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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KBS 더 유닛

KBS더유닛 JTBC믹스나인 전격비교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진화인가 마지막 몸부림인가

by 황진택



2017년 10월 28일과 29일 각각 하루 차이로 방송을 시작한 KBS 2TV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 더 유닛과 JTBC 믹스나인은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 결성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가진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비슷한 포맷과 방송 일자로 인해 방송 전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서로 비교 대상에 오르고 있다.




프로그램의 방향성

두 프로그램의 차이는 뭘까? 더 유닛은 한번 실패를 맛본 아이돌의 재데뷔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믹스나인은 아직 데뷔하지 않은 연습생을 대상으로 한다. 믹스나인은 대부분 YG 소속이 아닌 연습생들을 YG에서 YG 스타일로 트레이닝 및 데뷔 런칭 시킨다고 한다. 그런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더 유닛에 데뷔한지 얼마 안된 참가자나 아직 데뷔하지 않은 연습생이 나오는가 하면 믹스나인에 데뷔한지 오래된 아이돌이 나오기도 하는 등 참가자 라인업에서는 차이점을 찾는 것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가장 큰 차이점은 더 유닛은 악마의 편집과 멘토들의 자극적인 심사평을 줄인 편인데 반해 믹스나인은 막말 논란을 오히려 노이즈마케팅으로 사용하여 참가자보다 양현석 대표의 존재감이 더 크다는 것이라는 평가다.




데뷔 후 매니지먼트

더 유닛은 남녀 각각 9명씩 뽑은 후 남자팀과 여자팀 중 누가 먼저 데뷔할지 정하고 순차적으로 데뷔시킨다고 한다. 비를 비롯해 황치열, 현아, 태민, 산이, 조현아 등 막강한 선배군단이 심사위원 겸 멘토로 참가하고 있다. 심사위원이 전적으로 1차 합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 관객평가단의 90%가 찬성할 경우 심사위원 결정과는 상관없이 합격한다는 시스템으로 시작했다.


믹스나인은 9명씩 뽑은 남 녀 유닛 둘 중 하나를 데뷔시킨다고 한다. YG엔터테인먼트와 양현석 대표가 주도적인 위치에서 이끌어나가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심사위원, 보컬가이드, 작곡가 등이 모두 YG 소속이다. YG의 신인 그룹을 뽑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그룹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데뷔 이후 관리를 YG가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 또한 정확하게 정해진 사항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가장 문제인 것은 두 프로그램 모두 데뷔 이후 관리에 대하여 정확하게 공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KBS에서 더 유닛 프로젝트를 발표한 후 가요기획사들이 회원사로 가입해 있는 사단법인 한국매니지먼트 연합 등 3개 음악단체는 방송사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해 매니지먼트까지 진출하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를 독식하려는 미디어 권력의 횡포라며 적극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더 유닛 측은 당초 계약 기간이었던 14개월을 절반인 7개월로 단축했다.

지나치게 짧은 활동 기간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데, 가요기획사들의 반발에 대하여 KBS가 아닌 기획사 위주의 관리라던가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활동 기간 단축을 결정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방송사의 사업 독점도 문제이지만 이런 결정은 결국 최종 우승한 참가자들에게만 피해를 줄 뿐이다.


더 유닛과 믹스나인 모두 상당한 제작비와 방송사 차원의 폭넓은 지원이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인데 프로그램 종료 후 최종 우승자의 관리에 대하여 확정된 발표가 없는 것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참고로 프로듀스 101의 경우는 사전에 미리 어떻게 어느 정도 활동을 할 것이라는 것을 명시해 둔 프로그램이었다. 더 유닛과 믹스나인 모두 데뷔 후 매니지먼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는 것은 데뷔 후 계획이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아이돌 육성 예능인 아이돌학교의 경우도 데뷔시 매니지먼트건으로 논란이 있었는데, 제작사인 엠넷과 프로그램을 기획한 CJ E&M이 모두 매니지먼트를 거부하면서 데뷔가 무산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있었다. 최종적으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에서 관리할 것으로 보이나 플레디스 소속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한성수 대표 개인이 관리하는 것이라고 발표되면서 과연 정상적인 방송활동을 잘 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fromis_91월 24일 정식 데뷔를 하며, CJ 산하 레이블인 스톤 뮤직에서 기획을 맡고 CJ E&M에서 직접 유통을 맡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각종 논란

일부 아이돌은 이미 팬덤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있어 참가를 고사해 왔는데, 해당 방송 관계자가 자사의 음악 프로그램 등 방송 출연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해 억지로 참여했다는 의혹이 있다.

방송 전부터 KBS라는 거대 방송사와 YG라는 거대 기획사의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이 있었다.

두 프로그램에서는 최대한 많은 참가자를 확보하기 위해 다수의 연예기획사에게 참가를 요청했는데, 영세 중소 기획사 입장에서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어 각자 준비중이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지만 대형 기획사와 방송사의 압박 앞에서 참여를 거부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수백명의 아이돌과 연습생을 등장시켜 관심을 끌어보려는 의도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수많은 참가자가 통편집의 굴욕을 당했다.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다른 일정도 취소하고 오디션 준비를 했다가 방송에 얼굴 한번 띄워보려는 목표도 실패하고 몇몇 대형 기획사의 준비된 신인들과 비교되어 이미지만 더 떨어지는 피해를 받은 참가자들은 대부분 영세한 중소 기획사 출신이다.

