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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SSTYPE Jan 12. 2016


제스타입 작업일지 #9

재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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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고 지난해부터 이어 온 작업은 드디어 매듭짓고 있다.

연말에 충분히 쉬었기에 바로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네온사인 타입 다음으로 제작할 폰트는 멜트다운. 멜트다운 타입을 작업하기 앞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이 타입은 네온사인 타입 이상으로 가독성이 낮고 사용성이 낮아 보였다. 이 타입이 필요할까. 이런 타입이 있으면 사람들이 사용할까. 이러한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차라리 멜트다운은 접고 다른 더 사용성이 좋은 폰트 디자인을 하는 것은 어떨까. 그렇지만 끝내 나는 멜트다운 타입을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것을 떠나 내 타입은 내가 처음으로 기획했던 첫 번째 패밀리 폰트였고 가독성과 사용성을 고려하기보다는 새로운 타입을 원했던 것이라 멜트다운까지는 마무리 짓고 싶었다. 1월부터 시작하여 3월까지. 오리지날 타입을 변형하며 디자인을 진행하게 된다. 이번에도 텀블벅에서 후원을 통해 제작하고자 한다. 성공 여부는 프로젝트가 끝나는 그 순간 알 수 있겠지만 후원이 성사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제작된 폰트는 정식 판매를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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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3년 동안 10개의 폰트를 만들 것이다.

단순히 낱개 폰트가 아닌 패밀리 폰트로 10개. 적어도 3가지의 폰트로 구성된 패밀리 폰트. 올해 과연 얼마나 작업이 진행될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기획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멜트다운으로 완성되는 지블랙 패밀리와 '비가 온다' 레터링 작업을 모티브로 삼은 폰트 그리고 예서체를 모티브로 한 고딕체가 메인 프로젝트다. 이 외에도 지블랙 스트라잎 대신에 제작할 스트리트는 스탠실 방식에 더스트를 가미한 타입이 될 것이다. 작업 진행에 따라 여유가 생기면 작업할 것이다. 비가 온다 레터링을 모티브로 한 작업은 3~5개의 웨이트를 예상하고 있다. 3가지로 구성한다면 '가랑비 > 비 > 장대비' 가 될 것이고 5가지로 구성된다면 '안개비 > 가랑비 > 비 > 장대비 > 폭우' 가 될 것이다. 지블랙과는 다르게 본문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가독성과 균형에 보다 신경을 쓸 것이다. 예서체는 모티브로 한 고딕체는 6개월에서 1년을 바라보고 기획한 프로젝트다. 추사체를 연구하고 있다. 말이 연구지 이리저리 살펴보는 정도지만 글자들을 놓고 공부하고 있다. 추사가 제주도로 유배를 내려와 추사체를 완성했다고들 한다. 추사의 글씨는 제주도를 닮았다고 한다. 추사의 글씨에서는 제주도의 바람과 바위와 파도가 느껴진다고 한다. 나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다. 지금 당장 추사의 이름을 담은 폰트를 제작할 수는 없지만 추사의 예서를 모티브로 작업을 시작해보려 한다. 그 고딕체에서 제주도의 바람과 제주도의 바위와 제주도의 파도가 느껴지진 않겠지만 일단 시작으로서 예서체를 고딕체로 디자인해볼 것이다. 6월까지는 자료수집과 연구를 통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6월부터 작업을 시작하여 연말에 마무리 짓는 것이 목표다. 이 밖에도 내가 진행해온 레터링 작업을 폰트로 옮기고 싶지만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고 차근차근 하나씩 매듭지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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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트다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동시에 웹사이트 준비를 끝내야 하고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야 한다. 그 밖에도 폰트 배포를 위한 패키지 구성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공부해야 한다. 폰트 제작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도 틈틈이 공부할 것이다. 저작권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 물론 한글 폰트에 대한 공부는 당연하다. 할 것은 이렇게나 많은데 당장 월세 날이 다가올 때마다 막막한 것을 보면 회사에 속한 안정적인 직장인이 부럽기도 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내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지키는 것이 옳은 판단이라 생각한다. 당장은 좀 힘들지라도 인생은 그리 짧지 않으니 내일을 바라보기로 한다. 이번 프로젝트가 지난 프로젝트와 같이  성사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꿋꿋이 내 길을 나아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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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타입 스케이프 전시가 시작된다.

삼원 페이퍼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1월 18일부터 3월까지 진행되는 타입에 관한 전시다. 프로젝트 진행에 신경을 기울이다 보니 전시 준비가 썩 훌륭하진 않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한다. 전시 오프닝 때 토크쇼를 한다는데 과연 어떨지 모르겠다. 디자이너가 선호하는 주관적인 타입 페이스라. 내가 선호하는 타입 페이스는 대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폰트는 다양했다. 회사에 속해 디자인을 하면서는 저작권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지만. 거기다 회사는 폰트를 많이 구매하지도 않아 쓸만한 것이 별로 없어 결국 NOTO  SANS와 MYRIAD PRO 만  사용했던 것 같다. 주로 인쇄물. 패키지 디자인에 사용해서 타이틀은 직접 레터링 작업을 하고 본문에는 저 두 가지 아니면 회사에서 가지고 있던 윤고딕 밖에 없다. 디자인에 있어서 폰트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픽이나 일러스트는 명확하게 디자인의 컨셉이나 성격을 드러내지만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은 타이포그래피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뛰어난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이 올라간다 해도 타이포그래피가 엉망이면 영 볼품없다. 그런 타이포그래피의 영역을 넓혀주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폰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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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많이 춥다.

그래도 이번 겨울은  지난겨울보다는 덜 춥게 느껴진다. 집에서 작업을 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금연을 해서 밖으로 나갈 일이 줄어들어서 그런 것일까. 새해가 밝고 금연을 한지도 어느새 12일 째다. 10년이나 피웠으니 이제는 끊을 때인 것 같다. 건강에는 나쁘지만 내 멘탈을 지켜주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던 그 담배가 그립긴 하다. 그래도 이번에는 정말 금연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는 기필코 금연에 성공하리라. 다만 내가 기억하는 가장 좋았던 담배를 다시 피워보지 못하고 끊는 것이 조금 아쉽다. 10년 전 전역 후에 피웠던 던힐 디 레드와 제주도를 오갈 때마다 면세점에서 구매했던 다비도프 라이트. 이 두 가지는 오래도록 기억날 것 같다. 던힐 라이트와 마일드 세븐. 카멜 라이트와 캔트. 보햄 시가 그리고 최근까지 피웠던 쿠바나 1MG 까지. 흡연은 폐암 및 각종 질병이 원인이 되며. 이제는  끊어야겠다. 안녕. 내 삶의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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