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사진

by 다른세상

낮엔 일해 돈 벌고 밤엔 학교를 다녔다


4형제에 셋째지만 집안의 돈 벌이는 내가 유일했다


하고 싶은 일, 꿈, 이런건 사치였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3년을 지나고


졸업식날 아침 아버지는 평소처럼 역정을 내셨다


당신 집안 챙기시지 못하는 자존심에 늘 그러시는거 알지만


그래도 오늘은 고등학교 졸업식이다


내 힘으로 돈 벌어 집안 먹여살리고 3년간 공부한 마지막이다


그날따라 집을 나서는 계단은 멀기만 했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졸업을 했고


친구 어머니를 따라가 짜장면을 먹었다


목이 메여 무슨 맛인지도 모르게 먹었다


길을 걸었다


눈에 보이는 사진관에 들어 섰고


언제 찾으러 올런지도 모를 졸업사진을 찍었다


누구도 모르는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그래서


나라도 기억하기 위해


입던 교복 그대로 툭툭 털어 내고


사진을 찍었다


그게 1960년 어느 이른 봄날이었다





아버지


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왜 제 졸업식이나 입학식 때만 되면


어머니 아버지 싸우시고 집안 분위기 안좋았던 이유를


전 알지 못했고 많이 아파했습니다


하지만


이제사 아버지 사진 한장에


그 사진을 보시며 울먹이시는 어머니 말씀에


전부가 될 수는 없지만


아주 작게나마 아버지를 이해해 봅니다


그리고


그간 했던 어린 원망을 후회하며


아버지


당신 손주들 얼굴에 미소 더 짙게 베어 들 수 있도록


그리 살아가겠습니다


그것이


조금이나마 아버지 뜻 이시리라 믿으니까요


이것이


아버지 잊지 않는 제 마음이기도 하니까요


언제나


그리하듯


보고싶습니다




아 / 버 /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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