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에게

by 이다한

안녕, L


그동안 너는 내 공격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지

너랑 나는 직접적인 갈등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너, 사실 니가 제일 이기적인 거 알고 있지?

너는 그냥 너 마음대로 하잖아

대단해, 진짜 팔자 좋더라


분명히 실질적인 힘은 네가 다 가지고 있는데

정작 내가 전부 희생해야 되는 구조


당연하다는 듯이 약속 파투내고 다른 약속을 간다고 하지를 않나

본인이 운전해서 어디 놀러 갔다는 얘기를 하면서 우리한테는 그런 거 안 하겠다고 하지를 않나


사실상 진짜 이 무리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건 너였는데

다른 애들은 나를 탓했지


내 개인 시간을 위해 떠난다고 하면 너희는 기분 나빠하거나 배신자 취급을 해놓고

네가 그러면 그러려니 하더라


내가 그래서 사주팔자 공부했잖아


말이 안 되는 거야 도대체가


누가봐도 제일 많이 가진 애는 지 맘대로 해도 찍소리도 안하는데

왜 나는 내 맘대로 하면 욕을 먹냔 말야

왜 가진 것도 없는데 내놓으라고 하냔 말야

왜 나는 나의 것을 지키는 게 안 되냔 말야


왜 지들 건 악착같이 쥐고 있으면서

내 건 빼앗느냔 말야


그런데 진짜 신기한 게 내 사주팔자가 주변에 도둑놈밖에 없는 팔자래

재밌지 않니?


L, 너 팔자는 좋아서 솔직히 망할 것 같진 않아

카르마도 없으니 넌 알아서 잘 살겠지

그런데 공짜도 없는 거 알고 있지?

네가 제일 나에 대한 부채가 많은 거 알고 있니?

어떤 식으로든 갚게 될거야, 너 살면서


그게 카르마 아니냐고? 아냐, 결이 좀 달라


언제까지 모르고 살 수 있겠어, 네가


충격 크게 받을 거다, 분명


네 세상이 어디까지 가나 보자

저주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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