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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어때는 왜 '가이드'에 집중하나

'중개'가 '동행'이 된 날

by 쥰쓰

수십 개의 창을 띄워놓고 최저가 항공권과 숙소를 비교합니다. 블로그 후기와 인스타그램 명소를 조합해 완벽한 '자유여행 일정표'를 만듭니다. 하지만 우리는 결제 버튼 직전에 망설입니다. ‘이 리뷰, 정말 믿어도 될까?’, ‘현지에서 돌발 상황이 생기면 어떡하지?’


정보가 넘칠수록 불안은 커집니다. 여행의 실패는 ‘정보 부족’이 아니라 ‘신뢰 부족’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여기어때가 ‘가이드팩’을 출시했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패키지 상품을 추가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OTA(Online Travel Agency)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재정의하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일정표를 팔지 않고, 현장에서 끝까지 함께 가는 동행의 품질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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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늘었지만 신뢰는 흔들렸습니다

지금까지 OTA의 핵심 경쟁력은 ‘정보’였습니다. 더 많은 매물, 더 많은 리뷰, 더 싼 가격을 중개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모델은 두 개의 명확한 벽에 부딪혔습니다.

패키지 여행의 함정: 획일적인 일정, 원치 않는 쇼핑, 낮은 현장 품질로 신뢰를 잃었습니다. ‘편하지만 형편없는’ 경험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자유 여행의 피로: 광고성 후기와 정보 과잉으로 ‘선택 피로’가 극에 달했습니다. 항공, 숙소, 티켓 등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불안감(Emotion)은 온전히 소비자의 몫이었습니다.

소비자는 ‘편하지만 신뢰할 수 없는 패키지’와 ‘자유롭지만 피곤한 자유여행’ 사이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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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재정의하다: 상품이 아니라 사람 IP

여기어때는 이 문제의 본질을 ‘동행의 부재’로 재정의했습니다.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은 수백 개의 숙소 리스트가 아니라, ‘믿고 맡길 수 있는 단 한 명의 전문가’라는 것입니다.

‘가이드팩’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합니다. 이 상품의 핵심은 ‘코스’가 아니라 ‘가이드’입니다. 고객은 잘 짜인 일정표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발생할 모든 변수를 책임지고 최고의 경험을 만들어 줄 사람을 구매합니다.

우리가 사는 건 상품이 아니라 맥락이다.

여기어때는 여행이라는 상품의 '맥락'을 '사람'으로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여행 산업의 무게중심이 ‘상품’에서 ‘사람 IP’로, ‘검색’에서 ‘관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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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재구성: 운영이 브랜드를 만든다

왜 지금 ‘사람’일까요? 항공, 숙소 같은 ‘물류’는 이미 상향 평준화되었습니다. AI가 아무리 완벽한 코스를 짜준들, 현지의 궂은 날씨나 갑작스러운 휴업까지 책임져주진 못합니다. 복제 불가능한 유일한 자산은 결국 ‘사람의 현장 운영 능력’입니다.


신뢰의 재구성이 일어납니다. 과거의 신뢰가 ‘브랜드’(하나투어)나 ‘플랫폼’(아고다)에서 나왔다면, 이제 신뢰는 ‘그 사람’(스타 가이드)에게서 나옵니다. "A 코스가 좋았다"가 아니라 "B 가이드님이 해결해줬다"는 경험담이 재구매를 이끄는 시대입니다.

여행의 가치는 ‘물류'에서 ‘콘텐츠’로 이동했습니다. 가이드는 단순 인솔자가 아니라, 전문 지식으로 코스를 설계하고 현장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크리에이터’이자 ‘핵심 IP’가 됩니다.


일정표는 모방할 수 있어도, 현장의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노련함은 복제할 수 없습니다. 마치 훌륭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가이드는 현장(Place)의 모든 변수를 조율해 완벽한 '흐름'을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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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자에서 ‘경험 운영자’로

‘가이드팩’의 등장은 OTA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꿉니다. 앞으로 OTA의 승부는 ‘얼마나 많은 매물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훌륭한 가이드(사람 IP)를 확보하고 육성하는가’에서 갈릴 것입니다. 플랫폼의 역할은 최저가 검색에서 고품질 경험의 보증으로 확장됩니다. 이때 핵심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됩니다.

스타 가이드 육성: 분야 전문가와 크리에이터를 발굴해 시그니처 투어를 만드는, 미디어 커머스형 스토리텔링입니다.

가이드 중심 커뮤니티: 팔로우, 구독, 알림 기능으로 가이드별 후기와 동행 회고록을 축적합니다. '그 사람'과의 재방문이 핵심 자산이 됩니다.

운영 표준의 투명화: 선발, 훈련, 평가, 피드백 루프를 가시화하고 안전 가이드라인을 투명하게 제시해 예측 가능한 신뢰를 만듭니다.

데이터 활용도 전환이 필요합니다. 클릭 유도형 지표가 아니라, 현장 CS 유형, 날씨·교통 변수 대응 패턴 같은 '운영 생산성 데이터'가 현장을 움직여야 합니다. 사람, 운영, 데이터가 맞물릴 때 가격 경쟁은 뒤로 물러나고 품질 경쟁이 본무대가 됩니다.

물론 과제는 분명합니다. 운영 내재화는 비용 구조를 무겁게 하고, 가이드 수급과 표준화, 안전 이슈는 상시 리스크로 남습니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합니다. 여행의 완성은 '검색'이 아니라 '동행'에서 나옵니다. "자유여행의 본질은 조합이 아니라 흐름의 설계다." 그리고 그 흐름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중개에서 동행으로.’ 내일의 OTA를 설명하는 가장 짧은 문장입니다.

최고의 알고리즘을 가진 곳이 아니라, 최고의 ‘사람’을 가진 곳. 여기어때의 이 선택이 여행 산업의 표준을 바꿀 수 있을까요?



썸네일 및 본문 이미지출처: 여기어때공식,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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