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OR MEN 2020 A/W COLLECTION REVIEW
지난 12월 4일 디올 맨의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는 마이애미에서 2020년 프리 폴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스트리트 웨어를 대표하는 인물 션 스투시와의 협업으로 진행됐었죠. 그러나 이번 파리 패션위크에서 열린 디올 맨의 2020년 가을·겨울 컬렉션은 달랐습니다.
킴 존스는 디올 맨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이번 시즌 트렌드로 급부상한 우아하고 아름다운 남성복으로 회귀했습니다. 디올 맨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부임한 지 2년이 지난 그는 디올 맨의 데뷔 컬렉션부터 다양한 산업의 인물들과 함께 엄청난 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그래픽 아티스트 카우스(Kaws)와 시각 예술가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이 있겠네요.
이제 그는 이러한 협업을 통해 디올 하우스의 비전을 더 이상 나타내지 않기로 한 걸까요?
킴 존스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2018년 세상을 떠난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전설적인 스타일리스트 주디 블레임에 대한 찬사를 표현했습니다.
"제가 16살쯤 되었을 때 한 클럽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어요. 잡지를 통해서만 봐왔던 그에게 홀린 듯이 다가갔죠. 지금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저는 아직도 그때 그에게 받은 명함을 가지고 있어요. 저에겐 아주 큰 인상을 남겨줬던 순간이었죠. 제가 그의 작품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패션 디자이너로 성장한 킴 존스가 루이비통 하우스의 남성복 디렉터로 있을 당시 주디 블레임과의 만남은 다시 이루어졌습니다. 크리스토퍼 네메스를 기리는 컬렉션을 통해 주디 블레임의 시그니처인 단추 모양의 핀을 자신의 컬렉션에 올렸었죠. 이번 디올 맨의 컬렉션은 패션 업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주디 블레임에 대한 기억을 되짚고 있습니다. 수많은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 그리고 포토그래퍼들에게 영향을 끼쳤던 그의 시그니처인 베레모와 병뚜껑을 재활용한 액세서리 그리고 그를 아주 잘 나타내는 아이템인 브로치가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마이애미에서 선보였던 프리 폴 컬렉션은 정말 재미있고 신나는 컬렉션이었지만 이번 컬렉션에서는 디올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우아함을 나타내는 컬렉션 말이죠. 저와는 떼놓을 수 없는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아이템 없이 오직 주디 블레임에 대한 찬사만을 담아냈습니다. 그의 죽음은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극복하기 힘든 아픔이었습니다. 그를 온전히 보내주는 것에 오랜 시간이 걸렸죠. 이제 그를 위한 작품들로 영원히 그를 기억하고 싶었어요."
주디 블레임은 저에게 있어 영웅과 같아요. 그의 작품들에 큰 영향을 받아 저는 주얼리 디자인을 시작했죠. 그는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자신만의 정신과 에너지를 담아냈었어요. 그를 추억하는 마음으로 그의 상징인 브로치에 디올 하우스의 로고를 더해 저만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디자인한 디올 맨의 액세서리와 주얼리들을 통해 그가 어떤 아티스트였는지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진정한 킴 존스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던 컬렉션이었습니다. 주디 블레임이라는 인물을 액세서리와 주얼리들을 통해 아주 자연스럽게 녹여냈어요. 무대에 흘러나왔던 플리트우드 맥의 BIG LOVE란 곡을 선정한 DJ 허니 디종의 세심함 또한 좋았습니다. 킴 존스가 주디 블레임이라는 아티스트에 가지고 있는 존경심과 사랑을 표현하기에 완벽한 곡이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