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마침'이 연결되는 순간
최근 거절을 많이 당합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회사 밖에서 새로운 일을 하다 보면 특히요. 누군가는 가만히 있는 저에게 이런저런 기회가 찾아온 줄 알지만, 사실은 아니에요. 제가 먼저 연락해 요청하고, 거절당하며 구해 낸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처음에는 거절이 무섭고 두려웠는데, 계속 당하다 보니 익숙해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다음 책'에 대해서 물어보시는데요. 최근 가장 많은 거절당하는 것은 두 번째 원고의 출간입니다.
<요즘 팀장의 오답노트> 이후 꾸준히 링크드인에 써 온 직장인의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원고로 모아 출판사에 출간을 요청해 보았으나, 다양한 이유로 거절당하고 있습니다.
이때 제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요. 정중히 다음을 기약하며 거절의 이유를 묻고, 그 이유에서 더 다듬어야 하는 부분을 고치고, 내 원고와 더 잘 맞는 출판사를 찾아, 다시 연락해 보는 것뿐입니다. 물론 지금까지는 모두 거절이었지만요. 혹시 모르잖아요. 어떤 편집자가 마침 저의 글을 읽은 적이 있었고, 마침 제가 연락했고, 마침 저의 원고가 수많은 거절을 통해 조금은 다듬어져 있었고, 마침 그것이 출판사가 찾고 있던 것일지요. 수많은 '마침'이 연결되는 순간을 찾기 위해 많은 거절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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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일은 일상에서도 일어납니다.
3년 전일까요. 일본 여행을 갔습니다. 반나절 이상 비행기가 딜레이 되어 후쿠오카 공항에서 도착했을 때 이미 예약한 유후인행 버스는 떠났고 그날의 마지막 유후인행 버스가 사람들을 태우고 있었습니다. 공항에 물어보니 유후인행 버스는 끊겼으니 벳부행 버스를 타고 벳부로 가서 택시를 타고 유후인으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같이 비행기를 타고 온 많은 인파가 어쩔 수 없이 벳부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 출발하려는 마지막 유후인행 버스를 자세히 보니 앞자리가 하나 비어 있었습니다. 혹시 몰라 기사에게 다가가 타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그런데 안된다고 했어요. 혹시 몰라 버스 매표소 직원에게도 물었습니다. 그녀도 안 될 것 같다고 했어요. 실망하고 돌아서는데 갑자이 한 직원이 탈 수 있게 도와주겠답니다.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 저는 유후인행 마지막 버스를 탔고, 많은 사람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바라봤습니다. '왜 물어보지 않았을까' 하는 표정으로요. 거절을 감수하고 그저 몇 번 물은 덕분에 시간과 돈을 크게 절약했습니다.
단 칼에 거절을 받으면, 한번 생각해 보면 됩니다. 무엇이 준비가 안 되었을까? 그리고 부족한 부분을 다듬어 다시 한번 요청해 봅니다. 되는 듯 싶다가도 다시 거절을 받으면, 또 한 번 천천히 살펴보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조금 더 다듬고 고쳐 보자는 마음으로요. 지치도록 반복되는 그 과정에 문득 기회가 찾아올지, 혹시 모르니까요.
더 깊은 이야기는 인스타그램 @zseo_hj, 링크드인 @서현직으로 DM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