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을 읽어서 일기를 써주는 일기봇
매년 1월이 되면 신년계획을 세운다. 나의 신년계획에는 늘 '일기 쓰기' 가 있다. 일기. 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 약속은 한번도 지켜진 적이 없었다.
수험생 시절에도, 취준생 시절에도 하루 온종일 혼자 책상에 앉아 있으니 루틴을 만들기가 쉬웠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니까 하루가 온전히 내것이 아니었고, 일하는 동안 두뇌가 과열되어 일과가 끝나면 컴퓨터 전원이 픽-하고 나가버리듯, 두뇌가 더 이상 사용되기를 거부했다. 그래서 멍하니 앉아있거나 유튜브만 보게 되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몸을 쓰자 싶어서, 나는 저녁시간을 보통 거의 운동에 쏟는다.
그렇게 평일을 보내고 토요일 오후 내지는 일요일 오전이 되면 이제서야 일기 생각이 나는 것이다. 한동안 나는 밀린 방학숙제를 하는 초등학생처럼 일주일치 일기를 한꺼번에 쓰곤 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나는 일기를 대신 써주는 인공지능 봇을 만들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대화를 기반으로 일기를 써주는 서비스들도 꽤 있는데, 나는 그것조차 귀찮았다. 그래서...
내 일상을 요약해주는 일기봇을 만들었다. 내가 할 일이라고는 코멘트를 남기는 것뿐.
하루봇의 플로우는 대략 이렇다.
1. 매일 오후 8시, 깃허브 액션이 트리거된다.
2. 지난 일기에 대해 내가 남긴 코멘트가 있는지 확인하고, 노션 테이블에 업데이트한다.
3. 캘린더, 노션, 깃허브를 기반으로 내 일상을 수집한다.
3.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클로드AI에 넘겨 오늘 한 일 3가지 요약을 생성한다.
4. 요약된 내용을 노션 테이블에 저장하고, 나에게도 메시지로 보내준다.
5. 5분간 답장을 기다린다.
6. 5분간 답장이 오지 않으면, 다음 날 8시에 반영된다.
코드는 파이썬으로 짰으며, 이것도 클로드 코드가 짜주었다. 자동화 코드는 이제 정말 AI가 다 짜주는 것 같다. n8n 이라는 노코드 자동화 툴도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 사용해보지는 않았다. 솔직히, 코드도 AI가 짜주기 때문에 노코드 툴이 필요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다들 좋다고 하니 써볼 의향은 있다. 막상 그걸 써보면 코드를 짜달라고 명령하는 것조차 하기 싫어질지도 모르겠다. (게으른 행동조차 게을러서 못하는 사람..?)
일기를 대신 써주는 하루봇과 유사하게, 내 일상을 기반으로 원고를 대신 써주는 글감봇도 만들었다. 자세한 내용은 요즘IT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읽어보려면 -> 개발자의 일상, 글감으로 바꾸는 '글감봇'을 만들다)
AI 를 가지고 놀다 보면 정말 재밌는 것들을 많이 할 수 있다고 느낀다. 예전에 내가 처음 개발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때 어렴풋이 떠올렸던 모습은 내 손이 닿는 거리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나에게 딱 맞게 커스터마이징된 도구들이 널려있는 모습이었다. 기억하기로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런 공간을 상상하면서 놀았던 것 같다. 요즘 혼자서 AI로 이런 저런 봇을 만들면서, 어릴 때 하던 소꿉장난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재밌게 몰입할 거리가 생겨서 행복하다. AI가 내 일을 대체해서 백수가 되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AI와의 소꿉장난을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