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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란 Sep 12. 2020

우리는 조직 밖에서도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을까?

동료와 사이드 프로젝트할 때 고려해야하는 7가지

혼자 뚝심 있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사람을 존경한다. 나는 혼자 일을 시작해 흐지부지 끝내 버리는 경우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쓰읍. 작년까진 이런 나를 부정했지만 그럴수록 마음이 더 궁핍해졌다. 셀프 진단을 내리고 진로를 변경했다.


나는 아이디어와 기획력은 있는 것 같은데, 실행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물론 머릿속에서는 나의 기획이 무척 대단하게 느껴지다가도 막상 타인에게 공개할 땐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 쭈구리가 되지만.. '실행력'이라는 틈새를 메워줄 동료가 필요했다. 또 우리가 가는 길이 아주 멋지고 대단한 일이라고 말해 줄, 확신에 찬 동료 말이다.


운이 좋게도 나에게는 이미 이런 동료들이 있었다. 조직에서 함께 일 해왔던, 사업을 완성하기 위해 매일 같이 야근을 하던 조직 동료들. 우리는 이미 손발을 맞춰봤고 서로의 특징을 잘 알고 있는 사이였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독자라면 아래와 같은 반응을 예상할 수 있다.


같이 일 해봤던 사이면 사이드 프로젝트할 때도 너무 잘 맞겠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조직 밖에서 새로운 일을 벌이는 건 또 다른 차원이니까. 내가 생각한 차이점은 이러한데...

일 하는 사람이 같더라도 주어진 환경이 달라지면 판을 새롭게 짜고 합을 맞추어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렇게 우리는 프로젝트를 결성 후 지금껏(약 9개월간) 합을 맞춰 오고 있다. 그 사이 나와 동료 한 명이 퇴사를 했고, 새로 멤버가 합류해 4명이 됐다. 조직 밖에서도 서로에게 좋은 동료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소개해본다.




01

프로젝트를 향한

각자의 욕구를 확인할 것

우리는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재미있고 깊이 있게 탐구한다'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였다. 그런데 공동의 목적에는 동의 한다한들 각자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일 한 만큼의 보상이 명확하게 주어지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에 대한 나의 욕구, 즉 '내가 이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에 대해 서로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이후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초점 맞추기에 용이해진다.


한번 더 정리해보는 나의 욕구 세 가지

환경문제에 관해 꾸준히 이야기할 수 있는 공동체를 구축하고 싶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새로운 자아를 파악하고 싶다.
나를 설명할 때 좋은 포트폴리오로 쓰고 싶다.


02

서로의 에너지가

한정적인 걸 인정할 것

우리는 조직에서 하루치 에너지를 모두 투여해 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사이드 프로젝트는 조직에서처럼 모든 에너지를 투자할 수 없다. '사이드'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잔여 에너지로 굴러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조직에서 큰 사업을 진행해야할 땐 사이드 프로젝트를 들여다볼 정신이 없다. 이럴 때 우리는 가능한 멤버만 모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구성원에 대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수 있어야 사이드 프로젝트가 이어질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매번 상황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형태를 바꾸어 오고 있다.


03

"시차가 발생합니다"

일정을 넉넉하게 고려할 것

멤버별로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다르다. 누군가는 이른 아침일 수도 있고, 늦은 밤일 수도 있다. 멤버 모두의 동의와 피드백을 받고 일을 공식적으로 진행해가야 하는 만큼 멤버 모두의 확인받으려면 시차를 감안해 넉넉히 시간을 짜야한다. 프로젝트 오픈 막바지가 다가올수록 결정할 사항들이 많은데 채팅창 너머 동료가 계속 답이 없으면 초조해지기도 한다. 이럴 때는 과반수 이상이 피드백하면 진행하는 융통성도 발휘해볼 수 있다.


04

사이드 프로젝트를 잘하는 방법

: 틈새를 잘 찾고 메울 것

조직에서는 나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내면 됐다. (주어진 일이 너무 많은 건 별개의 문제!) 그런데 사이드 프로젝트는 멤버도 적을뿐더러, 역할 분담되지 않은 일들이 수두룩하다. 아직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스타트업의 초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한다. 결국 프로젝트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내 일, 네 일 구분 없이 레이더를 켜고 있어야 한다.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 때가 많으므로, 이 곳 저곳에서 실수가 발견된다. 그럴 땐 서로가 서로를 도와야 한다. '밖으로 나가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이다' 싶은 마음으로. 그래야 굴러간다.


05

놀 땐 "언니" 일할 땐 "님"

서로를 존대할 것

아무리 친하더라도 일을 할 땐 적정 거리가 필요하다. 나와 멤버 한 명은 동기로 입사해 관계를 맺어온 만큼 친밀하다. 사적으로는 언니라고 부르고, 반말도 주고받지만 일을 할 때는 늘 존댓말을 쓴다. 이 건 같은 조직에서 일할 때부터 지켜온 셀프 약속인데, 특히 서로의 작업물에 대해 피드백을 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반말은 아무리 텍스트로 잘 전달한다해도 지적하는(당하는) 기분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과 사 구분 없는 우리 채팅방에는 반말과 존댓말이 엉켜서 사용된다. 헷갈리는 와중에도 일 이야기에는 존댓말로 답하는 스스로를 발견하면 꽤 기특하다.


06

지속하기위해

서로에게 솔직할 것

조직이 마음에 안 들면 이직을 생각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하는 태도로. 그런데 사이드프로젝트는 자발적으로, 또 함께 시작한 일인 만큼 쉽게 중단할 수 없다. 나는 곧잘 문제를 드러내지 않고 쌓아두는 성향이었는데, 이제는 불편 점이나 에너지 고갈이 불가피한 상황이 예상되면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내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프로젝트가 사라질 수도 있을 거란 책임감으로! 동료들은 또 멋있게 대안을 찾아준다. 이 과정에서 동료들이 나를 존중해주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연대감이 한 층 두터워진다.


단지 일만 잘할 사람이 아니라 네가 필요한 것이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천천히 해내보자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07

어설프더라도 꾸준히

해나가는 것에 셀프 칭찬을!

우리는 무척 꼼꼼한 사람들이다. 만족할 때까지 몰입해서 일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 사이드 프로젝트는 어설플 수밖에 없다. 기준은 높은데 시간은 없으니 아쉬운 것 투성이다. 그럴 땐 스스로를 벼랑으로 밀어붙이기보단, 꾸준히 해나가는 행위를 셀프 칭찬해야 한다. 내가 아니면, 우리가 아니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매 프로젝트마다 서로를 칭찬하고 다독이며 프로젝트를 이어나가고 있다.




우리는 프로젝트로 돈을 왕창 벌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하지만 어림도 없다. 우리를 아는 사람도 적고,여전히 합을 맞춰가는 단계니까. 조급해하는 대신 함께 만들어가는 것에 집중하며 프로젝트를 이어나가고 싶다. 이 조합이라면 언제까지고 같이 하고 싶은걸 보니, 우리는 조직 밖에서도 꽤 좋은 동료가 되어가고 있는 중인가 보다.


<아무튼 사이드 프로젝트>에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느꼈던 다양한 생각과 팁을 담을 예정입니다. 격주에 한 번씩 발행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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