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가을·겨울 시즌을 통해 남성용 메리 제인을 선보인 브랜드들.
남성복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성장통을 겪고 있습니다.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스트리트 웨어의 미래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내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동시에 젠더의 경계에 대해 진화하는 대중들의 시각을 따라잡아야 하는 커다란 과제도 안고 있죠. 그렇기에 지난 2022년 봄·여름 시즌 패션위크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많은 컬렉션들은 전통적인 남성복의 규범에 초점을 흐렸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2022년 가을·겨울 시즌은 어땠을까요?
이제 막 밀라노 패션위크가 끝나고 파리 패션위크가 시작되는 시점이지만 그야말로 규범이 완전히 파괴된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앞으로 개최될 런던과 뉴욕 그리고 코펜하겐 패션위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하고 있죠. 그리고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여성 컬렉션에서 주로 만나볼 수 있었던 아이템인 메리 제인 슈즈가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현재 가장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디자이너인 킴 존스를 영입하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는 실비아 벤투리니의 펜디부터 에르뎀까지 그리고 J.W. 앤더슨과 꼼 데 가르송 옴므 플러스에서도 메리 제인 슈즈를 선보이며 이번 시즌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안했죠. 과연 이 새로운 메리 제인 슈즈는 남성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게 될 수 있을까요?
메리 제인 슈즈는 미국의 만화가인 리처드 아웃코트의 작품인 버스터 브라운의 등장 캐릭터인 메리 제인을 통해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인식되었습니다. 메리 제인이 작품 속에서 신은 신발의 모습이 우리가 알고 있는 메리 제인 슈즈인 것이죠. 이를 시작으로 1910년대부터 어린아이들은 메리 제인 슈즈를 즐겨 신기 시작했고 시간이 흘러 1920년대에는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여성들에게도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여성들만의 클래식으로 여겨져 왔던 메리 제인 슈즈는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선보인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리카르도 티시가 전개하던 시절의 지방시와 존 갈리아노의 메종 마르지엘라 그리고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에서도 메리 제인 슈즈를 선보인 바 있죠.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브랜드가 보여준 모습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듯 보입니다. 바로 패션 위크의 초반부터 이 아이템이 등장했기 때문이죠. 지난 시즌부터 많은 남성복 디자이너들이 기반을 다져놓은 젠더리스 룩을 더욱 완벽하게 하기 위한 장치라고 느껴졌습니다.
새로운 시즌을 선보일 예정을 앞두고 있는 몇몇 디자이너도 지금 이 순간 계획을 변경할지도 모르는 것이죠. 이번 시즌을 통해 엄격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묵직한 슈트는 가벼운 프레피 스타일의 슈트가 될 것이며 더욱 편안해 보이는 실루엣을 보여줄 것입니다. 팬츠의 실루엣도 넓어질 것이며 반바지는 치마가 되고 드레스 슈즈는 메리 제인이 될 것입니다. 적어도 이번 시즌에서는 말이죠.
계속해서 새로운 것과 화려한 것들을 수용하고 있는 남성복 시장은 그야말로 과도기를 겪는 동시에 성장통을 겪고 있습니다.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겠죠. 그렇기에 메리 제인 슈즈가 남성복 무대에 등장한 것은 이치에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사고방식을 대표하는 아이템이 될 것입니다. 올 가을 과연 남성 소비자들은 메리 제인 슈즈를 두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저 그렇다는 반응을 보일까요? 물론 시작에 불과한 이번 남성 패션위크에서 흥미로운 이슈가 계속해서 나타나겠지만 현재까지는 메리 제인 슈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