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 프로젝트의 첫 발걸음을 뗀 장 폴 고티에 쿠튀르 프로젝트
결이 다른 소재들을 모아 완벽한 레이어링을 보여주며 자신의 이름을 알려온 사카이의 아베 치토세가 장 폴 고티에 하우스를 통해 작년 3월부터 준비했던 자신의 첫 번째 쿠튀르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이중성과 배치에 대한 내용을 담길 원했던 장 폴 고티에의 바람에 완벽하게 적합한 인물이었죠. 불과 몇 주 전 킴 존스의 디올 맨과 함께 한 협업 컬렉션을 선보인 아베 치토세는 사카이의 세계관과 패션계의 영원한 이단아인 장 폴 고티에의 세계관을 융합하며 더욱 모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2019년 파리에서 자신의 마지막 컬렉션을 보여줬던 그는 자신의 아틀리에를 없애기보다는 디자이너를 초청해 쇼를 이어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비즈니스적으로도 현명한 방법이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진보된 협업 방식이기도 했죠. 새로운 디자이너가 장 폴 고티에의 아카이브를 재발견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파리라는 도시에서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전담하는 공예가들로 꾸려진 팀을 자유롭게 디렉팅 할 수 있는 기회는 그 어떤 디자이너라도 탐낼만한 것이기도 했죠.
그렇게 이 기회를 얻어낸 사카이의 아베 치토세는 대규모의 컬렉션은 아니었지만 촘촘하게 짜인 31개의 피스로 장 폴 고티에와는 확연히 다른 결과물을 도출해냈습니다. 물론 시작은 그에게 바치는 헌사를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원뿔형 브라와 80년대의 쇼를 상징하는 스트라이프 패턴을 그녀만의 감각으로 재해석 한 피스였죠. 이렇게 장 폴 고티에의 고전적인 요소들로 시작해 핑크 컬러의 코르셋과 타투처럼 보이는 프린팅 그리고 타탄 체크를 사카이스러운 모습으로 겹겹이 쌓아 올렸습니다. 사카이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실루엣이었죠.
또한 아베 치토세는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의 스튜디오와는 비교도 하기 힘든 쿠튀르 아틀리에의 힘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비요크가 모델로 참여하며 큰 화제를 낳았던 1994년 가을·겨울 컬렉션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퍼(Fur) 아이템을 제작할 때 가장 큰 희열을 느꼈다고도 했죠. 협업 프로젝트가 포화상태를 넘어 최고조에 달했을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그것을 진실되고 조화롭게 이뤄낼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아베 치토세와 장 폴 고티에가 보여준 듯합니다. 두 거대한 디자이너가 선보인 이번 쿠튀르 컬렉션을 통해 협업의 좋은 예를 직접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