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재치스러운 디자인으로 디젤을 표현하다.
2022년 봄·여름 시즌을 위한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가장 받은 기대를 받아온 컬렉션이 공개되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와이 프로젝트의 수장인 글렌 마틴스가 선보이는 첫 번째 디젤 컬렉션. 지난해 10월에 공개되며 많은 주목을 받은 이 협업은 지금까지 팬들의 입방아에 지속적으로 오르내리며 상징적인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가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이 들끓어 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공개된 디젤의 2022년 봄·여름 컬렉션은 글렌 마틴스가 디자인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는듯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제공되었습니다.
모든 이들이 알다시피 디젤은 1990년대의 섹시한 무드를 비교적 편안한 룩에 담아내는 브랜드로 우리에게 인식되어왔습니다. 특히 데님에 관련된 아이템은 디젤을 상징하는 수준이었죠. 하지만 글렌 마틴스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자신과 디젤을 조화시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완전히 새롭게 접근하는 방식을 택했죠. 그가 항상 보여줘 왔던 뒤틀린 모습의 상의 디자인은 물론 유니크한 실루엣의 데님 디자인을 디젤에 그대로 이식시킨 것입니다. 그는 이번 컬렉션을 두고 "연구와 실험 그리고 패터닝이 저의 브랜드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어요. 디젤의 활동적인 이미지에 맞게끔 조절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라고 밝히며 와이 프로젝트보다는 웨어러블 한 디자인과 착용감에 신경을 썼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디젤의 고객들의 니즈를 완전히 배제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스톤 워시로 완성된 블루 컬러의 재킷과 데님 그리고 미니 스커트는 기존의 고객들도 반길만한 디자인으로 완성되었죠. 그는 이 부분에 대해 "디젤은 정말 거대한 브랜드예요. 팬 층 또한 다양하죠. 하지만 이런 베이스가 있기에 많은 팬들이 새로운 방향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더욱 다양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보려 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그는 이번 컬렉션 노트를 통해 고객을 기반으로 '재미있는 요소'와 '행복한 색감의 향연'에 집중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개인 레이블이 아닌 거대한 브랜드에 소속된 입장인 그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테죠. 그런 연유로 그는 과감한 선택을 하는 것보다는 고객들을 위한 디자인을 그려나가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자신의 레이블인 와이 프로젝트를 디젤의 아카이브에 과감하게 부어버렸지만 완벽한 균형을 자랑했죠.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또한 글렌 마틴스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운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생산 시스템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의 선두에 서게 된 그는 자신의 위치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았고 그 의미를 아주 잘 활용한 셈이었죠. 그렇게 그는 디젤의 전체적인 공급망과 생산팀이 의류를 제작하는 모든 과정에 참여해 변화를 주도했습니다. 그는 부임한 지 6개월 만에 디젤은 모든 공정을 완전히 재고하며 모든 면 직물에 대한 인증을 마쳤고 생산지를 옮기기도 했습니다. 투명성 정책 또한 함께 추진하며 모든 의류에 QR 코드를 삽입해 어떤 과정을 통해 디젤의 아이템이 제작되었는지 고객들이 알 수 있도록 했죠.
글렌 마틴스가 디젤과 손을 잡고 선보인 첫 번째 컬렉션은 작은 발걸음이자 위대한 도약일 겁니다. 이번 컬렉션을 통해 이러한 부분을 우리에게 아주 잘 알려주는 것처럼 보였으며 그는 자신의 시그니처인 뒤틀린 듯한 실루엣은 물론 때로는 디젤의 어둡고도 섹시한 그리고 화려한 실루엣을 통해 우리를 오래된 이 디젤 하우스와 다시금 연결시켜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