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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woo Apr 20. 2024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 2년차에 하는 생각들

고민들을 털어내고 생각을 비우자

영화 해리포터에는 펜시브라는 마법도구가 등장한다. 생각과 기억을 담아두는 도구이다. 나에게는 브런치가 그런 마법의 도구나 마찬가지이다. 고민과 생각을 적어두고, 종종 꺼내본다.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고민들을 흘려보내기엔 아쉬워서, 여기에 적는다. 


이제부터 적을 생각들은 모두 나의 경험에 기반한 주관적인 생각들이다. 절대 '사실'이 아니니, 사실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생각 하나, 

배울 수 있는 시니어는 백엔드 직군에 많다.

오래 전에는 웹개발이 하나의 덩어리였다가, 2010년대쯤 프론트엔드로 분화해서 나왔다고 알고 있다. 역사가 짧다보니 프론트엔드 시니어의 물리적인 수 자체가 적다. 그중에서 굉장히 잘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잘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건 다른 능력이므로 남을 잘 가르치는 프론트엔드 시니어의 수는 더 적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직접적, 간접적으로 보고 배운 시니어 개발자분들 중에 백엔드 개발자의 수가 더 많았던 것(대략 8:2) 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생각 둘, 

그 이유만으로 백엔드 직무로 변경하고 싶어하는 게 타당한 생각일까

어쨌든 직무가 나뉘어 있고, 프론트엔드 개발을 하고 있는 이 시점에 순전히 '배우고 싶은 분, 롤모델로 삼고 싶은 분' 을 좇아 백엔드 직무로 변경하는 게 타당한 생각일까? 


솔직히, 내가 시니어에게서 배울 점이 많을 수록 열의가 커지는 성향인 건 사실이다. 


그러니까, 맞는 건가? 

하지만 이제 와서?

지금? 어떻게?


혼자서 사이드프로젝트를 할 때는 백엔드와 프론트엔드를 다 하지만 특별히 뭐가 더 재밌다는 느낌은 솔직히 없다. 둘다 재밌다는 뜻이기도 하고, 내가 둘중 뭘 더 잘하는지 모르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말 모르겠다.


생각 셋, 

주니어 때는 뭐든지 다 해봐야 한다는 말

그 '뭐든지' 에 내가 진짜 싫어하는 일들도 포함되어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다. 나는 비효율적인 걸 잘 못 참는 편이다. 기획서에 '동그라미' 를 그려야 한다고 적혀있다면, 나는 그 동그라미의 크기와 색상이 궁금해서 질문한다. 그리고 내심 그 동그라미가 최종적으로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는지도 궁금하다. 스마일을 원하는 걸까? 동물의 얼굴을 원하는 걸까? 그래서 질문을 통해 해상도를 높이고, 내 머릿속 그림이 기획자의 생각과 비슷할 거라는 확신이 생기면 일을 시작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세상에는 낮은 해상도의 기획서로도 일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동그라미를 일단 그리고, 그 동그라미를 보여주며 상대방의 의견을 묻고 고치고, 또 고쳐가며 최종적인 그림으로 완성해나가야 하는 상황, 마치 동굴 속을 벽을 더듬으며 나아가야 하는 상황, 나는 최근 이 상황속에서 헤맸고 나의 자기효능감은 하염없이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사실 현재진행형이다)


생각 넷, 

이상과 현실의 괴리, 그리고 메타인지

성장을 위해서 메타인지(자기객관화)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나는 메타인지를 그렇게 못하는 편은 아니다. 아마 주기적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생각을 정리할 기회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문제는 자기객관화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객관화도 한다는 것이다. 나는 나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고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목표를 세워서 그 괴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성장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타인에 대한 기준은 내가 맘대로 세워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남에 대한 기준을 내 기준처럼 세워두고 상대방을 판단해오고 있었다.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남에게 세우는 기준은 스스로에 대한 기준만큼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지극히 당연한 것들이었다. 정말로, 진짜다. 하지만 이 기준조차 갖지 않는 게, 순리대로 회사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이었던 것 같다. 이건 내가 몰랐던 것, 앞으로는 명심해야할 것이다.


생각 다섯, 

요즘 공부하는 것

CKA 비기너코스를 공부중이다. 자격증 취득까지가 목표라기보다는 업무 상 필요성을 느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서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재밌게 공부하고 있다. 새로운 걸 공부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는 게 쉽지 않고, 특히 내 분야 바깥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더더욱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 계기를 마련해준 분들에게 감사하다. 


사실은, 내가 가진 역량은 아무도 봐주지 않고 당연한 지식조차 모르는 사람으로 평가받았던(혹은 그렇다고 생각한) 순간에는 너무 속상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지나갔고 지금은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는 시간이다. 사과하라고 직접 말하지 않을 거라면 괜히 과거에 얽매여서 집중력을 잃지 말자. 사과받을 정도의 일도 아니다. 


'내가 좀더 뛰어났다면, 내가 이걸 알고 있었더라면 이런 무시를 당하지 않았을 텐데' 같은 생각도 그만 하자. 이 세상 모든 지식을 미리 알고 있을 수는 없다. 이제 알면 되지.




최근에 읽은 책 <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에서 인용한 어느 고인류학자의 말이 있다.


"만약 그레고리 협곡이 바로 이곳(동부 아프리카)에 형성되지 않았더라면, 인간이란 종 자체가 아예 생겨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서부 아프리카는 먹이가 풍부한 열대우림 지역인데,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들에게는 이곳이 이상적인 삶의 공간이다. 이에 반해 동부 아프리카에서는 그레고리 협곡을 비롯한 새로운 변화가 많이 일어났다. 계속해서 새로 적응해야 하는 변화들을 겪으며 동부 아프리카의 원숭이들은 직립보행을 하는 유인원이 되었고 진화를 거듭해나갔다. 


현재 나는 매우 괜찮은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 아마 내가 생각을 멈춘다면 꽤 편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쯤 성장하지 않는다고해서 1~2년 사이에 티가 나지도 않을 거다.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가 않다. 적정선을 찾아야겠지만, 계속 고민하고 하나씩 답을 찾아가며 지금보다 실력 있고 더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최근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 


"그렇게 이상적인 모습을 만들어놓고 살면, 너무 힘들지 않아?"


나는, 나만의 북극성이 없는 삶이 더 괴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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