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모여서 권력을 만들고 그 권력이 논리를 만든다 — 이 말은 감정이 단순한 개인의 감상을 넘어, 집단의 방향성과 사회 질서를 형성하는 핵심 에너지임을 시사한다. 감정은 원초적이고, 때로는 이성보다 빠르며 강력하다. 사회는 이 감정을 무시하지 못한다. 누군가의 분노, 슬픔, 환희가 공명될 때, 그것은 더 이상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정치적 힘으로 작용한다.
역사는 감정의 물결로 움직여왔다. 혁명은 분노에서 시작됐고, 연대는 공감에서 자라났다. 집단의 감정이 쌓이면 그 안에는 당위성이 생긴다. ‘우리가 이렇게 느끼는 것은 옳다’는 믿음은 곧 정당화된 힘이 된다. 그 힘은 행동을 부르고, 그 행동은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 그렇게 감정은 권력으로 전환된다.
이 권력은 곧 논리를 만든다. 권력을 쥔 감정은 자신을 정당화할 언어를 만들고, 그 언어는 사회 전체에 퍼져 하나의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는다. 사람들은 이제 감정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만들어낸 논리에 순응하게 된다. 감정은 사라지고 논리만 남아, 그것이 처음부터 있었던 진리인 양 작동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역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논리가 감정을 억누르기 시작할 때, 감정 없는 질서가 만들어지고, 감정을 드러내는 자는 ‘비이성적’이라 배척당한다. 하지만 모든 권력은 감정에서 시작되었기에, 억눌린 감정은 다시 권력을 전복할 힘을 갖는다. 억압된 감정은 반드시 새 감정의 연대를 불러오며, 또 다른 권력을 탄생시킨다.
결국 감정은 시작이자 끝이다. 논리는 감정을 감싸기 위한 옷에 불과하고, 권력은 감정을 증폭시키는 장치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감정을 무시할 수 없다. 사회는 감정의 순환 속에서 움직이며, 논리 또한 그 감정의 굴곡을 따라 바뀐다. 감정이 권력을 만들고, 권력이 논리를 만든다는 말은,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고 다시 무너지는지를 가장 정직하게 설명하는 문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