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동풍
동풍이 말의 귀를 스쳐 간다는 뜻으로,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아니하고 지나쳐 흘려버림을 이르는 말.
한 때, 내가 듣던 말이다.
윗사람들은 혀를 끌끌 찼다. 지시가 잘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당한 지시라고 생각될 때,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못 알아듣는 척하였다. 진짜 못 알아들은 게 아니라 못 들은 척하였다. 아마 당시 그 윗사람은 나를 마이동풍으로 생각했으리라.
비슷한 말로 쇠 귀에 경 읽기, 우이독경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가르치고 일러줘도 알아듣지 못한다는 뜻이다. 아무 죄 없는 소를 다소 비하한 듯한데 소한테는 좀 미안한 일이다. 왜냐하면 사실 소는 온화하며 충직하고 주인의 말도 비교적 잘 알아듣기 때문이다.
소가 이를 알면 소(訴)를 제기해야 할 일이다.
독불장군과도 일맥상통한다. 무슨 일이든 자기 생각대로 혼자 처리한다. 이런 사람의 사전에 협동은 없다. 고집불통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기만 잘났다고 자부하는 독선적 자세다.
마이동풍, 우이독경, 독불장군, 유아독존! 모두 마이웨이(my way)다. 자신의 주관대로 밀고 나가는 삶의 방식이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편할 자세.
마이웨이의 자세 사는 삶을 동경한다. 예민하기 짝이 없는 개복치가 되어 버린 나는 동경만 할 뿐 정작 그리 살지는 못했다. 하지 말라는 짓은 하지 않았고, 그러다가 후회하고 더 큰 사고를 치는가 하면, 마이동풍을
동경하나 팔랑귀로 살았다. A라는 방향이 좋을 것 같다는 충고에도 B라는 방향을 가보지 않은 채 포기하거나 혹은 일단, A로 가본 후 안될 경우 놓친 B를 후회하며 C로 가곤 했다.
그렇게 살다 보니 가끔 듣곤 했던 마이동풍 인생이 동경만 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살아봐도 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고 내가 나의 주인인데 내가 내 말을 들어야지.
남의 말을 잘 가려서 듣는다면 마이동풍은 꼭 나쁜 낱말이 아니다. 약이 되는 말은 듣되, 독이 되는 말은 못 들은 척한다면, 마이동풍은 선량한 낱말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가려듣는다면 되지 않는가. 봄바람에 말의 귀가 반드시 반응해야 할 이유는 없다. 말의 귀가 원하는 건 봄바람이 아니라 주인의 발자국 소리 일 수도 있다.
마이웨이 역시 마찬가지다
마이웨이의 참뜻은 주체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다.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I did it my way(난 내 방식대로 했어)'일뿐이다. 지탄받아야 할 표현이 아니다.
합리화한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어차피 내 인생 내가 사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