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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 Jan 17. 2021

영화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로 바라본 AI

영화 속 군사용 AI에 대한 생각들





오랜만에 흥미롭게 보게 된 영화가 있어 글로 남겨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넷플릭스의 신작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Outside the Wire)'다.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는 유능한 드론 조종사인 하프 중위가 명령 불복종으로 좌천되어 옮겨진 부대에서 리오 대위를 만나 함께 군사 작전을 수행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소 액션 영화, 특히 밀리터리 영화를 좋아하는 터라 보게 됐는데 뜻밖에도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어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영화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 스포주의 !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가 담겨있을 수 있습니다 ※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군사용 AI

이 영화의 주제는 군사용 AI다. 주인공 하프 중위가 만나게 되는 리오 대위가 바로 그 군용 AI인데 외형도 완벽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머, 농담, 대화 내의 심리전 등 보통의 인간보다도 더 뛰어난 화술을 구사한다. 영화 내에서 하프의 대사를 빌리자면, 리오는 굉장한 설득력(Persuasive)을 가질 만큼 언변이 좋다. 지금의 알렉사나 시리와의 대화를 고려하면 상상하기 다소 어렵지만 말이다(ㅎㅎ).


또한, 리오는 감정적인 교류도 가능해 보인다. 때문에 영화에서 하프가 리오에게 어떻게 인간과 같이 감정을 가질 수 있느냐 묻는다. 이에 대해 리오는 "You equate humanity with emotion? - 인간성은 곧 감정이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이는 감정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인가 혹은 감정은 인간만이 가져야만 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람들은 이상한 골짜기(Uncanny valley)를 언급하며 AI가 감정을 가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하면서 한편으로는 감정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AI를 기대하기도 한다. 실제로 AI의 공감 능력(Empathy), 기분 표현(Mood Expression), 표정(Facial Expression) 등 Emotional AI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나는 결국, 감정을 가지는 AI로 발전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AI가 전우가 되듯이 현재의 AI는 어떠한 툴, 수단 이상으로 누군가의 친구이자 선생님, 심지어는 가족 구성원 등으로 다양하게 우리 삶에서 하나의 사회적 관계로 포지셔닝되고 있고 더 좋은, 깊은 사회적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감정적 교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궁금한 것이 있다면 AI는 컴퓨팅 계산 결과에 따라 가장 합리적이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감정을 가지게 된 AI도 똑같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영화에서 하프는 감정은 인간의 결함이며 감정 때문에 실수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감정을 가지는 AI도 실수를 하게 될까? AI도 감정에 따라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될까? 아니면, AI는 인간과 다르게 감정이라는 결함을 극복할 수 있게 될까? 어떠한 방식으로 감정적 결함을 보완하게 될까?


또, 영화에서처럼 군사적 목적을 가진 AI가 감정을 가지는 것이 꼭 필요할까? 군사용 AI가 감정을 가지게 되면 어떤 이점과 단점이 있을까?






두 가지 유형의 군사용 AI : 리오 vs 검프

영화에는 서로 비교되는 두 가지 유형의 군사용 AI가 출현한다. 하나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인간을 완벽히 모사하고 있는 리오이고 다른 하나는 검프라고 불리는 로봇이다. 검프는 외형도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로봇의 모습을 하고 철저히 인간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전투용 AI다. 흔히 이론에서 이야기하는 Strong AI Weak AI의 대표적 모습이다. 사실, 리오는 인간보다도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에 Strong AI를 넘어선 Super AI에 가깝다.


리오도 검프와 같이 전시 상황에서 필요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군용 AI이지만 차별되는 점은 Super AI 답게 특정 상황에서는 룰을 깰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극한 상황이 닥치면 자신의 자유 의지에 따라 행동한다. 물론, 현재의 기술로는 AI가 독립적인 자유의지를 가진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AI가 자유의지를 가지는 것에 대해 굉장한 두려움을 느끼고, 영화는 이를 이용했다.

리오는 자유의지에 따라 하프를 자신의 하관으로 선택하고, 하프를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심지어는 인간의 명령을 무시할 수도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인 하프는 큰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이를 'A paradox of command - 명령 체계의 역설'로 표현했다.


앞서 현재의 기술로는 AI가 자유의지를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AI는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향후 30년 뒤에 초인간 AI가 나올 것이라 전망하는 학자들도 있다. 30년 뒤, 우리는 인간과 같이 욕구, 의도, 사고에 따른 자유의지를 갖게 된 AI를 인격체로 인정하게 될까? 그리고 하나의 사회에서 공존할 수 있게 될까? 아니면 영화에서처럼 명령 체계의 역설을 경험하게 될까?







군사용 AI을 조종하는 파일럿

영화를 통해 또 하나 생각해보게 된 것은 군사용 AI를 조종하는 파일럿의 윤리적 문제다. 하프는 리오와 함께 현장 작전에 투입되기 전까지는 군용 드론을 조종하는 파일럿이었다. 따라서, 드론만 전투 현장에 띄우고 무선으로 드론을 조종해 아군을 엄호하거나 적군을 사살하는 임무를 해왔다. 이러한 임무를 할 때의 하프는 굉장히 이성적이며,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미사일을 거침없이 발사해 냉혈한이라는 호칭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적군뿐 아니라 민간인까지 무차별 살상되는 치열한 전투 현장을 직접 경험하면서 이전에는 없었던 자책감,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무선 드론, 무선 로봇 등 첨단 군용 무기를 조종하는 파일럿 군인에게는 알맞은 군사 훈련 지침, 교육이 꼭 필요해 보인다. 특히, 생명 윤리 측면에서 말이다. 물론, 군은 아군을 지키면서 필요시 적군을 사살하고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특수하고 복잡한 조직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드론을 띄워 디스플레이를 통해 전투 현장을 바라보고 무선 조종기로 미사일을 쏘면서 이전의 하프처럼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가볍게 여기게 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궁금한 점이 생긴다. 사람들은 AI가 지녀야 할 윤리적 태도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걱정하고 논쟁한다. 그런데, AI를 조작하면서 잃어버릴 수 있는 우리의 인간성에 대해서는 얼마나 걱정하고 있을까?








군사용 AI를 주제로 한 영화가 개봉한 덕분에 정말이지 오랜만에 글을 쓸 수 있게 되어서 여러모로 좋은 시간이었다. 사실, 밀리터리 배경에 액션 전투씬들을 빼면 시놉시스는 인공지능을 주제로 다룬 여느 영화들과 비교해 특별할 것이 없긴 하지만 군사용 AI에 대해 고찰해보는 기회로 한 번쯤은 시청해보면 좋을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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