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실패를 기념하며 걷기로 했다
삶에는 작은 성공뿐 아니라 작은 실패도 많다. 작은 성공은 모여 큰 성공이 되고, 작은 실패도 모여 성공이 된다.
이틀 전 작은 실패를 했다. 몇 달 전에도 비슷한 실패를 경험했다. 그때는 그냥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는 다르게 해 보기로 했다. 실컷 신세 한탄을 했다. 그리고 걷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가고 싶었던 스페인 순례길을.
스페인 순례길은 유럽 어디서나 시작할 수 있다. 5년 전 부모님과 순례길을 걸었을 때 독일 아저씨를 만났다.아저씨는 자신이 태어난 독일 남부 도시에서 산티아고까지 여름마다 몇 년에 걸쳐 걸었다고 했다.
나도 베를린 우리 집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오늘 아침 9시에 집을 나섰다. 단골 서점을 지나 계속 걸으니 도시 외곽이 나왔다. 집에서 출발한 지 1시간 반 만에 스페인으로 향하는 베를린 순례길에 도착했다. 순례길 표시인 조개 문양을 보았을 때 정말 반가웠다.
오늘 실패라 생각한 것이 1년, 5년, 15년 후엔 더 이상 실패가 아닐 것이다. 내가 열고 싶었던 문이 아니라 다른 문이 열렸을 뿐이다. 그 다른 문은 나에게 더 넓은 세계를 보여줄 것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의 실패는 무척 쓰라리다. 그래서 걷는다. 길에서 답을 찾게 되겠지.
2020년 7월 19일 베를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