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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진택 Sep 02. 2019

지소미아 파기는 잘못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한국과 일본 간 분쟁에 대한 단상



동네 할아버지들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냐면


지소미아 파기는 멍청한 짓이다.

대통령이 무작정 고집을 부린다.

한미일 동맹을 파기하고 북중러로 가겠다는 것이다 라고 한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하루 종일 편하게 볼 수 있는 종편 방송이나 보게 되면 자연히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런 판단 안에 잠재한 한국인의 저력을 무시하고 자학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일본이 원하는 바다.




한일 합병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일본은 뿔뿔이 흩어져 있는 섬나라이기 때문에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기 전까지는 좀처럼 통일왕국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일본이 처음으로 통일된 나라를 건설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이 바로 조선 침략이었는데, 당시 우리나라는 오랜 평화에 찌들어 전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으며 부정부패가 너무 심해서 국력이 강하지 못했다.


전쟁 초반에는 떠오르는 일본의 기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보였으나 결국 이순신 장군과 의병의 활약으로 임진왜란은 일본 입장에서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수백 년간 일본은 어떻게 하면 한국을 집어삼킬 수 있을까 하는 것만 골똘히 연구하고 고민해왔는데, 이런 연구로 유명한 이른바 정한론의 대가 후쿠자와 유키치가 지금도 일본에서는 최고의 위인으로 대접받고 있다. 하여간 이런 연구의 결과로 일본은 무력에 의한 침략보다 경제적 침탈과 한국의 경제가 일본에 종속하게 만드는 공작 행위, 한국인들 사이에 불신감을 키우고 다양한 이간질을 통해 국민감정을 분열시키는 한편 친일파를 양성해서 일부 한국인들 스스로 나라를 갖다 바치게 만드는 계획 등을 실행에 옮겨서 결국 한일 합방이라는 대업을 이루었다.


이런 일본의 공작 행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격변하는 국제 정세와 경제적 위험 속에서 이미 친일파가 상당 부분 장악하고 있는 국회와 언론에서는 매일매일 나라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는 것 이외에는 아무 일도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지소미아 파기가 잘못이라면, 일본이 한국을 적대국 취급하고 무역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아무런 보복 조치 없이 그냥 참고 있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것인가?


한국은 도쿄 올림픽 보이콧 등 더욱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도 있었으나 일본의 비상식적인 도발에 대하여 매우 차분히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고, 심지어 지소미아의 종료는 아직 몇 달 남아있으니 일본이 앞으로 도발 행위를 중지하고 대화의 길로 들어서면 지소미아 종료를 번복할 수도 있다는 입장까지 내놓은 바 있다.


지소미아(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는 한일 군사 정보 보호 협정으로 한일 간에 서로 필요한 군사 정보를 공유하자는 협정이지만, 막상 일본은 한국에 넘긴 정보가 북한으로 갈 수도 있다는 핑계로 일본이 보유한 군사 정보를 한국과 제대로 공유하고 있지 않다는 말도 있다. 어쨌든 지소미아 체결 후 한일 양국은 북한 미사일 발사 등의 상황에서 서로 중요한 정보를 꾸준히 공유해왔다.



지소미아가 한국의 이익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데도 이런 협정을 맺고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주로 미국의 압박 때문인데, 지소미아 파기가 옳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친일 정당과 친일 언론에서는 미국이 원하는 한일 군사 정보 교류를 유지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한다.


미국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의 공격을 받았던 나라인데도 어째서인지 과거사를 부정하고 군사 대국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으며, 오바마 정권은 한일 양국을 압박해서 피해자의 입장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과거사 정리를 선언한 위안부 선언을 강요했었다.


최근 미국은 꾸준히 국방 예산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억제하지 않고 오히려 두둔하는 행보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인다.


냉전 시대 이후로 미국 국력의 상징과도 같은 어마어마한 국방력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으나, 경제 침체가 이어질수록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군사 분야에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에 대한 반발심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의 국방 예산은 정말로 전쟁을 치를 것이 아니라면 당장은 낭비가 될 수밖에 없는 비용이다. 일본이 적극적으로 군사 대국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일본의 군사력을 키워주는 대신 동아시아에 주둔한 미군 전력을 줄여서 균형을 맞추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원전사고 후 3년간 일본 시민단체가 토양을 채취해서 측정한 수치를 책으로 출간한 일본 방사능 지도


일본이 전쟁을 준비한다는 계획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이유는 후쿠시마 사태가 수습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2011년 사고 이후 현재까지 일본이 꾸준히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제염 작업을 해왔다고 하지만, 그동안 해놓은 것은 방사능 오염토를 물리적으로 걷어서 쌓아놓은 것뿐이고, 근본적으로 누출 사고가 일어난 현장을 정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태가 벌써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주장하며 올림픽 개최를 준비 중이지만 올림픽이 열리는 도쿄 현지를 포함한 일본 동부 지역은 확실히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으며, 다양한 생태계 이상 징후와 일본 전역에 사고 이전보다 암환자 발생이 늘어나는 등 현지인의 건강 문제가 뚜렷하게 존재한다. 게다가 앞으로도 방사능 문제를 해결할 확실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욱 문제다.


일본은 극단적인 언론 통제와 거짓말로 어떻게든 반대 여론을 억누르고 무작정 일본은 괜찮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 일본 영토의 상당 부분은 방사능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게 될 것이며,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가까운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 이외에는 타결책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일본이 한국에게 군사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마치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게 명나라로 가는 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던 사실을 연상시킨다. 