심지어 믹스나인에서는 실력이 모자란 참가자들에게 가수를 그만두는게 좋겠다는 식의 막말 평가가 계속되며 양현석 대표의 무례한 태도가 프로그램에 갑질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음악채널 Mnet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와 너무나 비슷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프로듀스 101도 원래 일본 방송 표절 논란이 있기는 하다. 더 유닛과 믹스나인 모두 대결 구도, 방송 편집, 점수 집계, 트레이닝 방식까지 프로듀스 101과 너무 유사하다.

표절 의혹은 도덕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되지만 사실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는 것이 프로그램 입장에서는 더 큰 문제다. 예능 프로그램은 아이디어가 생명인데 기존에 있었던 프로그램과 비슷한 내용으로는 아무리 제작비를 많이 투자해도 외면받을 뿐이다.


KBS측은 트렌드를 따라갈 뿐 베끼기는 아니라며 더 유닛만의 특별한 색깔이 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한번 실패한 아이돌에게 다시 기회를 준다는 설명과 달리 데뷔한지 얼마 안된 그룹은 물론 아직 데뷔도 안한 참가자까지 나오며 프로그램의 취지와 어긋난 상태다.

더 유닛의 부트 무대는 K팝스타를 연상시켰고 믹스나인은 양현석 대표가 연습생 버스를 이끌고 직접 기획사들을 찾아가 오디션을 진행한다는 컨셉으로 초기에는 조금씩 다른 점이 있었으나 본격적인 미션이 시작된 후 두 프로그램 모두 공통적으로 뮤직비디오 미션과 그룹 미션을 진행하며 비슷한 컨셉의 내용이 방영되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 유닛의 선공개 단체 미션곡은 일본 그룹 AKB48의 2012년도 무대 모방 의혹을 받고 있다. 비슷한 포맷의 무대는 2007년 미스 유니버스 공연 무대도 있었고 그전부터 라스베가스 무대 등에서 많이 나왔던 컨셉이긴 하다. 표절 의혹보다 사람을 진열 상품같이 전시하는 듯한 무대 표현이 더 논란이 되었다. 티몬에서 사전 투표를 하는데 티몬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했는지 참가자 정보에 마우스를 대면 자세한 상품 소개 보기라는 글귀가 뜨기도 했다. 지금은 논란을 의식했는지 자세히 보기라고 표시되고 있다.


KBS에서 런칭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처음이 아니다. 그런데 글로벌 슈퍼 아이돌, 내 마지막 오디션 등 기존에 방영했던 프로그램이 그다지 화제성이 높지 않아서 심지어 프로그램 종료 후 우승자를 데뷔시키지 못했던 적도 있기 때문에 더 유닛은 다를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믹스나인은 한동철PD 특유의 악마의 편집 논란과 양현석 대표의 막말 논란으로 부정적인 부분에서 화제가 되며 시청률이 1% 미만으로 떨어지는 굴욕을 당하고 있다. 5회에서는 공연장에 LED 화면을 배치한 탓에 공연 영상 화면이 깨져보이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실 여러 논란보다 큰 문제는 상술한 이유로 그다지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더 유닛은 세트장에만 9억 3천만원이 투입되었으며 카메라 렌탈비만 1억 5천만원 등 뮤비 제작에 5억이 들어간다고 한다.

믹스나인이 더 유닛보다 투자가 약간 적은 것으로 보이지만 믹스나인의 참가자 숙소로 유명 호텔이 협찬되는 등 두 프로그램 모두 수십억대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형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 모두 엄청난 제작비에 비해 방송의 완성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한달여간 방영된 두 프로그램은 다소 맥락이 없는 ppl과 연출력 논란, 오글거리는 자막, 긴장감 없이 늘어진 편집 방식 등이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문제는 근본적으로 프로젝트를 너무 짧은 시간에 서둘러 진행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행히 더 유닛은 시청자의 쓴소리를 받아들여 자막을 교체하고 예고편에 등장했다가 혹평을 받은 내용을 본방송에 안내보내는 등 피드백을 하고 있고, 믹스나인도 4회에서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은 순위발표식을 5회에서 통편집하는 등 어느 정도 피드백이 있기 때문에 갈수록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시청률과 화제성 측면에서 두 프로그램 모두 별다른 반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비교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Mnet 소년24와 아이돌학교 등도 방송이 진행될수록 스토리와 편집의 완성도가 올라갔으나 방송 초반 지루한 스토리와 엉성한 편집때문에 떠나간 시청자를 결국 되돌리지 못했다. 예능 프로그램도 경쟁이 치열하며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보던 프로그램만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초반부터 완성도 높은 내용을 보여주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프로듀스 101이 동시대의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해 화제성과 인기가 더 높았던 이유는 출연 연습생들의 간절함과 거기에서 파생된 스토리 및 퍼포먼스에 있었다. 청년 실업과 양극화 현상의 고통 속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요 시청자들인 젊은 청년들이 보기에 아이돌 연습생들의 처지와 열정이 동질감을 느낄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이 부각이 되지 않고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자극적인 내용과 악마의 편집, 노이즈 마케팅에 매달리는 모습은 안타까울 지경이다.






KBS 2TV 더 유닛과 JTBC 믹스나인 두 프로그램 모두 프로그램에 대한 호감도는 낮아도 출연하는 참가자들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다.

필자 역시 어려운 도전을 하는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에 응원을 보내고 싶기에 글을 쓰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시청자의 피드백을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이고 부족한 부분을 고쳐서 다시 한번 반등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경연 예능은 화제가 된 영상이 젊은 시청자층이 많이 이용하는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심으로 반등을 이루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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