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지표 #1

분위기

by 별바다

‘어머, 너 정말 똑같구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 자주 하는 이 말은 듣고 싶은 말을 서로 해주는 친구 사이 의리의 표시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함께 나이 들었다는 것을 부정하려는 암묵적 동의일 수도 있다. 똑같긴 하다. 몇 년 전 그 모습과 같은 듯 다른, 그 묘한 느낌만 무시하면. 단발머리를 해도 상큼하기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엄마!’ 하고 부르는 아이가 다리 뒤에 숨어있을 듯한 그 느낌을 어찌해야 하나.


가끔 국외 여행을 가면 한국의 일상에서 하지 않는 패션 소품을 시도한다. 스물아홉 여름에 친구와 여행을 갈 때 샀던 주황색 리본 머리띠는 –내 입으로 감히 말하지만- 나의 상큼발랄함과 정말 찰떡같이 잘 어울렸다.(웃으라고 적은 거다. 비웃어도 좋다. 하지만 진심이다.) 그로부터 일 년 반이 지나 같은 친구와 다른 곳에 여행을 갔다. 여행 짐을 꾸리다가 그 머리띠가 보이기에 챙겨가려고 집에서 한번 해 봤는데 이건 내가 봐도 아니올시다였다. 삼십 대가 교복을 입은 어색함과 비슷했다. 그렇다고 놓고 가자니 어쩐지 아쉬운 마음이 들어 일단 챙겼다. 여행지에서 내 얘기를 들은 친구는 아닐 거라고 여전히 잘 어울릴 거라고 나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었고, 나는 그에 힘입어 머리띠 쓴 모습을 보여주었다. 친구는 나를 보자마자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주황색 리본 머리띠가 잘 어울렸던 스물아홉 여행 중에 두 여자분을 만났다. 분명 나이를 오픈하지 않았는데 그분들을 언니라고 불러버렸다. 그분들이 늙어 보이는 편은 아니었는데 어딘지 언니라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나에게, 웃으며 본인들은 서른넷이라며 보아하니 언니가 맞는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그때 그 언니들의 ‘언니 분위기’를 이제 내가 풍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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