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기기 생활
롬복에서 새로운 일과 삶을 시작한지 3주가 넘었다.
인천 공항에서부터 쌓인 피로감은 물론, 새로운 업무와 환경에 적응하는데 약 2주가 걸렸고, 지난주부터 이제 좀 슬슬 집을 구해보자는 마음이 들어 사무실이 위치한 마타람 시내쪽에 위치한 집들로 알아보았다.
이곳에는 따로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서라기보다, 집 앞에 렌트나 판매 표지판을 걸어두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집에 관한 정보를 구하는 것 같다. 그마저 인스타나 페이스북 쪽지를 주인에게 보내도 답이 잘 안온다. 뭐, 나도 딱히 그 집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러려니 하는데, 이런식이면 집 구하는게 아예 불가능해질 것 같다. 나보다 거의 1년 먼저 파견나와 있는 직원도 집을 구하다 그냥 에어비앤비 집에 잠시 머물다 괜찮아서 아예 장기 계약해 살고 있다. 물론, 나도 그 집에 들어갈 수는 있을 거 같은데, 외국인 상대로 하는 곳이라 그런지 월세가 시세보다 2-3배가 비싸고, 집 자체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곳도 아니라고 본다.
한 일주일 찾아보고 고민하다가, 아예 바닷가 지역인 승기기(Senggigi)로 눈을 돌렸다. 사무실과는 차로 30분 정도 걸리고 대중교통이 없어서 택시를 이용하면 하루 교통비가 어마어마하게 들겠지만, 그래도 삶의 질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한 번 지내면서 구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이왕 롬복에서 사는 거, 시내에서 기숙사 같은 집 혹은 혼자 살기 너무 큰 집을 구해서 각박하게(?) 사느니, 바다와 가까운 한적한 곳이 낫겠다.
돌이켜보면, 파견지 국가의 수도가 아닌 시골이라면 외국인이 집을 구하는 것은 대부분 쉽지 않다. 물론, 전임자가 물려주고 간 집이 있으면 자동으로 물려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내 경험의 절반 이상에서 괜찮은 집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동티모르에서 선택지는 한 곳이었고, 그 집에서 쥐가 자주 나와서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도 없었다. 말라위에서는 외국인이 살만한 집을 구하기 쉽지 않은 동네인데 주변 한국분의 도움을 받아 매우 운좋게 구할 수 있었다. 캄보디아 시골지역에 살 때도 동티모르와 마찬가지의 케이스였다.
이런 경험을 떠올리니, 이 곳에서 당장 살 만한 집이 보이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일단 적극적으로 나서서 집을 찾아볼 힘도 없고, 주변 네트워크도 약하다. 그래서 그냥, 파견 초반이기도 하고 이 지역을 탐험한다는 생각으로 지내볼 생각이다.
일단 오늘은, 주말이라 아침에 주변 바닷가를 거닐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 현지 식당에 들러 시간을 보냈다. 나름 관광지인데 거리에 현지인도 관광객도 많이 보이지 않는 풍경이 좀 낯설었다. 매우 밝고 따가운 햇빛은 그런 이 거리를 더 지루하게 느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