 출발점. 3~8번을 체크한다.
3번과 4번에 Yes : 배울 수 있는 곳으로 떠난다.
5번과 6번에 Yes : 존중받을 수 있는 곳으로 떠난다.
7번과 8번에 Yes : 더 큰 기회가 있는 곳으로 떠난다.
1. 회사에 내가 더 풀어보고 싶은 문제가 없다.
경력은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성장한다. 성장은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일의 연속이다. 작은 문제를 풀고 나면 더 큰 문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눈앞에 해결을 기다리는 문제들에 성장이 숨어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 문제 찾고 푸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풀어보고 싶은 문제가 남아 있어야 한다. 회사 일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직을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어렵더라도 해결해 보고 싶은 문제가 남아 있는지가 중요하다.
2. 회사에 내가 남들보다 잘 풀 수 있는 문제가 없다.
나에게 영감과 동기를 주는 문제는 없지만 내가 남들보다 잘 풀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면 그곳에서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나의 가치는 내가 풀 수 있는 문제의 크기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곳에서 남들보다 잘 풀 수 있는 문제가 있다는 말은, 곧 큰 인정과 보상 혹은 대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반대로 현재의 회사가 아니라 다른 곳에 내가 더 잘 풀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면 아마 성장의 기회는 그곳에 있을 것이다.
3. 나의 성장에 구체적인 투자를 하는 상사가 없다.
직접 문제를 풀어 성장할 수 없다면 보고 배울 수 있는 사람들과 일해야 한다. 주위에 배울 수 있는 상사가 없다면 성장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반대로 나의 성장에 구체적인 투자를 하는 상사가 있다면 가장 좋다. 상사가 나의 성장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가장 구체적인 근거는 시간과 피드백이다. 그런 상사는 시간을 들여 내 일을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며, 이를 기반으로 나의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포함한 피드백을 준다. 만약 6개월 이내에 그런 피드백을 받은 적이 없지만 상사가 여전히 ‘너의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4. 힘든 문제를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동료가 없다.
물론 상사에게서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함께 일 하는 훌륭한 동료들도 좋은 배움의 원천이자 스스로에 대한 기준을 올려주는 스승이 된다. 특히 힘들고 어려운 일도 ‘저 사람이라면 같이 해 보고 싶다’는 확신이 드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면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좋은 동료들이 모이면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들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훌륭한 팀워크로 남들이 풀지 못하는 어려운 문제를 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모두의 성장이 일어난다.
5.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존재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며 일해야 한다면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 만약 상사에게 ‘스스로의 역할을 직접 정의해 보라’, ‘본인이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보고 제안해 달라’와 같은 말을 자주 듣고 있다면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상사의 생각은 보통 둘 중에 하나이다. 상사가 당신의 현재 역할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혹은 채용할 때부터 당신의 포지션에서 기대하는 역할이 명확하지 않았고, 여전히 당신의 역할에 대한 확실한 생각이 없다. 둘 중 어떤 경우라도 당신은 그곳에서 제대로 인정이나 평가받지 못할 것이다.
6. 역할의 변화가 많다.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의 담당 업무 변경은 불가피하다. 생존을 위해 회사도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힘든 일을 척척 해내는 일잘러에게 새로운 업무가 몰려 담당 업무가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회사의 일방적인 필요에 의해 담당 업무가 자주 바뀌고 있다면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손바닥 뒤집듯 일이 바뀐다면 회사가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7. 최근 1년 동안 새로운 시도가 없었다.
물론 상황에 따라 회사 전체가 벌려 놓은 일들을 잠시 내려놓고 몸을 웅크리고 살아남아야 할 때가 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아닌데 내가 담당하는 업무에서 유의미한 새로운 시도가 없었다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1년 뒤, 3년 뒤에도 나는 늘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매일 똑같이 운전한다고 레이서가 될 수 없듯 아무리 반복하더라도 늘 같은 일만 한다면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새로운 시도가 있었더라도 제대로 된 회고가 없었다면 이 또한 문제다. 시도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커리어 성장의 중요한 한 축은 새로운 시도를 통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다. 새로운 시도가 없는 곳에서는 성장의 기회 또한 그만큼 제한될 것이다.
8. 회사가 성장하고 있지 않다.
혹은 회사가 성장하고 있더라도 구체적인 성장의 원인을 모른다. 일반적으로 성장하는 회사에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위한 더 많은 시도의 기회가 있다. 새로운 시도가 없었더라도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면 앞으로의 기회를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도 없었는데 회사가 성장도 하고 있지 않다면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기회가 무엇인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회사가 성장하고 있더라도 왜 우리가 성장하고 있는지, 누구도 회사의 성장 원인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회사의 성장을 반복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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