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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Feb 22. 2024

기다렸다 쏘는 궁도의 맛,
성장의 바람!

<극장판 츠루네: 시작의 한 발> 리뷰 

소년, 스포츠, 성장 드라마! 일본 애니메이션을 구성하는 중요한 소재들이다. <슬램덩크> 시리즈는 물론, <하이큐!!> <프리!> 등 자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흥행 공식을 오롯이 가져가며 관심을 끄는 작품이 있으니 <극장판 츠루네: 시작의 한발>이다. 궁도 소재 스포츠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공개된 TVA <츠루네 -카제마이고교 궁도부->의 극장판. 총 13편의 에피소드(OVA인 14번째는 제외)를 압축해 재편집한 작품으로, 장단이 분명하지만 궁도의 매력과 스포츠를 통한 메시지는 변함없다! 


<극장판 츠루네: 시작의 한 발> 스틸 / 미디어캐슬 제공


활을 일찍 놓는 일명 ‘속사병’ 슬럼프에 빠진 미나토(우에무라 유토). 원래 궁도 명문인 키라사키고교에 진학하려고 했지만, 다시는 활을 잡지 않기 위해 궁도부가 없는 카제마이고교에 입학한다. 그의 바람과 달리 학교에 궁도부가 신설되고, 미나토는 중학교 때 궁도를 함께 했던 세이야(이치카와 아오이)와 새로운 팀원들, 그리고 새 코치 마사키(아사무나 신타로)와 함께 현 대회를 준비한다. 하지만 미나토의 속사병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중학교 때 같은 팀원이자 라이벌이었던 슈(겐쇼 오노)를 경기장에서 만난다. 


<극장판 츠루네: 시작의 한 발>은 초심자의 성장 서사를 담은 여타 소년 스포츠 애니메이션과 달리, 슬럼프에 빠진 재능있는 소년의 재도전 과정을 담았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극 중 미나토가 궁도를 시작한 건 ‘츠루네(弦音)’ 즉, 활을 쏠 때 활시위에서 나는 소리인 ‘현음’의 매력 때문. 활을 쏜 뒤에 들리는 그 음을 직접 내고 싶어 궁도를 시작한 그가 슬럼프로 인해 모든 걸 포기하는 모습은 삶의 목적이 상실된 것처럼 큰 고통으로 그려진다. 학생 시절 궁도를 해봤고, 이 스포츠를 선택한 아들을 지지해 준 엄마의 죽음, 중학교 현 결승에서의 좌절 등이 그 무게감을 더한다. 


<극장판 츠루네: 시작의 한 발> 스틸 / 미디어캐슬 제공


나락에 빠진 소년의 재기 스토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건 이 작품 전반에 깔린 ‘기다림’이란 주제다. “아름다운 자세로 활을 쏘면 모두 적중하는 건 아니지만, 적중하는 활은 아름다운 자세로부터 나온다”는 대사처럼, 속사병 슬럼프에 빠진 미나토는 활시위를 최대한 오래 잡고 올바른 자세에서 활을 놓는 연습을 한다. 미나토의 슬럼프는 어느 순간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게 된 미나토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현음을 듣고자 한 발, 한 발에 정성을 쏟는 게 아닌 오직 과녁에 화살을 꽂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미나토의 모습이 자기 자신을 슬럼프의 늪으로 빠뜨린 것. 영화는 점수보다 화살을 꽂기 위한 노력과 과정이 더 중요한 궁도라는 스포츠를 통해 결과보다 과정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극장판 츠루네: 시작의 한 발> 스틸 / 미디어캐슬 제공


여기에 동일한 슬럼프를 겪었던 마사키의 이해와 배려, 같은 팀원으로서 점점 서로에게 힘이 되어가는 소년들의 우정이 더해지며 소년 스포츠 애니메이션의 매력이 도드라진다. 


<극장판 츠루네: 시작의 한 발>은 궁도라는 다소 낯선 스포츠를 소재로 했다는 점, 농구, 수영과 달리 정적인 운동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오는 단점을 작화와 사운드로 메운다. 감독은 고요한 가운데 활시위를 당기고 한 발을 쏠 때까지의 에너지를 응축했다가 화살을 쏠 때 한 번에 터트리는 연출 방식을 취한다.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를 오롯이 느끼도록 쉴 새 없이 부는 바람과 초록 잎의 이미지를 통해 보여준다. 이를 통해 화살이 과녁에 맞았는지에 대한 결과도 집중하게 된다. 


<극장판 츠루네: 시작의 한 발> 스틸 / 미디어캐슬 제공


제목이 보여주듯 영화의 강점 중 하나는 바로 사운드. 미나토를 궁도로 이끈 그 현음과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 등 현실감 넘치는 사운드에 꽤 공을 들였다. 이는 TV나 OTT를 통해 들었던 TVA 버전의 차별화 포인트. 극장에서 꼭 한 번 들어보길 권한다. 


<극장판 츠루네: 시작의 한 발> 스틸 / 미디어캐슬 제공


TVA를 기반으로 한 극장판이 그러하듯 이 작품도 압축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을 시도했다. 그러다 보니 스토리나 감정 흐름이 자주 끊기는 단점을 노출한다. 극 전반에 깔린 미소년 BL 코드도 잘 살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TVA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과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있다는 점이다. 미나토와 엄마의 추억, 미나토와 마사키의 인연, 그리고 현 대회 이후 만날 타 고교 적수들의 모습 등은 극장판에서만 만날 수 있는 보너스. 활시위는 당겨졌다. 그 시작의 한 발은 눈을 감고 기다렸다. 귀로 듣기 바란다. 



평점: 3.0 / 5.0
한줄평: 눈이 아닌 귀로 듣는 스포츠 애니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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