일본의 도발이 일본이 기대했던 결과로 이어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양국의 국력에 있다. 일본 측에서는 경제 제재라는 매우 강력한 수단까지 동원하면 결국 한국이 일본의 입장을 들어줄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인데, 박근혜 정부 당시 우리나라가 일본의 요구를 워낙 잘 들어줬기 때문에 그런 오해를 했던 것 같다.


일본이 한국보다 강대국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국토와 인구의 크기, 각종 인프라가 모두 일본이 한국보다 더욱 우수하며, 경제 규모와 기술 발달 면에서 여전히 일본이 한국보다는 한발 더 나아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군사력의 차이는 생각보다 없는 편인데, 한일 양국 모두 여러 국제 정세나 정치적인 문제로 독자적인 전면전을 벌인다는 것은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군사력의 비교는 당장은 의미가 없다.


문제는 일본이 한국보다 약간 강하지만 그 차이가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다는 점이다. 국제 사회는 항상 힘의 논리가 지배해왔으나 일본의 생각처럼 한국이 일본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들어줄 정도가 되려면 국력의 차이가 압도적이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일본은 단순하게 한국 경제는 반도체에 많이 의존하고 있으며 반도체 생산에 중요한 재료가 거의 일본산인 만큼 이 부분을 공격하면 무릎을 꿇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지만, 한국 경제계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후 오히려 이번 기회에 부품의 자립화, 국산화를 해야겠다 라고 나올 정도로 충분한 여력이 있었다.  



일본이 요구하는 것은 신일본제철 등의 일본 기업에게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판결한 한국 법원의 결정을 바로잡아달라는 것인데, 삼권 분립의 원칙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법원이 내린 판결을 되돌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데다가, 애당초 이 소송 자체가 정치적인 이유로 관여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일본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해소된 문제를 한국이 다시 제기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는 갑자기 새로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한일 청구권 협정은 한일 간 과거사 문제로 다투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무역과 경제 교류를 하자는 취지의 협의였다고 생각되는데, 이 협정 자체가 일제강점기 강제 노동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는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 

일본은 원래 강제 노동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아마도 전시에 국가가 일부 국민들을 착취한 것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니 법적으로 소송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가가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이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일제 시대에 조선은 일본의 일부였기 때문에 조선인도 스스로 희생해서 국가를 위해 노동을 한 것인데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한일 합병 자체가 위법적이었으며 조선인 스스로의 의지에 반한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입장과는 배치될 수밖에 없다. 


서로의 입장이 다를 때 법원에서 주장을 다투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최소한의 보상을 하라는 우리 법원의 판결은 개인적으로는 보상의 액수나 판결문이 준엄하게 일본의 만행을 꾸짖는 정도가 너무나 부족했다고 생각하지만, 일본의 노골적인 협박과 우리나라 안의 친일파들이 끊임없이 재판을 방해하고 압박하는 와중에서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결과를 보여줬다. 


일본이 한국 법원의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국제 사법 재판소에서 다시 재판을 하자고 요청하고 이 문제에 대하여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은지 법정에서 충분히 논의해서 해결하는 것이 옳았다. 한국 법원의 판결을 되돌리라는 일본의 요구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데다가 현실적으로 국민감정에 너무나 많이 어긋나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였다.


최근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주둔한 미군의 방위 주둔비를 빌미로 한국과 일본에게 무작정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고 있으며, 중동에 함대를 파견해달라는 압력을 넣기도 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분쟁에 국력을 낭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에게 중국과 대항하고 압박하는 한편이 될 것을 강요하고 있지만 막상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행위에 대하여 강 건너 불구경 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어쩌면 한일 양국의 관계가 험악해지는 것은 일정 정도까지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었을 수도 있다. 


미국에게 한일 분쟁을 중재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는 시각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한일 간 분쟁이 생기면 전통적으로 미국에서는 항상 극단적으로 일본 편만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본의 로비력이 강해서일 수도 있으나, 미국은 언제나 철저한 자국 이익 중심주의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지정학적, 군사적으로 보다 더 미국에 가까운 안전판이 되는 일본의 입장을 더 중시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협박에 의해 체결된 위안부 협상은 한국이 일방적으로 양보한 협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미국은 성노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일본에게 압박을 가해서 10억 엔의 보상금을 출연하도록 강요했다. 

미국이 더 만만한 한국을 협박해서 미국의 이익을 위한 일본 중심 안보 체제에 끼워 넣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 편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강요한다 뿐이지 오로지 일본의 입장만 들어준다는 자세는 아닐 수도 있다.



한국이 일본의 압박에 부당함을 토로하며 예전처럼 일방적으로 꺾이지는 않으며 국제 사회에서 적극적인 발언을 이어가는 등 최소한의 대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지소미아 유지를 원한다는 이유로 이 협정을 파기하지 않았다면, 결과적으로 한국은 더욱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인간관계에서는 양보가 미덕이 될 수도 있지만, 국가 간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힘싸움의 연속이기 때문에, 무작정 양보만 하다가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당장 지소미아 파기를 통해서 우리는 일본의 태도에 따라서 지소미아를 다시 체결할 가능성도 있다는 카드를 갖게 되었다. 한국이 일본의 도발에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고 참아주는 모습을 보였다면 일본은 더욱 적반하장으로 한국을 압박했을 것이다. 


민주당 정부의 성격이 워낙 보수적이다 보니 일본과의 분쟁이라는 감정적으로 휩쓸리기 힘든 사안에도 정부는 대단히 참을성 있게 온건한 대응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인데, 친일 성향의 매국 언론들은 마치 한국이 일본에게 감정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것처럼 왜곡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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