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족과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시리아 동생 수하의 25번째 생일을 축하했다. 수하가 정말 기뻐하고 고마워한다.
수하는 시리아에서 4년 동안 의대를 다니다 독일에 왔다. 1년 반 동안 독일어를 배우고 작년부터 괴팅엔 대학에 다니고 있다. 독일에서 시리아 의대 4년이 인정되지만 대학에서 바로 4학년부터 시작할 수 없다고 한다. 2년을 기다린 후 국가고시를 보고 수업을 듣게 된다고. 지금은 요양사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 독일 의대는 2학년 마치고 1차 국가 시험(Physikum)을 통과해야 계속 공부할 수 있다.
"수하야, 20대 중반이 된 기분이 어때?"
물어보니 슬프단다. 시리아 친구들은 모두 졸업하고 의사로 일하지만 자신은 아무것도 이룬 게 없어서. 시리아에서 의대 4년, 독일에서 어학/대학 한 학기 2년 총 6년의 시간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파테메 언니와 나는
"수하야 그렇지 않아. 지금까지 네가 해온 것을 생각해봐. 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대학생이 되었잖아. 비자 연장하고 집도 구하고 이사도 하고. 결코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야. 남과 비교하지 않고 네 길을 묵묵히 가는 게 가장 중요해. 그동안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거야!"
만나지 얼마 되지 않아 수하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 아이를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아주 많이 힘들었을 때 파테메 언니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이 큰 도움을 주어서 놀랐다. 이게 가족이라는 걸까?
내가 힘들다고 생각한 부분, 그래서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까지 솔직하게 보여줄 때 상대도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같다. 사실은 나만 겪는 문제는 아니니까. 그 모습을 보여주기까지는 큰 용기가 필요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파테메 언니와 가까워졌다. 언니도 비슷한 고민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면서. 오늘 수하를 위로하는 나를 보니 나도 수하와 한 뼘 가까워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