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꼬질꼬질 자전거 여행기 vol. 8
충청북도
아침에 눈을 떠보니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날이 환하게 밝아있었다.
우리는 텐트를 철수하고 다시 출발할 준비를 했다.
어제 밤에 먹던 삼겹살이 너무 많이 남아서 자기 전에 물속에 담가 두고 잤는데 일어나 보니 물은 따뜻해지고 삼겹살들은 상한 거 같았다. 아까웠지만 할 수 없이 버렸다. 여름에는 음식들을 조심해야 한다. 이런 거 아깝다고 먹었다가는 전국일주고 뭐고 병원에 가야 할 테니까.
어제 밤을 보낸 초등학교 앞에 있는 구멍가게에서 빵과 우유를 사 먹었다.
그렇게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자전거를 탔다.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많이 가야 하기 때문이다.
낑낑거리며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뒤에서 우렁찬 엔진 소리와 함께 여러 대의 오토바이들이 오고 있었다. HARLEY DAVIDSON과 250cc 이상의 오토바이들로 구성된 어른 폭주족이 우리를 지나가면서 손을 흔들었다. 우리도 자전거 4대로 구성된 폭주족(?)이 아닌가.. 우리도 함께 손을 흔들어주며 참 멋있는 아저씨들이라고 생각했다.
어느덧 충청북도 경계 표지판이 나왔다.
마침 점심때도 되고 옆에 큰 강도 있어서 우리는 점심을 먹고 쉬어 가기로 했다.
그 강은 남한강에서 내려오는 청미천이란 강인데 별로 깊지 않고 폭은 상당히 넓어서 가족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치화형은 또 고기를 잡는다고 어항을 꺼내서 설치를 하러 갔고, 우리는 강가에 자리를 잡고 라면을 끓였다.
물을 끓이고 있는데 옆에서 라면을 끓이던 어느 가족이 라면과 함께 먹으라고 밥을 나눠주었다.
이런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인심이 아닌가!! 너무너무 고맙게 잘 먹었다.
라면을 다 먹고 쉬고 있는데 치화형은 지금쯤 고기들이 서로 들어가려고 막 싸우고 있을 거라고 하면서 어항을 설치한 곳으로 갔다. 가보니 3마리 정도가 들어있는데 너무 작아서 먹을 수 있을 거 같지도 않았다. 고기를 풀어주고 다시 한번 낚시 가게 아저씨에게 속았다는 생각을 하며 길을 떠났다.
충북 음성군 금왕에 도착을 했다.
가까운 자전거 가게를 찾아가 내 자전거 뒤에 짐판을 달았다. 출발하기 전에 짐판을 달까 하다가 그러면 너무 멋이 없을 거 같아서 그냥 왔었다. 그런데 이제는 멋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등에 짐을 잔뜩 매고 자전거를 타려니 엉덩이가 너무 아파 페달 돌리기가 힘들었다. 하여간 짐판을 달고나니 훨씬 수월하게 주행을 할 수 있었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아침에 출발할 때는 자전거 오른쪽으로 그림자가 길게 뻗어있다. 우리는 남쪽으로 가고 해는 동쪽에서 뜨고 있으니 그림자가 항상 오른쪽에 있었는데 이제는 그 그림자가 왼쪽으로 길게 돌아가 있었다. 해가 지려고 하는 것이다.
그때 앞 쪽 멀리서 우렁찬 엔진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익숙한 무리들이 우리 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 무리들은 아침에 보았던, 위에서 얘기했던 어른 폭주족들이었다. 아침에 놀러 나갔다가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거 같았다. 그 아저씨들도 우리를 기억하고 있는지 웃으며 손을 흔들고 매연을 뿌리며 우리 곁을 지나서 멀리 뒤쪽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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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4살에 운영하던 홈페이지에 썼던 글을 조금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