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linetus Apr 03. 2021

루브르박물관 바로 옆,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예술가들의 본당 산책기


현재 프랑스내에 다중 이용 시설 금지가 더 강화되어 갤러리들마저 문을 닫은 상태이다. 이번 주는 다행히 한낮에 온도가 25도까지 올라가 마음껏 햇살을 받으며 공원 산책을 할 수 있었지만 왠걸, 주말이 되자 아침부터 찬바람이 쌩쌩 분다. 다음주에는 기온이 -1도까지도 떨어지는 등 날씨마저 뒤죽박죽이다. 지난 주 흙을 뚫고 나온 꺳잎 새싹들이 혹시나 죽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주방에서 쓰는 비닐로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들어놓았다. 


저번에는 집에서 30분 도보 거리에 있는 큰 교회를 구경하려고 나선 길에서 급성위염을 일으켜서 구경은 커녕 그길로 바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여러모로 관람 애호가의 정신을 이어나가기 힘든 상황에 처해있지만 이번 주 날씨의 도움을 받아 파리 이곳 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 중 한군데가 바로 루브르 박물관 옆에 위치하고 있는 

Saint-Geman-l’Auxerrois 교회이다. 



프랑스 지방 중 하나인 옥세르 Auxerre의 사제 이름을 따온 교회이며 노트르담 성당과 가까워 2019년 노트르담 화재이후 중요 미사, 의식들을 대신 치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파리는 여러 고딕 양식 건축물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인데 그 중에서도 큰 규모를 자랑하는 건축물이다. 덕분에 내부에는 각 성인들에게 기도를 드리는 예배공간인 Chappelle*들이 다양하다. 


*영어에서는 채플 chapel, 불어에서는 샤펠 chapelle이라고 불리는 예배당은 작은 교회를 말하기도 하고 큰 교회내에 각 성인들을 위해 바쳐진 예배 공간을 말하기도 한다. 현대에 이르러서는시청, 공항, 병원등 다양한 정부시설, 공공 건물에 카톨릭 기도 공간인 샤펠들이 존재한다. 오래된 교회, 성당 또는 궁전의 경우, 성인의 조각상, 제단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건축의 책임자, 후원자였던 카톨릭 교도들의 조각상, 이미지도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 왕족, 귀족, 재력가들이 신에게 충성하고 자신과 더불어 가족 전체의 내세의 삶을 기약했던 공간이 샤펠이라고 할 수 있다.    


가톨릭은 전통적으로 종교 공간의 내부를 화려하게 장식하기에 샤펠들을 들여다 보면 프랑스의 건축, 미술사들을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보수 공사를 거쳐오며 보수 당시의 새로운 양식들을 받아들이기도 했으니 문화재 보수 발전사를 그대로 볼 수 있는 현장이 되기도 한다.    



이 교회의 여러 샤펠들 중 하나인 13세기 프랑스 황제 루이 9세의 성모 마리아 샤펠이다. 루이 9세는 상 루이 Saint Louis 라고 불리며 통치기간동안 성인으로서 여겨졌다. 파리 고딕 양식 건축물중 최고를 꼽으라면 Saint Chappelle인데 바로 이 루이 9세의 예배당이다. 현재 코로나로 인해 들어갈 수 있는진 모르겠지만 과거에 찍어놓은 사진들이 많으니 조만간 여기에 대한 글을 써보려 한다. 



여기 성모 마리아 예배당이 특히 눈에 띈 것은 공간을 둘러싼 현판 봉헌물들 덕분이다. 최초의 현판은 1850년부터 시작된다. 기도에 대한 마리아의 응답, 그에 대한 감사, 신앙심을 담은 경구들이 쓰여 있다. 은은한 마블링이 보이는 하얀 대리석에 프레임까지 일정하여 마치 타일처럼 예배당 공간은 물론 양쪽에 세워진 기둥까지 감싸고 있다. 그래서 교회 내부의 다른 둥그런 기둥들과 달리 마리아 예배당의 기둥들은 각 현판들이 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미지와 글로 둘러싸인 공간 또는 이미지와 글이 공간화된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해 그 앞에 오랬동안 머물렀다. 현대 이미지에 대한 오래된 조상들 중 하나를 보는 듯한 영감을 받았다. 


천고가 높고 벽이 두꺼운 오래된 공간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공기와 더불어 아침 미사때 피웠던 향 냄새가 그대로 남아 공간을 떠돌고 있는 것도 간만에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교회 내부의 다른 기둥들의 모습이다. 아무 장식이 없는 표면이라 스테인드글라스에 반사된 다양한 색깔의 빛들이 쉽게 물들여지기도 한다. 



다른 한쪽에는 참전 용사들을 기리는 현판이 붙어있다. 프랑스는 곳 곳에 세계대전에서 목숨을 잃었던 군인들에 대한 기념비, 현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교회, 성당 내부도 마찬가지이다. 



기둥 장식에 있던 천사 이미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아기 천사보다 더 큰 신체를 표현한 것을 기록해두고 나중에 찾아보려고 사진을 찍어놓았다. 




많은 파리 여행객들이 이 교회 옆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만을 구경하고 다른 장소로 바로 이동한다. 나 역시 유럽 여행을 할 적엔 그랬었고. 루브르 박물관 자체만 해도 거대하니 몇시간만 들어가 있어도 피곤해지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걸어서 루브르 바로 옆에 있는 Église Saint-Geman-l’Auxerrois 내부를 천천히 산책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각종 박물관, 미술관에서 전시된 작품들이 원래 있었던 그 장소에 직접 들어가는 체험을 꼭 해보길 바란다. 종교의 유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이다. 종교가 없는 나로서는 꼭 종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 도시가 지닌 진정한 문화의 본거지를 알 수 있는 계기라고 말하고 싶다. 



파리는 인기많은 관광도시이면서도 각종 문화재및 보존가치가 뛰어난 건축물들이 보존된 곳이기도 하다. 이 도시만의 활기차면서도 평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오래된 성당, 교회들이다. 사람들이 분주히 돌아다니는 길목을 걷다가도 교회에 들어서면 한순간에 외부와 차단된 고요한 공간을 만나게 된다. 그 속에는 밝게 빛나는 부분, 어둠속에 묻혀있는 부분 모두가 공존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하얀망토의 성모 마리아교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